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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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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여행기 6 - 코르도바 톨레도 마드리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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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 azafran님의, 천로역정에 비길 순례여행길 생각하면
저의 스페인 여행은 송구스러울 정도로 안락한 대신
필연적으로 수박겉핥기스러운 여행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페인 지역 패키지 관광상품의 일반적인 코스들이지요.
코르도바와 톨레도 역시 그러합니다.
그라나다에서 또 몇 시간 달려 코르도바로 왔습니다.
발품 판 지 어언 며칠이라 정리가 되기를,
안달루시아 지역의 비주얼이란 곧 이슬람 문화와 카톨릭 문화 간의
충돌 갈등 마찰 및 융화 공존 상생 등등의 독특한 대화적 양상이더라는 것.
코르도바의 최대 관광지인 메스키타 사원 또한 그러했구요.
비록 사진은 사원이나 성당에 냉담한 편이라 세비야에서보다 더 어여쁜
이곳 유대인 거리의 미장센 담기에만 주로 급급했지만.
이 거리를 걷다 보니 세상을 찬미하고 싶어졌습니다.
아쉬운 대로 사이사이 사원 일부가 보이긴 해요.
까페 인테리어
AVE라고 하는 스페인 고속 열차를 타고 코르도바에서 마드리드로 갑니다.
쾌적하고 아늑하고 조용한, 짧아서 감미로운 기차여행이었습니다.
마드리드에서 여장을 풀고 근교의 고도 톨레도로 갔습니다.
독특하고 인기 있는 관광지입니다.
먼저 azafran님 글에서 가져온, 엘 그레코 작 톨레도의 전경을 보죠.
다음은 현재 톨레도의 전경입니다. 위 그림의 예지력에 놀라게 됩니다.
금은세공업이 발달한 곳이라 도처에 상점들입니다.
칼 종류만 진열된 가게. 승민이가 환장하더군요.
끼니때마다 후식으로 오렌지가 나오는 것처럼
올리브도 상차림에 빠지지 않습니다.
다채로운 올리브 바리에이션들이 있지만
흔히 피자 위에 토핑되곤 하는 이 블랙올리브가 저는 제일 좋습니다.
이런 걸 보거나 먹는 시간들은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은총이 임하는 시간입니다.
하몽입니다. 맛있었습니다.
이렇듯 곱게 잘라내기 전의 흉칙한 덩어리 사진, 다음 여행기에 나옵니다.
톨레도의 고양이들
마드리드에서 체류한 시간은 짧았습니다.
기가 질릴 로코코 양식의 거대 왕궁을 돌아보면서 이게 아니다 싶었고..
차라리 시내 파노라마가 더 끌렸습니다.
스페인 땅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대도시의 활기를 느꼈으며
또 이제 여행이 클라이막스로 가고 있다는 생각에 흥분되었습니다.
잘 정돈된 시가지, 중후한 건물들 사이로 점등하는
빨강의 네온들이 유난히 매력적인, 이름만큼이나 예쁜 도시였습니다.
아, 이 도시의 밤 풍경 앞에서 난데없이 odi/amo 음성이 들리던 걸요.
지난 가을 바르셀로나 여행 때 소매치기당해 졸지에 여권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다섯 시간 넘게 걸려 영사관이 있는 마드리드까지 와서
증명서를 발급받아 간신히 런던으로 돌아갔었다는 그 황당한 일화.
그 얘기 끝에 오디아모가 덧붙였죠, 허탈하고 심드렁하게..
"마드리드 예쁘더군요." 이 얼마나 뼈에 사무치는 한 마디였던가요..
마드리드에서 저는 뜻이 맞는 몇 사람끼리 의견을 모아
공식일정에 빠져 있던 프라도 미술관 방문을 샛길로 시도하느라고
한동안 시간에 쫓겼고 정신이 산만했습니다.
세 그룹이 택시를 타고 4시에 미술관으로 출발하여
6시 30분까지 저녁 먹을 식당으로 돌아와야 하는
절대절명의 미션이 주어졌는데.. 재미있게도 그 덕분에..
시간이 많았어도 오히려 걱정이었을 이 대규모 컬렉션 방문을
극도의 절약형으로 설계, 시행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대영박물관을 비롯하야 루브르, 프라도.. 얘들은 문제가 있습니다.
플란더스의 개에서 주인공 소년이 그토록 갈망했던 루벤스의 그림이라든가
퐁네프의 연인에서 눈 멀어가는 줄리엣 비노슈가
한스의 무등을 타고 촛불 켜고 보던 그림, 이 경지의 간절함이 아닐진대
잠깐 왔다가면서, 들어본 풍월의 미술관 이름자 하나
추억앨범에 등록해 보자고 달려드는 저같은 족속에겐
이런 왕실주도의 거대규모 수집공간이 폭력적이고 무의미하다는 것이지요.
그 도시에 눌러앉아 체류하면서 틈틈이 슬리퍼 끌고 와서
보고 싶은 그림 한 점 보고 돌아가고.. 이래 살면 모를까..
미술관은 작을수록, 단일한 테마일수록 좋은 거 같아요..
미술 작품의 감상만큼 후광이 중시되는 경우도 없습니다.
어떤 미술 작품의 인상이나 감동이라는 것은
그 작품이 걸려있는 미술관의 아우라와 뗄래야 뗄 수 없어요.
바로 그 도시, 그 미술관에 와서 보는 그 작품과, 도판으로 보는 작품과의
차이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되거든요. 적어도 아마추어 감상자에게는.
저 99년도에 파리에서 나흘 머무는 동안 루브르 근처에 얼씬도 않고
오르세의 찍어놓은 일부와 오랑주리, 로댕 미술관만 보고 온 거,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나로서는 정말 잘한 일이다 싶습니다.
이를테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맹목적으로 배회하다 진을 빼 버리면
건너편 구겐하임 미술관 둘러볼 기력을 잃고 마는 것이지요.(저의 최초의 실패담)
요컨대 프라도에서 다른 건 다 포기하고 고야 전시실만 돌고 나왔습니다.
벨라스케즈 일부와 더불어.
초당 몇백 프레임 하는 할리우드 초특급액션영화 보듯 해치웠습니다.
백화점 의류매장 도는 발걸음과 속도도 이거보다는 우아하겠죠.
글쎄.. 이런 반예술틱하며 반명상적인 관람법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웬걸, 벼락치기 체질에 딱 맞던 걸요.. 무용담 같은 건 아니고..
미술관에서 롱테이크 찍고 있다 보면 왠지 모르게
위선적이고 불편해지던 몇 번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이쪽이 훨씬 갈등 요소가 적어 효율적이었다는 말씀입니다.
그 와중에도 고야의 까망, 음울, 유머, 초현실, 망막에 다 맺혔습니다.
보쉬? 못 봤습니다. 루벤스? 출구 헤매던 와중에 우연히 몇 개 건졌습니다.
하지만 후회 없습니다. 정말이지 고야와 벨라스케즈에게'만' 미안합니다.
프라도 미술관에 서 있는 고야 동상입니다.
마드리드에서 이베리아항공편으로 스페인 여행의 종착지 바르셀로나로 떠나던 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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