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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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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체육부의 발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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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교에 부임한 올해..
알 수 없는 하늘의 섭리로 (문화)체육부실에 제가 기획으로 있지요.
한 방에 계신 세 분 중 두 분이 체육선생님이고 한 분은 수학선생님인데
각각 54년생 57년생 58년생 남자분들로
다들 경력으로나 잡기로나.. 하여튼 뭐로나 한 카리스마하십니다.
우연히 저 포함 네 사람 모두 혈액형이 B형이어서
저로서는 이 세 오라버니를 모시면서 B형일반 내지 남자B형을
연중 인류학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기회가 되고 있죠.
세 분 다 어디 가서 쫄따구는 절대 못할 보스기질의 소유자시면서 동시에
무지막지한 애주가들이어서 정말 이틀이 멀다하고 술약속에
수업들이 없으신 오전은 명정40년에 절간 분위기.
오늘 앞에 계신 체육선생님께
지단 박치기 보셨어요? 했더니 시큰둥하시더라구요.
월드컵 끝나고 허전하던 중 마침 기말고사가 끝난 어제부터
교내 축구예선전이 시작되어 운동장에선 비가오든말든
학급간 경기가 한창 열이올라있는 상태라 신이 난 저는,
거기서 물러서지 않고 축구 재미있죠 선생님? 하고 한 마디 더 던져보았죠.
그러자 엥.. 단호하게! 저는 재미없어요 하시는 거예요..
그럼 뭐가 재밌으세요? 했더니.. 여자골프가 제일 재미있으시답니다.
작전 다양하고(홀마다 광대무변한 코스공략법)
육체 접촉 없어 더티플레이 없고 깔끔하고 젠틀하고 또 우아하고..
과연 골프광다우신.. 골프 약속 잡아놓은 날이면, 소풍 가는 날 잠이 안 와
새벽부터 일어나 들썩거리는 어린 아이 심정이 된다 하시네요.
근본적으로 마초이고 맨 오브 액션이며
여성보호정신(기사도)'의 세계관이
몸에 밴 분들이라는 점을 제외하고 체육선생님들 의외의 특징이라면..
당사자는 그 누구보다 운동 두루 좋아하고 즐기시지만
남들한테 운동해야 된다느니 운동 좀 하라느니 이런 말 절대 안하신다는 점.
어찌보면 육체를 연구하고 전공으로 하다보니 인간의 몸에 대해 더 현실적이랄까..
운동과 건강에 대해 회의주의자적인 면모를 더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여자골프 매력있다고 하시는 이 선생님은
실은 서울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오래 하신 분이죠..
지금도 동대문운동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내내 체크하시는 게 일과이고 서울고 경기 있는 날은 당연히 술약속.
골프도 그렇지만 축구보다 야구인 게
지능적이고 합리적이고 젠틀하다는 것이죠..
발로 하는 것은 손으로 하는 것보다 부정확하고 오류가 많을 수밖에 없어
전략전술짜기가 애매하고 판정시비가 난무할 수밖에 없다는 것.
실은 그런 변수들이야말로 바로 축구의 매력이라고 저는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어쨌든 골프는 대단한 멘탈 스포츠라고 주장하시네요..
어느 스포츠가 안 그렇겠나마는 골프 역시
자기와의 싸움이고 자기 한계와의 싸움이라고.
요기서 저는 축구를 업으로 하면서 동시에 골프에 몰두해 있는
세브첸코 선수가 잠시 떠올랐답니다..
참, 말씀 끝에 조언 한 마디가 꽂히는군요.
"김주향 선생도 내가 보기엔 궁극적으로 추천할 만한 스포츠는 골프밖에..
무시해서가 아니라 내가 파악한 바로는 성정이.. 골프가 제일 낫지 싶다"고..
무시해서가 아니라, 는 양보절이랄지 조건절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교무실 내 자리에 앉아 온종일 수업 들락날락 외에는
꼼짝도 안하고 사는 저를 반 년 동안 보시고서 내린 쓰라린 조언이라 생각되지요..
예컨대 테니스같은 것은 대단히 격한 스포츠라고 하세요..
늙어서까지 즐길 만한 스포츠는 절대 아니어서
환갑 넘어 테니스하다 쓰러져 죽은 사람도 꽤 봤다고.
그러니 테니스 하는 여자들은 진짜 독하고 모질다고.
헥.
아, 여기에 승민아빠까지 초를 치는데..
교내 지하에 골프 연습실도 떠억하니 있겠다.. 이 학교 근무하는 동안
대학 동문 선배이시기도 하고 승민아빠와 우연히 이름이 같으신 이 선생님께
기초 훈련 좀 받아보라고 아예 그러네요.. 자기도 못하면서 참.
어떻게어떻게 배운들 팔십 노인의 신체상태로 주말이면 자빠져 있기 일쑤인 우리 부부,
더군다나 승용차도 없는 주제에 그 비싸다는 '휘얼드'(옆자리 수학선생님 본토발음)에
나갈 역량이라도 되는 것인지?
거기 쓸 돈 있으면 골프 말고 하고 싶은 게 당장 스무 개도 넘는데 말이죠..
골프라..
골프 천국인 미국에 1년 살면서 골프의 골자 근처도 못 간 난데..
뭐.. 제가 쩜 럭셔리하긴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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