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지하철을 타고 시테섬으로 가서
노트르담 성당의 그레고리안 미사에 참여해 보았습니다.
큰 성당에서의 제의 참여는 여행자에게
매우 이색적이고 성스러운 체험을 선사하곤 하는데
파리같이 역사가 깊고 잘 보존된 거대한 중세도시라면
특히 놓칠 수 없는 기회입니다. 성당에 입장하는 순간
우레와 같이 압도해오는 풀포스의 파이프오르간소리는
이곳이 신이 지배하는 공간임을 우렁차게 선포하고 있었습니다.
키리에 엘레이존, 하고 시작되는 복잡하고 다양한 신앙고백들과
온갖 세균 박테리아를 박멸하는 듯한 제향의식,
그것에 동원되는 진기한 제기나 촛대 및 소품들,
신구세대 조화가 잘 이루어진 듯한 흰옷입은 남녀사제들의
대위법적인 제의집행방식을, 종교적이기보다
심미적 관점에서 지켜보았다고는 하나
그런 저의 마음에도 정화감이 일었습니다.
이날 오후엔 샹젤리제 거리에 있었습니다.
길을 걸었고
점심을 먹었고
고몽 영화관에서 마침 그 주에 개봉한 [인투 더 와일드]를 보았습니다.
[인투 더 와일드]는 집과 가족과 물질을 버리고,
성공과 행복을 약속해 주는 모든 기득권과 커리어와
심지어 모든 관계와 인연을 부정하고 절대고독의 야생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간 한 어린 구도자의 전투적인 사회적 소멸 과정을,
시정어린 화면에 담아 사유한, 숀 펜의 대단히 이모셔널한 작품이었습니다.
눈물을 닦으며 극장을 나온 게 초저녁..
전구트리로 장식된 거리가 매우 아름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