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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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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프랑스 여행기] 에필로그에 즈음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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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에 즈음하여 - 1999. 8. 12 -
여행철의 절정이 지나고 바야흐로 여행기 쓰는 계절이 돌아왔습니
다. 여행을 가지 않은 상태로나마 제멋에 겨워 근 두 달 동안 이 게
시판에 올렸던 여행기를 저도 이제 마감하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저는 어떤 한 대상에 관심을 집중하기
시작하면 다른 것은 사실상,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그 정도가 심합
니다. 이 여행을 본격적으로 계획하고 준비하는 동안 당연히 영화에
서도 멀어졌습니다. 영화가 부차적인 지위로 하락했다는 표현이 맞습
니다. 영화마저 여행 계획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여행기에 동원시키
느라 난리를 쳤으니까요.
난리. 여행에 임해온 저의 정서나 행태를 이 이상 정확하게 요약해
주는 말은 없을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일수록
난리의 진상을 아주 잘 알았을 테고.. 피로했을 것입니다. 들어주는
사람들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테지요. 특별히, '나'가 지겹도록 출
몰하는('나'가 살아있되 '나'를 지워가는 글을 쓰고 싶은데 잘 안 됩니
다. 글뿐만 아니라 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더군다나 가지도 않
고 주절대는 여행기를 읽어주신 이 게시판 친구들에게도 감사드립니
다. 이제서야 갔다와서의 여행기를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갔다온 후의 여행기라고 해서 가기 전 여행기보다 좀 낫겠
거니 하지 마시기를요. 실은 가기 전의 여행기가 갔다온 후의 여행기
보다 더 의미있는 여행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지도 않고 무슨 말
이 이렇게 많으냐, 제발 갔다 와서 얘기해라, 고 주문하는 사람과 저
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행기를 통해 현지에 대한 어떤 실제적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들에
게 만족스러운 여행기가 따로 있겠지요. 그런 여행기라면 여행을 다
녀온 사람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긴 합니다. 그러나 저는 다녀온
후라고 해서 정보 위주의 실제적인 여행기를 올릴 마음이 생기지 않
습니다. 아마도 그럴 능력이 못 되는 탓이겠지요. 9박10일의 짧은 여
정이었습니다. 어리버리하다가 좀 길이 들라 할 때 돌아왔습니다. 지
하철이나 열차를 이용했으며 음식을 사먹었지만 달라는 대로 주었을
뿐 물가가 비싼지 어떤지는 생각조차 안 해 봤습니다. 말이 안 통할
뿐더러 말을 걸 사람도 없어 과묵한 여행자로 지내다 왔습니다. 상상
이 가실 겁니다.
요컨대 저로서는 여행기를 다 쓴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다만 여행
의 잔상만은 존중될 가치가 있겠지요. 그것들을 에필로그화함으로써
이 여행기는 봉인될 예정입니다.
"여행 중에 너무 아름다운 것을 만나면 몸만 돌아올 때도 있다. 그
럴 때는 냉정하게 마음과 이별해야 한다. 몸만 살아 있어라. 아름다움
이란 별건가. 우리의 살과 부딪친 어떤 긴장이고 그 긴장 속에 팽팽
해진 위의 삶일 뿐이다. 며칠 지나면 혼자서 지친 마음이 막차에서
내려 그대 집 문을 두드릴 것이다."
황동규의 산문 <겨울노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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