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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스페인 기행문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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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지도로 안달루시아가 어디인지 확인해 봅시다. ^^
플라멩꼬, 집시, 알암브라 궁 이런 이미지로 한국인에게도 무척
친근한 이름입니다.
안달루시아라는 이름부터가 썩 스페인어에서 유래된 것 같지는
않죠? 네, 아랍어에서 유래된 지명이랍니다. 베르베르인에 의한
두차례에 걸친 스페인 침공과 기나긴 레꽁끼스따 과정을 일일이
다 이야기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 야단맞지 않으려면
최대한 먹는 이야기만 하도록 합시다.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세비야. 모짜르트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의 바로 그 세비야입니다. 스페인의 황금세기 동안 신대륙 무역은
이곳을 통해서만 가능했고 그래서 엄청난 부가 넘쳐 흘러들어왔던
곳. 그래서인지 도시 전체에는 뭔가 알 수 없는 몽환감 같은 것이
오늘까지도 떠돕니다.
제가 마침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운이 좋은건지 나빴던 건지..
마침 스페인 3대 축제 중 하나인 세비야의 페리아 Feria가 시작되기
이틀 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축제 당일부터의 숙소는 온 세비야를
다 뒤져도 찾을 수가 없더군요. 제가 묵던 숙소는 하룻밤 단돈 만원
짜리.. 하지만 페리아가 시작되면서 그 가격은 사만오천원으로 치솟
습니다. 그나마도 한두달 전에 예약하지 못하면 구할 수가 없지요.
물론 젊은 사람들은.. 공원에서 거리에서 벤치에서 잠을 때우며
축제를 즐기지만.. 저는 게을러서.. 축제의 첫날만 보고 세비야를
떠나게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colorful했답니다.
여기서 스페인의 축제.. 에 대해 잠시 짚어봅시다. Fiesta. 이걸
이해 못하면 정말 스페인을 이해 못합니다. 종교 절기에 맞춘
각 축제와 지역별, 도시별, 심지어 거리별도 자체적인 축제까지
합하면.. 실제 엄청난 양의 축제가 존재합니다. 스페인을 돌며
여행을 하는 동안 굳이 일부러 원하지 않아도.. 아니 억지로 피
하고 싶어도 끊임없이 축제에 말려드는 것은 정말 피하고 싶어
도 어쩔 수 없습니다.
축제마다 여러 양식과 전통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
한 일반적으로 말하는 3대 축제란.. 세비야의 Feria, 빰쁠로나의
...... , 그리고 발렌시아의 불꽃 축제입니다.
세비야의 페리아는 보통 4월입니다. 부활절 이후 1주간의 Semana
Santa 즉 성주간을 축하하는 축제죠. 봄을 맞는 행사이기도 하구요.
가장 화창한 날씨에 벌어지는 축제입니다. 페리아 때는 수많은 사람
들이 꽃마차를 꾸미고 예쁜 세비야 전통 의상을 입고 행진을 벌입니다.
종교적으로도 KKK를 연상시키는 두건을 입고 행진해 꽤 눈길을 끌죠.
약간 시외엔 페리아를 위해 각 가문별, 단체별로 커다란 천막을
칩니다.(수십명이 충분히 들어갈 만한) 그리고 거기에 모여 밤새도록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며 놉니다.
빰쁠로나의 산 페르민은 헤밍웨이의 소설에 의해서도 잘 알려진
축제입니다. 7월에 벌어지죠. 시내의 좁은 길을 따라 소들이 질주하고
흰색 옷에 붉은 머플러를 맨 바스크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은
소를 피해 달립니다. 간혹 사망자가 나기도 하는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축제죠. 정열적입니다.
발렌시아의 불꽃 축제는 일반적으로 3월. 사람들은 조직별, 마을별로
모여 미리 거대한 인형을 제작합니다. 상징적 의미를 담거나 당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들 등 여러가지 인형을 만듭니다. 축제기간 동안 각 거리
위에 높이 솟아 있던 인형들은 마지막날 모두 불살라지게 됩니다.
그 외에도 인구 이삼백의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때에 맞추어 모든
축제를 즐깁니다. 석달동안 스페인에 있는 동안 과장없이 적어 스무번
이상의 축제에 마주쳤고.. 특히 여름철 까미노를 하는 동안에는 거의 하루
걸러 한번씩 축제에 마주친 것 같습니다. 장난감 수준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지만.. ^^ 까미노를 설명할 때 상상하실 수 있게 앞으로 몇장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4년도 넘은 일이니 매끼니 뭘 먹었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세비야에서는 딱 한끼가 생각나네요. 세비야의 향토 요리 중 하나인 소꼬리찜.
소꼬리를 통째로 소스에 졸여낸 요리인데.. ^^ 이렇게만 해도 맛은 상상이
가시겠죠.
음식 자체의 맛보다도.. 당시 난생 처음 외국에 나간 제 머리엔..
아니.. 이런 재료는 우리만 먹는 줄 알았지. 이렇게 놀랐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가난한 옛날 시절, 가축 한마리 잡으면
껍질이든 내장이든 아무것도 허투루 버리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
족발이나 순대, 돼지 머리 같은 걸 한국적인 소재라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비상식적인 사고였는지...
