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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나무늘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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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re] 떠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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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이탈리아는 아직 더울 겁니다.(로마의 여름은 하도 더워서 정작 로마인들은 떠난다지요.) 선택할 수 있다면 가을이나 봄에 가시기를.(당연한 이야기지만)....그렇다고 더워서 죽은 시체를 길에서 발견하지는 쉽지 않답니다. 영어, 안통하는 곳이지요...하지만 말 안 통한다고 답답해서 죽은 시체 역시 찾기 역시 드뭅니다.... 먼저 베키오 다리에 대한 환상을 버리시라고 권하고 싶군요. 청계천 육교를 건너러 간다는 기분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그럼 아마 그 다리가 좋아질지 모릅니다... 왜 우핏치 미술관이 빠져 있을까요? 베키오 다리보다는 우핏치 박물관이( 소장품 뿐 아니라 그 건물 자체가) 명품입니다. 왜 봇티첼리가 혁명적인가를 잘 알 수 있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아, 그리고 카바라지오를 좋아하신다면, 우핏치, 그리고 로마 곳곳의 성당에서 성찬이 가디라고 있을 겁니다.... 스페인광장, 트레비 분수...전 시시했습니다. 진실의 입? 허망하죠. 콜로세움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참 스페인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펠리니와 줄리에타 마시나가 살던 집이 있지요, 펠리니가 영화를 찍던 베네토 거리도 멀지 않고. 로마에서는 카타콤을 놓치지 마시기를 권합니다. 인간이란, 참. 아, 그리고 훌륭한 먹을 것들, 지천입니다. 특히 단 것을 좋아하신다면,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생과자같은 것을 드셔보세요. 각설하고, 날씨만 줗다면, 로마는 기분 안 좋아지기기 힘든 곳입니다. 니체나 베버같이 정신과 육체에 휴식이 필요했던 이들이 줄곧 이곳을 찾은 데 다 이유가 있겠지요...
세상에 우연은 많아서, 바티칸 미술관에서 저는 우연히 아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봄날에 할일 없이 바티칸에 오는 중생 또 있었군. 아, 또....전 밀란에서 로마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뭇 남성의 환타지가 "일부" 이루어지는 체험을 했습니다. 옆자리에 기가막힌 미인이 앉았던 거지요. 시간은 아침 8시인가 되었는데, 어여쁜 여자가 옆자리에 앉아서, 배낭을 발 아래 놓고, 불어판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고 있었습니다. 인상을 보건대 분명 한국사람이었습니다. 세상에. 남들 한창 일할 화창한 봄날에 로마로 여행가는 저라는 놈도 미친놈이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젊은 처자가 이 봄날에 배낭 하나 메고 왜 로마로 가면서, 또 왜 아침부터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고 있는거죠? 그것도 내 옆자리에서.
세상에 우연은 많아서, 어쩌면 로마에서 자신의 지난 생에 대해 일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제 지인을 만나게 될 지 모릅니다. (김주향 선생님, 바로 그 사람이요.) 만나면 안부 전해주시고, 혜림님 정신이 허용하는 일이라면, 짧은 연애라도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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