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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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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지원이의 부산 태종대 여행(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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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군에게서 여행기 하편이 도착했습니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 홈페이지에 전격공개, 라는 사태에
당혹스럽고 또 분노한 나머지, 하편은 커녕
사제간 인연까지 끊자 할까 봐 전전긍긍하던 차에 이런 기쁨이!
오, 어젯밤 물을 주었더니 오늘 아침 싹이 나 있더라는
까마득히 잊혀진 교육자의 전설을 알고 계시는지..
'상편이 있으면 하편이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하편을 다 썼습니다.
선생님 게시판에 올라갈 것을 의식하진 않았지만
약간의 변함도 없었다고 말할 자신은 없네요..'
이런 문구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여행기 속의 다음과 같은 기개 넘치는 문장엔
그저 미소지으며 밑줄을 그을 따름입니다.
'나의 이번 여행을 아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대부분 이 여행을 100일 앞의 수능시험과 연관시킬 때, 그리고 다른 이유를 찾지 못할때,
굉장히 기분이 나쁘다.'
<부산 태종대 여행(하)> 유 지 원
내가 그곳에 도착 했을때 가장 먼저 내 눈에 들어온것은,
없 었 다.
새삼 깨닫게된 일이지만 새벽 4시엔 깜깜하더라...
뭐가 보여야 말이지 -_-;;;
그래도 꽤나 유명한 관광명소일텐데...
새벽 4시의 태종대는 정말 무서우리만치 깜깜했다
길가엔 꽤나 멋지게 생긴 나트륨 등이 있었지만, 하나도 켜져있지 않았다
타고 온 택시의 헤드라이트 빛이 사라지자 눈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고,
머리 위를 쳐다보면 어두운 남색 하늘에 별빛만 몇개 눈에 띄었다
(흐린 날씨여서 북극성만 겨우 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북두칠성 7개를 다 보면서
'아... 저쪽이 남쪽이구나...' 같은 생각을 할 여유따윈 없었다)
슬슬 어둠에 눈이 익어 바로 앞의 길정도는 분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때,
비로소 '앞으로 걷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아주 일반적인 숲속의 도로다
산악지형에 만든 길이라 적당한 경사도를 가지고 있고, 또 적당히 가다가 구부러지는 길...
편도 2차선이고, 과속 방지턱 같은건 없었다 (이니셜 D가 아닌 이상 여기서 과속은 무리다)
도로의 왼쪽은 숲속이었고, 오른쪽엔 인도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인도의 오른쪽은 절벽이고, 그 절벽의 오른쪽이 부산 바다.
난 평소에 스스로를 두고 '겁이 없다' 고 자신있게 말해왔지만,
솔직히 이정도 레벨의 담력시험 장소에선 멀쩡히 걷기 힘들것이다
사람은 하나도 없고, 전등은 모두 꺼져있다
눈 앞에서 대략 20m앞 까지만 보이는데, 숲속에선 정체모를 새 울음소리만 들린다
(나중에 해가 뜨고 나니 이 소리는 '부산의 아침을 여는 자연의 소리' 가 되었지만,
적어도 4시 30분까진 '전설의 고향 최다 삽입 효과음' 정도의 소리였다)
길가에 세워져있던 대리석으로 된 식수대를 멀리서 보고, 흰 옷입은 사람인줄 알았으니... ;;
아무튼... 깜깜할때 태종대가면 무섭다
가장 날씨가 더운 7월 하순에, 그것도 머나먼 남쪽 끝의 부산으로 갔는데
반팔 남방 하나도 버티기엔 꽤나 추운 날씨였다
아니지... 춥다기 보단 정말 시원하다
바닷바람이 쏴~ 하고 불어주면
소금기 있는 비린내와 숲속의 희미한 흙냄새가 섞여오는데,
'무궁화호 3시간 갇혀있다 마시는 밀양역 2시 30분 밤공기' 만큼이나 시원하다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태종대 도로는 섬 끝을 따라 4km정도 되는 순환도로이고,
사람들은 그 일대를 '태종대' 라 부른다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나는 그 '순환도로' 를 '반대로' 돌았다 -_-;;
(생각해보라구!! 강변에서 잠실을 가는데, 시청 신도림을 다 지나고 당산철교를 건넌다고!!)
출발하기 전 한미르 지도검색에서 몇번이나 눈에 익히고 간 태종대 지리지만,
그 컴컴한 곳에서 목표대로 길을 찾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4시쯤에 이곳에 도착해서 35분쯤 걸었다
비탈길이 많았고 꽤 빠른 걸음이었던 터라 몸이 후끈해질 정도였다
태종대의 남쪽 끝, 전망대에 도착했다
아직 해는 뜨지 않았고, 바다에는 오징어잡이 배의 백열등 빛이 멀리서 보인다
낮에는 꽤 사람이 많이 찾아오는 곳인지 전망대 건물에는 레스토랑과 매점등
여러 편의시설이 있었지만, 한동안 그곳에는 나 외엔 아무도 오질 않았다
가끔씩 새벽조깅을 하는 부산 영도 주민들이 멀리서 보일 뿐이었다
덕분에 한시간 정도 태종대 일출이라는 절경을 혼자서 감상하는 행운을 누렸는데,
핫핫핫... 그동안 착하게 살았던 탓이라구...
까만 새벽에 태종대 남쪽 끝에 도착한 4시 37분 부터 해가뜨는 대략 한시간 동안,
내가 뭘 했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실제로도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착실한(믿어달라) 학교생활을 하는 대한민국 고3 학생으로서,
수능 100일전 보는 바다는 꽤나 특별하다
아, 그렇다고 해서 나의 이 여행은 무슨 수험 어쩌구 하는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그냥 '가고 싶어서 간 것' 일뿐...
