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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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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지원이의 부산 태종대 여행(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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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가 근무하는 학교 고3인 유지원 학생의,
수능 백여 일 앞둔 부산 여행기입니다.
이메일로 보내온 것을, 허락을 구했.. 다기보다는
반강제로 통보하고 가져왔답니다, 이런.
양심적인 저로서,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긴 싫군요.^^
언어영역 점수가 저보다 잘나오는 녀석이라선가,
글도 괜찮습니다.. 뭐 글보다 말은 더 출중하지만..
(지원아, 너는 구술면접 보는 학교로 가야 유리하니라<--압박)
이 시점의 부산 여행.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이자 애달픈 해방감이었을 것입니다.
<부산 태종대 여행(상)> 유 지 원
2003년 7월 26일, 그날이 나 수능 디데이 102일이었어...
빌어먹을 토요일 보충수업 끝까지 들어주구, 오후 2시쯤에 서울역 갔다.
내가 며칠전에 기차표를 사놨었거든...
26일 경부선 무궁화호 막차... 다음날 3시 22분 부산역 도착하는거...
그날 내가 대전을 들렀어... 상필이형이라구, 어쨌든 꼭 봐야할 사람이 있어서...
음... 기차가 밤 12시쯤 되서 대전역을 지나더라...
아무튼 그때부터가 시작이었어... 23시 46분 대전역, 부산행 705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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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부터 준비했던 여행이라, '이례적으로' 좌석표를 가지고 있었다
떠나기 11일 전이었던가... 학교에서 고3 100일 어쩌구 분위기 슬슬타고 있었을때...
문득 '7월 27일 일출은 태종대에서 맞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삘 꽂혀서 하던거 다 접어버리고 30분만에 청량리역 플랫홈에 서본적도 있던 나지만,
멀쩡한 고3 학생으로서 100일날 혼자 부산바다를 가겠다는 생각을 하다니...
부산행 막차 좌석표, 예비 배터리까지 꽂힌 MD플레이어, 쿨 16개,
그리고 이틀전부터 충분히 저축해둔 수면량과 덕분에 갖춘 풀 컨디션,
태종대 일출이라는 목표.
이정도면 정말 많이 준비하고 간것이다
내 자린 오른쪽 창가쪽이었고, 옆에는 어떤 아저씨가 앉았다
나중에 동대구에서 내리던데... 내내 신발을 벗고 발을 긁는 짓을 반복했다
처음엔 그려려니 했는데, 이어폰에서 소리가 샌다고 볼륨을 줄이라길래...
그때부터 못마땅하더라구...
밖엔 그냥 까만 밤이구 나트륨등만 멀리 지나가는 창인데,
3시간 반동안 그것만 보고 있었다
영천인가 지났을때 까페라떼를 하나 사먹었고,
(철도청 홍익회에서는 500원짜리 레쓰비는 안 판다. 그리고 까페라떼는 1000원이다)
동대구역에선 내 옆자리의 아저씨를 비롯한 꽤 많은 승객이 우루루 내렸고,
경산을 지났을때 세수를 한번하고 듣던 음악을 바꿨다
그리고 밀양역에선 잠깐 기차에서 내려 답답한 공기를 뱉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들어왔다
그렇게 시원하더군, 2시 30분쯤 밀양역 밤공기.
삼랑진역에서 뒤에 오던 새마을호 열차를 먼저 보내느라 6분 연착.
(새마을호 먼저 보내니깐 몇분 기다리겠다는 안내방송을 듣고,
처음엔 '기차표 싼거 샀다고 무시하는거야 뭐야! 왜 쟤네가 먼저 가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깐 안그러면 새마을호가 무궁화호 뒤를 들이받게 되더라고...)
3시 28분에 부산역에 도착한다
열차 문 열리자마자 희미하게 비릿한 바다냄새가 느껴지는듯 했다
내려서 검표대까지 오면서 피곤한 목소리의 경상도 사투리도 들리고,
신축역사 공사때문에 바뀌긴했지만 눈에 익은 부산역 광장이 보이니까
내가 부산에 지금 바다보러 왔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부산역 건너편에 편의점이 보이길래, 지하도를 건너서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하도를 빠져나오는 순간, 어떤 아줌마가 내게 말을 건다.
"쉬었다 가세요..." (물론 경상도 억양으로)
생각해보라.
혼자서 부산에 여행을 왔는데, 따뜻한 캔커피 마시려고 길 건너편에 보이는 편의점을 본다.
길을 건너려고 지하도를 빠져나오는데, 이 머나먼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쉬었다 가'라니... -_-?
당연히 한방에 이해를 못하지 않겠는가??
벙찐 표정으로 서있는 나에게, 그 아줌마는 나를 좀 더 살펴 보더니
"에이... 학생이네"
라는 의미불명의 혼잣말을 남긴채 저쪽으로 가버린다
그제서야 이해가 되더군.
그렇다. 나는 전국 모든 철도역 근처에서 '홍등가'가 있다는 사실을 깜빡했던 것이다
우핫핫핫핫!!!
고3 100일 기념으로 맘잡구 멋있게 부산 바다를 보러 왔는데,
역에 내리자마자 처음으로 당한게 홍등가 호객행위라니... -_-;;;;;
참... 깨더라...
어쨌든 커피한캔 사서 마시고, 택시를 잡았다
부산역에서 조금만 가다보면 영도다리가 나오고, 영도다리를 건너 영도를 들어가서
한동안 달리면 태종대가 있다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할증시간대였지만, 새벽 3시에 버스나 지하철은 안 다닌다
아, 가면서 택시기사가 한 말이 기억난다 (역시나 경상도 사투리다)
'우리가 부산에 살면서도, 항상 바다를 보면 그냥 좋다' 고 했다
그러는 그 기사아저씨의 표정이, 단지 부산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서울 이방인인 나에게
굉장히 자랑스러워하는것 같았다
그러면서 태종대에 이 시간에 올라가려면 어떻게 가는게 좋다...
다대포 해수욕장 옆에 '보름대'(맞나?)라는 곳이 참 멋있다고...
이동네 좋은 걸 하나하나 다 설명해 주고 싶어 하는것 같았다
핫핫핫. 아저씨가 그렇게 자랑 안 해도 난 충분히 부럽다고요.
심야할증붙은 부산역 ~ 태종대입구 간 택시요금 7560원.
열차안에서 오른쪽 창만 보면서 온 탓에 약간 뻐근한 어깨와, 조금 피곤한 눈.
27일 03시 55분.
드디어 태종대 도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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