스페인에서도 돼지 내장에 피를 채워 순대(모르시야)를 만들고
영국의 블랙푸딩도 역시 같은 류일 겁니다. 스페인 바에서는
돼지 귀(Oreja)가 거의 항상 메뉴에 있습니다. 유명한 파바다 같은
요리는 돼지 귀와 코, 내장 등에 콩을 넣고 끓인 서민적 스튜죠.
족발 요리나 꼬리 요리도 항상 귀한 축에 들고.. 멕시코에선 돼지
껍데기를 튀긴 치차론이 일상적인 간식입니다. 아일랜드에서는 아예
소의 위만 전문적으로 파는 정육점이 따로 있더군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당연한 얘기인데.. 막상 보기 전에는 참으로
깨닫지 못하는게 저같은 게으런 인간의 속성인 듯. ^^ 전 스페인에
서 기와로 지붕을 올린 집들을 보면서도 얼마나 신기해 했었는지.
왜 기와도 한국에만 있다고 생각했을까.. -.-;; 도리도리.
또 하나 잘 알려진 스페인 음식 중 하나인 가스빠초(Gaspacho)를
처음 먹은 곳도 세비야에서였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토마토와 양파,
각종 야채 등을 갈아서 만든 시원한 여름용 수프입니다. 그냥 야채
쥬스가 아니냐.. 라고 말씀하시겠지만.. 먹어보면 분명 쥬스가 아니라
스프입니다.(왜냐고 물으신다면.. 역시 도리도리. 설득력이 떨어지는
군요. 하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냥 우리나라의 집에서 믹스에 갈아서 만들어 먹으면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그러면 그냥 야채 쥬스가 되어 버릴텐데.. 이상
하게 맛이 미묘하게 다르네요.) 하지만 정말 작열하는(안달루시아에
서는 40도는 가볍게 넘어갑니다. 세비야에서는 더울 때는 47도까지도
올라간다고 하네요. 그냥 온도만 높은게 아니라 정말 햇살의 강렬함이
다릅니다. 뭐랄까.. 이런 햇빛을 맞으며 걷고 있으면 햇살이 제 몸을
찍어눌러 땅바닥에 납작하게 달라 붙어버리는 느낌입니다. 여름에
관광하겠다고 세비야를 돌아다니는 것은 정말 자살 행위입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이미 다른 곳이나 해변으로 다 도주하고 없습니다.)
스페인의 여름에 이 가스빠쵸는 특별한 미각으로 다가옵니다.
정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 영혼까지 축일 수 있을 듯한
반가움이 앞섭니다.
세비야는 달랑 사흘이 아니라 훨씬 더 오래 머물며 즐겨도
좋은 도시입니다. 하지만 축제에 등을 떠밀려 또 꼬르도바로
떠납니다.
꼬르도바.. 이슬람이 스페인을 지배하던 전성기인 12,13세기에
그 조정이 있던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스페인의 도시들 중에서도
가장 이슬람의 분위기가 진하게 남아있습니다. 당장 그 유명한
꼬르도바의 .... 부터요.
스페인에서 축제로부터 도망치겠다는 것이 제 착오였습니다.
여기서도 축제더군요. Fiesta del patio. 즉 파티오 축제입니다.
파티오는 한국말로 중정.. 이라고 하나요? 로마나 아랍식의 가옥에서
집 한가운데 있는 실내 정원.. 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아름다운
아랍식 타일과 실내수, 꽃으로 장식되어 있고 분수가 있기도 합니다.
이 축제 기간동안은 각 가정집들이 자신들의 파티오를 공개하기
때문에 아무 집이나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올해의
파티오. 이런 것도 선정하죠.
꼬르도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먹거리는 바로..
Bacalao con naranja. 오렌지를 곁들인 대구.. 정도가 되겠네요.
전 서양 사람들은 회 안먹는 줄 알았습니다. -.-;; (이 얼마나 제한된
사고 방식이었는지.)
이 요리는 정말 이 바의요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데.. 무척이나
대중적인 바입니다. 일단 바닥에 무채 대신 오렌지를 썰어두고 그위에
양파를 약간 뿌리고 올리브유에 숙성시킨 대구회를 깝니다. 마지막에
왕소금만 뿌리면 끝. 오렌지, 양파와 먹는 대구회라니.. 이상할 지 모르
지만.. 정말 맛있습니다. 숙성도 또한 훌륭하고요.. 올리브유가 속속히
스며들어 탱글탱글해진 대구회가 오렌지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
답니다.
여기에 백포도주 반 항아리.(특히 이런 해산물류를 취급하는 곳에선
화이트 와인을 항아리-jarra에 팝니다.) 양이 너무 많아.. 결국 남은
와인을 바닥에 몰래 버리고 도망쳤다는.. T.T
와인의 맛도 정말 궁합이 잘 맞으며, 스페인에서 먹은 가장 인상적인
음식 중 하나로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술을 합해 가격이 만원은 넘지
않은 걸로 기억하니.. 거기선 호사라고 먹었지만 사실 한국기준으로는
그렇게 비싸다고 할 수도 없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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