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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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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제주에 간 승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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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승민이가 2주짜리 영어캠프 참가차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보충수업을 다른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아침 일찍 지하철로 김포공항에 데려다주고 수속절차 밟고
아이와 헤어지고 돌아오면서.. 이런저런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승민이를 처음 영어캠프에 보낸 것은 재작년 여름이었어요.
형님이 6학년 5학년인 딸 둘을 캠프에 보낸다고 해서
적지않은 비용이었건만 그참에 3학년 승민이도 묶어서 보냈던 것이죠.
마침 형님네나 저희집이나 비슷하게 1년간의 미국체류를 앞두고 있던 때였는데
윤선생 학습지류 말고는 딱히 영어공부라는 것을 시켜본 적이 없어서
마음이 조급하던 터였거든요.. 그렇게 해서 경기도 어디메 산속에서
사촌인 지윤 지원 누나와 함께 2주짜리 영어캠프를 했던 것이 처음이었고
저희로서도 아이를 집 떠나보내 그렇게 오래 떨어져 있어보기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미국에 있을 때 두 종의 캠프를 보냈었군요..
여름방학중 캠프라는 것이 미국에선 의례적인 아이들 방학프로그램이며
종류도 가지각색,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어 있는 것 같았어요.
대략 2월경부터 여름캠프 안내가 시작되는데.. 인기있는 것은
일찌감치 등록이 마감되기도 해서 엄마들 간에 정보교환이 중요하고
등록기간을 놓치지 말아야 하고.. 뭐 그런 상황이었죠.
여하튼 저도 여차저차해서 학기초에 두 종의 캠프를 등록해 놓았었고
여름방학이 되자마자 커뮤니티 센터에서 하는 4주짜리 캠프를 먼저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7월이어서 지금 이맘때 선명하게 기억이 나요.
타운에서 실비로 운영되는 캠프라 저소득층자녀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았는데
아침저녁으로 데려다 주고 데리러 가면서 들여다 본즉슨
절대 대단한 거 아니고 우리나라 학원들처럼.. 일 나가는 부모 대신
방학중 아이들 보살펴 주고 놀게 해주는 프로그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비용이 싸다고 좋아했더니 점심도시락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캠프 기간마저도 아침에 도시락과 간식을 챙겨보내느라 진땀이 났었구요.
자, 오늘 얘기하고 싶은 것은 두 번째 캠프에 관한 것입니다.
아이들 영어가 좀 늘려면 오버나이트 캠프를 보내는 것이 좋다는 얘길 저도 주서들었죠.
해서 승민이 담임선생님이 추천하신, YMCA에서 주최하는
캠프 카나타를 2부순서로 등록해 놓았더랬어요.
이국땅에서 아이와 떨어져 지내는 것도 걱정되어 딱 일주일짜리만 신청했는데
그 1주일짜리가 앞에 타운에서 하는 4주짜리 캠프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었구요.
호수에서 수영도 하고 서바이벌도 하고 승마도 하고
액티브한 체육활동 중심의 꽤 고급스럽고 산뜻해 보이는 프로그램들이더라구요.
승민아빠와 사전답사를 해놓고 당일날 승민이를 데리고 갔답니다.
그런데.. 입소하던 그날 승민이의 표정과 행동이 지금도 안 잊혀집니다.
일고여덟 명 정도가 캐빈이라고 하는 한 오두막에서 함께 지내게 돼 있는데
100프로 백인으로만 구성된, 그 낯선 아이들을 보는 순간, 그 왜,
어딘지 모르게 백인아이들 (집단) 특유의 거만하고 거리낌없어 보이는 태도들을 접하는 순간
승민이가 눈에 띄게 긴장하는 거에요.. 거의 신경쇠약환자처럼 불안초조해진 모습으로
안쓰러울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면서 엄마아빠한테 짜증을 부리고..
그런 모습을 뒤로 하고 돌아나오는 마음이 당연히 편치 않았죠.
걱정 말고 하늘에 맡기자, 까짓거 일주일이니까 어떻게 지가 적응하겠지,
하루이틀 지나면 나아지겠지, 친구도 사귀고.. 이렇게 마음을 달래며
캐빈 담당교사인, 형처럼 듬직하게 생긴 대학생 발런티어 두 명의
쾌활하고 다정한 인상을 믿고 저희는 집에 돌아왔고..
