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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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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제주도 여행기 1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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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 신혼여행때 간 제주도는 허니문의 배경으로서 이외엔,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무릇 신혼여행이라 할 때, 제주도면 어떻고 설악산이면 어떻고 하와이면 어떻고
시베리아면 어떻고 뒷동산에 텐트 치고 야영을 한들 무슨 차이가 있겠나요.
여행이 무엇인지도 모를 적, 남들 가는 제주도로 간 것이었고
가이드 따라다니며 어설픈 표정 지으며 줄창 사진 찍고 그랬죠.
그짓 안 해도 되는 제주도 여행이라 좋았구요.
때맞춘 계획은 아니었으나 어쩌다 보니 결혼기념일 어름이었네요.
요컨대 십 년만에 다시 온 생애 두 번째 제주도 여행이었습니다.
관광코스가 워낙 잘 개발되어 있는데다.. 또 제 나름대로
여행지내의 이런저런 목표 설정에는 소신이랄까 고집이 있는지라 쉽게 다녔어요.
시시콜콜히 적을 필요도 없이 곧장 핵심포인트 들어갑니다.
사진은.. 올려놓고 나니 실력이 모자라서인지 채도가 현저히 낮아 보입니다.
1. 우도와 성산일출봉
제주도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제주도는 그저 제주 아일런드이더라.
이것이 제주도에 대한 종합적인 인상이었습니다.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시야에 들어오는 야자수, 감귤나무 같은 난대성 식물 하며
반도 내륙의 흔하디 흔한 산악지형과는 전혀 다른,
화산섬다운 풍요로운 지질학적 생태학적 특질들.
결국 이국성을 말함인데 그 이국성의 정수를 저는 소문난 우도에서 물씬 느꼈습니다.
성산포항과 우도를 왕래하는 페리는 운치가 그만이더군요.
하긴.. 섬으로 가는 뱃길은 언제 어느 때나 행복하였던 것 같습니다.
난니 모레티의 저 행복한 영화 [나의 즐거운 일기]를 보셨는지요.
거기서 주인공이 친구와 함께 했던 군도 여행 에피소드, 꼭 보시길요.
스트롬볼리나 살리나, 리파리 같은,
이탈리아 남부 시실리 섬 근처의 작은 섬들로 이어지던 뱃길.
섬에서 섬으로 가는 바다 위의 나는 행복하다.. 주인공의 독백이었던가요.
맨하탄 섬 남단에서 스탠튼 아일랜드로의 왕복 페리,
삼천포항에서 남해섬으로 가는 도선,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잇는 페리,
마르세유항에서 출발하는 지중해 깔랑크 코스,
스페인 남단 알헤시라스항에서 지브롤터를 거쳐
모로코 탕헤르항으로 가는 대륙간 해협 운항..
그리고 섬 속의 섬, 우도로 가는 뱃길.
우도봉의 침식 지형 아래 고여있던 맑고 푸른 바다.
유채꽃과 제비꽃이 끝없이 잔잔한 화음을 이루던
녹색 초지의 그 부드러움과 평화로움.
어디 머나먼 지중해에 온 기분이었습니다.
우도 일정 전후로 거쳐가는 성산일출봉.
시커먼 색감의 거대한 양괴, 기운 찬 실루엣, 축구장 모양의 분화구,
잘 깎은 잔디같은 녹색 언덕, 언덕 비탈을 타고 거닐던 사람들의 행렬..
우도도 그러했지만 성산일출봉 또한 새로 발견된 소행성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우도봉 산자락에서 벌써 밧데리가 떨어지는 바람에 이 성산일출봉과,
우도 하고수동 해수욕장의 옥빛 파도, 모래밭에 박힌 미역줄기 사진 등을
찍어오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안타깝습니다.
2. 서귀포 주상절리
이틀 동안 남제주의 바다를 실컷 보았습니다만
경관이 제일 수려했던 곳은 주상절리라는 곳이었습니다.
인적도 드물고 진풍경이었어요, 검은 돌들..
기묘한 형태와, 형태 조합을 이루고 있는 용암의 잔재들..
수억 년 동안 그 돌들을 핥아내리고 있는 바다..
돌과 바다의 이중주.
3. 산록도로 드라이브
승민아빠가 모처럼 운전을 하였어요.
사고 이후 본격적인 운전으론 처음이죠.
승민이가 좋아했습니다.
부모가 운전하는 차 타고 어디 놀러가는 거,
그동안 친구들 보면서 꽤 부러웠던가 봐요.
아빠 운전하는 것은 늘 염려가 되니 이 에미가 빨리 운전을 배워야 할 텐데요..
운전을 배운들 차를 꼭 사는 것도 아니지만.
덕분에 드라이브를 즐겼습니다.
길이 제일 잘 닦인 제주도 순환 일주도로를 중심축으로
일주도로에서 바다쪽으로 빠지면 해안도로, 내륙으로 들어가면 산록도로더군요.
그 삼겹의 도로를 그때그때 활용하였는데 바닷길은 바닷길대로,
또 산길은 산길대로, 한라산 국립공원 언저리, 숲터널을 통과하는 맛이 싱그러웠습니다.
4. 산굼부리
[연풍연가]의 한 배경이 되어 더 유명해진 산굼부리.
이 조촐하고 아담하고 모성적인 분화구가 참 좋았습니다.
흡족해하는 제 표정을 보며 승민아빠가 말합니다.
"여기 당신 좋아하는 (빌어먹을) '아우라' 천지네."
하품님도, 또 저희 학교 제주 출신 선생님도 말씀하신 대로
이곳엔 억새가 핀 가을날이 제맛이라지요.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산굼부리내 식당에서 먹은 빙떡도 한번 보세요.
무 숙채를 넣은 메밀부침개더라구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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