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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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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어톤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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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톤먼트]는 최근 몇 년 사이 실패율 제로에 가까울 만큼
관람작에 대한 선구안 및 기대조절 능력을 자부하고 있던 내게
낭패스러운 경험을 안겨준 작품이다.
이 영화는 최근 팬시한 영국 이미지로 개가를 올리고 있는
워킹타이틀사의 상징자본과 관련하여 얼핏
[오만과 편견]같은 차밍한 로맨스물 내지 코스튬드라마로 보였지만
브라이오니라는 어린 소녀 작가의 시선을 필터로 해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관람 내내 어떤 의혹을 떨치지 못하게 했다.
이 소녀 작가가 관찰자에 머물러 있지 않고
극의 전개와 주인공들의 운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어 영화는 더 복잡한데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녀의 시점에 대한 동일시가 필요했던 걸까..
아마도 이 영화의 시점 상의 트릭과 오락가락하는 시간배열은
원작소설의 각색과정에서 채택된 방법론이었으리라 짐작된다.
내가 영화의 초점을 잃어버린 것은 남주인공 로비의 참전 이후부터다.
영국군의 덩케르크 철수 장면을 정점으로 하여 예상을 넘어 과도하게,
본격적으로 다뤄지는 전쟁 상황의 묘사.. 여기서 나는
이 영화가 뭘 말하고자 하는지 혼란스러워졌고.. 이어서 이거 어쩐지
감상자를 우롱한다는 혐의가 느껴지는 몇몇 장면들이 구렁이 담을 넘어가는데..
물론 영화가 종결되고 그때서야 (이하 스포일러인가)
전쟁 중 연인의 애절한 재회 장면들이 알고보니,
제대로 사랑의 꽃을 피우기도 전에 비극을 맞은 두 연인에 대한
작가의 속죄의식이 낳은 상상의 산물이었다는 데서
상상으로 덮기 이전 참혹한 두 연인의 실제 운명을 떠올려 보며
살짝 타이밍 늦게 몰려오는 감동을 맛보긴 했으나..
만개하기는커녕 싹이 트자마자 비바람에 꺾여나간 연인의 이야기를,
마케팅이 노린 바대로 영원한 약속 운운하는 러브스토리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포인트에서 빗나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영화의 의혹을 푸는 열쇠는 슬픈 연인의 이야기를 극화하고 있는
주체 브라이오니일 수밖에 없는데 제일 석연치 않은 것이..
기껏해야 상상력 풍부한 한 사춘기 소녀의 오해와 심술에서 비롯된
훼방놀음과 연인 갈라놓기가 무슨 평생에 걸친 속죄씩이나 필요로 해야 했는지,
하는 부분이었다. 하필 그때 전쟁이 터지고, 전장에 내몰린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이들과의 생이별후 비참하게 죽어간 역사의 수레바퀴가
그녀 개인의 죄도 아니고.. 다만, 최대한 너그럽게 추상화해서
나는 이 영화가, 혹은 읽어보지도 않은 이 영화의 원작소설이,
전쟁 중 죽어간 혈연 및 이웃에 대한 살아남은 자들의 속죄의식을
사소설 형태로 그려낸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런 면에서
구체적인 컨텍스트를 공유하고 있는 영국인들에게 이 영화는
확실히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하는 정도로 가닥을 잡고서야
비로소 안심이 되는 바이지만 이 영화의 정확한 주제에 대한 이해가 혹시
원작소설에 대한 예습을 전제로 획득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이것은 페어플레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오늘 있었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영화가
찬밥 신세였던 것이 나로선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으며
[디 아워스]와 분간이 안 되던 이 영화의 음악상 수상조차도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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