어린 자녀와 물리적으로 떨어져 지내게 된 엄마아빠들이 으레 그렇듯
그날 저녁부터 승민이의 빈자리에 울적해하며
그저 시간이 가기만을 바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주가 끝나갈 무렵 금요일쯤에 드디어 저희는
카나타에서 날아온 승민이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캠프 첫날이나 둘쨋날쯤 부모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 시간이 거기도 있었던 거죠.
우리네 교회수련회도 그렇고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아람단 우주소년단도 그렇듯
세상의 모든 캠프는 본질적으로 군대 조직이고 군대 프로그램이니까요.
그때 그 편지를 오늘 소개하겠습니다..
승민이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가 있지만 지나간 일이고
아프게 새겨진, 일종의 훈장 같은 것이니까요..
지난 한 해 미국생활하며 숙제든 편지든 일기든 간에
승민이가 영어로 작성했던 이런저런 글들이 있는데
문법이나 철자의 오류들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잘쓴 글은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습니다.
걱정과 염려 한편으로 군대 간 아들에게서 날아온
기특하고 늠름한 편지 받아보는 엄마의 설레는 심정으로 봉투를 연 저는..
I'm sad, I hate this camp가 반복되는 이 편지를 읽으며 가슴이 미어졌고
그날 밤 잠을 못이루면서 내 다시는 캠프라는 걸 보내지 않으리, 하고
이를 악물고 다짐하였더랬습니다.
Dear Parent
Hello mom and dad.
I'm sorry for angry at first of the day.
I very very want to meet you.
I'm sad.
I don't like this camp.
Thank you for signed up 1weeks.
If you signed up for 2weeks, I'll be very sad.
I don't like this camp.
I took swim test.
I received blue band.
It means, I can go into little deep water.
Well, Jason help me some.
My 2friend's name is Chris and Steve and Ruby.
Here's no asian.
I hate this camp.
Sincerly,
from Min
녀석이 추가로 캠프기간을 연장할까봐 아주 겁을 먹었던지
편지와 함께 일기 몇 장도 동봉하였더군요.. 거기엔
첫날인가 둘쨋날인가 체육관에서 혼자 울고있을 때
담당선생님인 제이슨이 와서 위로해 줬다는 얘기,
남들은 다 준비해 왔는데 자기만 부착형 선풍기를 안 가져왔다는 얘기,
벌레물린 데가 팅팅 부어 시퍼렇게 변했다가 터진 얘기,
엄마가 80불이나 추가로 내며 승마 신청을 했는데
사무착오로 등록이 안 되어 안 되는 말로 담당선생님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답답하고 화났던 얘기, 나는 왜 이렇게 겁이 많을까, 하는 한탄..
이런 것이 기록돼 있었습니다.
저는.. 부모가 물심양면으로 잘하자고 한 짓도
아이한테 불행이 될 수 있다는 걸 이때 절실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안쓰러운 마음만큼 속상하고 야속한 마음 이를 데 없었구요..
그 기나긴 한 주가 끝나고 드디어 아이를 데리러 간 날..
이별하는 친구들과 사진 찍는 시간조차 귀찮다는 듯
파샥 삭은 얼굴로 다가와 빨리 집에 가요, 하던 승민이.
요컨대
승민이에게 캠프에 얽힌 개인적인 아픔, 즉 문화충격이 있었다는 얘기쯤 되려나요..
그런데.. 그래놓고.. 이번에 또 캠프를 보냈습니다.
반 년 이상 영어를 전혀 안하고 있어 그나마 1년 배우고 온 거마저 다 까먹겠다 싶던 중
아빠 회사에서 다소 저렴한 비용에 단체로 등록하는 기회가 와서
영어도 영어지만 제발 컴퓨터게임 좀 그만하고(승민이는 중독에 가까워요)
가서 바람 쐬고 놀다오라는 뜻에서 보내게 된 것이죠.
어차피 초등5학년짜리 남자애가 방학중 복더위에 엄마랑 집구석에 같이 있어봐야
뻔할 뻔자 서로를 할퀴는 재앙의 시나리오 아니겠습니까..
영어캠프라지만 그래도 이번엔 한국땅이고 한번 가본 제주도이고
또 아빠 회사친구 아들인 동갑의 승한이와 함께 간 것이니..
무엇보다도.. 이제 승민이도 짧은 요 몇 년 사이
제 나름대로 파란만장한 경험을 쌓은, 벌써 5학년의 베테랑이니..
잘하고 돌아오겠지요..
단 일 년이었지만
서울 떠날 때 아기였던 얼굴이
서울에 돌아왔을 때 소년의 얼굴이 된 데는
저와 같은 사연들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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