다만, 귀찮은 생활을 앞두고 깔끔하게 마음을 다잡을 기회가 됐다는 것 뿐이라구...
나의 이번 여행을 아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대부분 이 여행을 100일 앞의 수능시험과 연관 시킬때, 그리고 다른 이유를 찾지 못할때,
굉장히 기분이 나쁘다.
수능, 입영 따위의 이유가 있어야만 이런 여행을 올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불행한 사람이다
갑자기 삘이 꽂혀서 지지리 청승맞은 짓을 하고 싶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수능, 입영등의 이유 외에, '실연' 같은건 인정!)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대다수의 학생들의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의 계기가 되긴 하지만,
...로또복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다시한번 말하자면, 난 수능시험따위의 이유만으로 바다보러 오는 하찮은 인간이 아니라구!!
날이 밝자, 관광객들도 하나둘씩 출몰하기 시작했고
나는 영도등대를 보기위해 절벽길을 내려갔다
영도등대와 그 주변은 현재 공사중이더라
'한미르 관광지 정보' 에 있는 사진처럼
맑은 태양과 파랗기만한 바다, 깔끔하게 정돈된 관광로를 기대했으나
아무리 아름다운 해변이라도 포크레인으로 몇번 갈아놓으니 면목고 운동장만큼 황량했다
그러나 그렇게 망가진 해변으로 인해 뜸해진 관광객의 발길 덕분에
나는 태종대 자갈마당 옆 바위에 혼자서서 아무도 없는 바닷가를 감상할 수 있었다
후... 당연히 멋있다...
다만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오른쪽으로 30도 이상 고개를 돌리면 대우중공업 포크레인이 눈에 들어온다는 정도...
아, 지금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영도등대쪽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본 표지판이 매우 웃긴다
'이곳은 간첩 출몰지역이므로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
...그러나 어쩌구 저쩌구를 위해 민간인에게 개방합니다'
저렇게 심각한 내용의 반전이 있는 표지판은 처음이다
간첩 출몰 어쩌구하면서 왜 민간인한테 개방하는건데...
새벽 4시경에 태종대에 도착하고나서 이제 7시가 되었다
3시간 밖에 안 지났는데 깜깜했던 이곳은 지금 완연한 아침이다
바다한테 '겨울에 또 온다' 라고 말한 다음에 발길을 돌렸다
(S.E.S의 바다를 말하는게 아니다 -_- 바다를 의인화했을 뿐이라구...)
돌아내려오는 길에 어떤 아저씨한테 물어서 부산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러고보니 이번 부산여행에서 만난 몇 안되는 사람들 모두가,
내가 서울 사람이고 여행삼이 이곳에 왔다는 것을 알면
택시기사든 편의점 알바생이든 내게 친절한 설명을 해준것이 기억이 난다
새벽부터 웬 서울 녀석이 불쌍한 꼴을 하고서 헤메는 것이 뭣해 보였는지,
묻지 않는 것까지 참 자세히도 알려주더라
그러면서도, 서울사람인 나에게 부산을 굉장히 자랑해댔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최근에야 알게된 것인데
지방 사람들은 자신의 고향에 대한 애착이랄까... 자존심이랄까...
굉장히 강하다
(충청도 사람인 사촌앞에서 LG 대 한화전을 봤는데, LG응원 하다 죽을뻔 했다)
내게는 과연 내가 사는 곳에 대해 자랑할 것이 뭐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중화동 곱창골목밖에는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젠장...
7시 50분쯤 부산역에 도착해서 대충 배고픈 배를 채웠다
도대체 이놈의 삼각김밥은 질리지도 않는다
부산에 와서 까지 내 식단은 변함이 없다
지갑안의 돈이 변함이 없다고 해야하나...
돈없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왕뚜껑과 참치김치 삼각김밥의 조합은 소중한 밥줄이다
(아주 가끔씩, 왠지 사치를 부리고 싶어지는 날이면, 1100원짜리 참깨라면을 사먹는다)
8시 15분 부산발 서울행 무궁화호를 탔다
불과 5시간쯤 전에 도착한 부산이다
큰맘먹고 무리해서 감행한 여행이지만, 나는 5시간 동안 충분한 여행을 했다고 생각한다
기차탄게 11시간이고 정작 태종대에서 보낸 시간은 3시간 남짓이지만,
시간이 뭐가 중요하겠나...
부산까지 와서 해물탕 한그릇 못먹고 가는게 아쉽긴하지만...
재작년부터 매년 여름마다 부산에 오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 버렸다
(매년 이렇게 상식을 벗어난 여행을 하진 않았다
이때까진 항상 피서등을 목적으로 여럿이 왔었다구...)
작년 8월인가 부산역에서 서울행 막차를 타면서
부산항을 바라보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 아마 '또 온다' 비슷한 다짐을 했었다
그래... 나... 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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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 타구나서 잠이 들었는데, 눈떠보니깐 영등포 지나구 있더라구...
시계보니깐 1시 30분쯤... 서울역에 내리니깐 정확히 1시 36분이더라...
딱 13시간 50분 걸렸어...
그리고 나서 곧장 종로로 온게 바로 아까의 일이야...
지금 2박 3일째 올 나잇 때리느라 컨디션이 말이 아니라구...
그러니깐 고만 좀 따라라... 임마...
나 내일 학교가야 돼...
응?? 막차 끊겼네...
에라 모르겠다...
내일 제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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