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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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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첫봄에서 끝봄, 타이수키에서 타이오키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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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봄을 느낀 것은 지난 2월..
쏘피님, 너구리님과 삼성미술관인 리움을 구경한 날이었습니다.
한강진역에서 미술관까지 올라가는 길은
그와 비슷한 계절, 비슷한 광선 아래, 바르셀로나 외곽의
피게레스에 있는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올라가던 길과 흡사했는데..
이렇듯.. 살면서 불시에 습격하는 시공간적 데자뷔의 열전을
완성하기 위해 우리는 꾸준히 여행이라는 것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리움에서 좋았던 것은 삼성가 콜렉션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고미술 섹션의 진귀하고 아름다운 청자들이었습니다.
그 물병, 그 항아리, 그 연적, 그 그릇 들 하나하나가 주는
기쁨과 위로는 이루 형언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푸른 물병 하나를 소유하기 위해 타워팰리스 한 채값을
(누군가는)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아니 어쩌면 그 감명과 찬탄은 예술품의 물적가치를
예술품에 역으로 투사한 결과로 발생한 것이었을까요?
그리고 그날.. 리움을 나와서 타이수키라는 식당엘 갔었죠.
안 그래도 타이 음식에 빠져 있는데다
그날 이후 더 잊지 못해 요 몇 달 동네에서 타이 음식점을 찾아다녔어요.
송파의 라야라는 곳엘 가보았지만 뭔가 부족하다 싶어
다시 이태원쪽으로 조사를 해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이번에 간 곳은 타이오키드라는 식당.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아, 2월에 갔던 타이수키 바로 위층이지 뭐에요.
그 퀴퀴하고 지저분한 건물 입구..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니 토요일 저녁 이태원답게
와글와글 생기 넘치는 국제적인 분위기여서
채플힐에서 자주 가던 타이/말레이시아 식당 페낭의 분위기도 떠올랐습니다.
음식은.. 워낙 표준화된 것들이라 맛이 더하고 덜함을 못 느낀 반면
후식으로 먹은 뜨끈한 바나나코코넛국에는 아주 눈이 돌아가 버렸답니다.
우윳빛 코코넛이라면 저 아주 환장을 하지요..
황혼녘 택시를 타고 강변북로로 식당까지 가던 길..
식사 후 걸어다닌 이국적인 거리..
근처 온 김에 타고 올라간 남산 케이블카..
우리 기쁜 Enchanted April..
이리하여 어느덧 서울도 객수의 대상이 돼 가는 모양이죠.
그날이 올해의 끝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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