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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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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김영하, 방에서 보내는 휴가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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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보내는 휴가법 1
다들 떠나라 떠나라 하지만 사실 휴가를 집에서 보내야할 분들도 많다. 이분들에게 휴가법을 몇 가지 권해볼까 한다.
우선 대형서점이나 헌책방에 가서 지도책을 하나 산다. 적당한 대륙을 하나 고른 다음 그 장을 펼친다. 눈을 감고 연필로 한 군데를 찍는다. 눈을 떠보면 엉뚱한 곳이 찍혀 있을 것이다. 아시아를 고르면 대충 우랄 산맥이나 고비사막, 히말라야 한 가운데에 점이 찍혀 있을 것이다. 그럼 그 점을 중심으로 가장 가까운 도시를 찾는다. 보통 별 볼일 없는 도시가 발견된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마나우스 같은 도시가 눈에 띌 것이다. 그럼 집에 깔려 있는 초고속인터넷으로 그 도시에 관련한 모든 정보를 샅샅이 뒤진다. 검색 능력이 좋다면 마침내 그 도시의 인구, 규모, 지리적 특성, 가는 방법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구하게 될 것이다. 그럼 그걸 잘 적어서 공부한 뒤, 나중에 그 나라 이야기가 나오거든, 무조건 그 도시 얘기를 꺼낸다. 브라질에선 마나우스를 가봐야 하는데, 라고만 말하는 것이다. 가봤냐고 누가 물으면 안 가봤다고 정직하게 대답한다. 이 휴가법의 장점은 무의미하다는 데 있다. 모두가 의미있는 휴가를 보내겠다며 땀을 뻘뻘 흘릴 때 비로소 그 진가가 나타난다.
방에서 보내는 휴가법 2
어제 지도책을 구입했으니 그것을 활용한 휴가법 한 가지를 더 말씀드리겠다. 역시 무의미한 휴가법이니 진지하게 듣지 않으셔도 되겠다.
오늘은 흰 종이와 필기구와 깨끗하게 치워진 책상, 1000원짜리 노트도 필요하다. 방에서 휴가를 보내실 분들에게 충고 하나 하자면 깨끗한 책상, 이거 정말 중요하다. 안되면 식탁을 이용하라. 최소 1미터x1미터의 텅 빈 공간이 있어야한다. 그 공간에 흰 종이를 올려놓고 매우 불가능해보이는 프로젝트를 몇 개 적는다. 예를 들면 남극탐험, 에베레스트 등반, 컨테이너 선으로 인도양 횡단, 경비행기 대서양 횡단, 열기구 타고 유럽 가기 등이다. 스킨스쿠버 자격증 따기 같은 ‘쉬운’ 것은 쓰면 안된다. 그 중에서 에베레스트 등반을 골랐다면 준비한 노트의 표지에 자랑스럽게 <에베레스트 등반>이라고 쓴다. 그리고 정말로 간다는 기분으로 필요한 것들을 적는다. 인터넷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체력훈련, 등반팀 모집, 스폰서 섭외, 네팔 비자 발급등의 일정을 체크한다. 서점에 나가 “희박한 공기 속으로” 같은 에베레스트 등반기를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진지하게 무의미한 일을 계속하다보면 휴가는 금세 지나간다. 그리고 어쩐지 에베레스트를 다녀온 것 같은 기분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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