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노트
- 영화로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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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올랜도]의 타임슬립 장면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올랜도를 읽고 나서
90년대 샐리 포터가 만든 동명의 영화를
정말 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19세기로의 타임슬립 장면이었다
흔히 원작을 각색한 영화는
원작의 디테일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지만
이런 장면을 보면 역시 영화에는
영화만의 위대함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강세 주기,
이미지 압축, 창조적인 비주얼화,
편집 리듬과 음악 사용!
이같은 영화 언어로 짧은 시간에 이렇듯 강력한 감동을 준다  
해리 대공의 청혼을 거절한 올랜도가
미로를 헤쳐나가는 모습은 마치
시대를 뚫고 나가는 것처럼 연출되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사방의 벽이 사라져 있다



이 장면에 해당하는
소설의 제4장 말미와 제5장 서두를 옮겨본다
18세기에서 19세기로의 미스테리한 전환이 이루어진다
기후와 생활사를 중심으로 시대변화가 독창적으로 묘사된 데 이어
결혼제도에 대한 올랜도의 반응과 운명이
아름다운 문장들로 표현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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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말미
  멀리서 야경꾼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서리 내리는 새벽 정각 열두 시오.”[<-세익스피어 헨리 4세 3막 2장에도 이 대목이 나온다] 이 말이 입 밖에 떨어지자마자 자정을 알리는 시계의 첫 번째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처음으로 세인트폴 대성당의 둥근 지붕 뒤에 모여 있는 작은 구름이 올랜도의 눈에 띄었다.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구름은 커지면서 주위를 어둡게 했고, 맹렬한 속도로 퍼졌다. 동시에 가벼운 미풍이 일더니, 자정을 알리는 여섯 번째 종소리가 울릴 때쯤에는, 동쪽과 서쪽과 북쪽 하늘은 개였는데도 하늘 전체가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어둠으로 덮여버렸다. 그러고는 구름이 북쪽으로 퍼져나갔다. 런던의 높은 지대를 차례로 구름이 삼켜버렸다. 불빛을 환하게 밝힌 메이페어만이 대조적으로 전보다 더 환하게 불타고 있었다. 여덟 번째 종소리가 울리자, 구름 조각 몇 개가 서둘러 피커딜리 위로 퍼져 나갔다. 그 구름들은 모여서 맹렬한 속도로 서쪽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았다. 아홉 번째와 열 번째, 그리고 열한 번째 종소리가 울리자, 거대한 어둠이 런던 전체를 뒤덮었다. 자정을 알리는 열두 번째 소리와 함께 주위는 완전히 캄캄해졌다. 사나운 구름 덩어리가 도시를 뒤덮었다. 모든 것이 캄캄했다. 모든 것이 의심스러웠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18세기가 끝이 났다. 19세기가 시작된 것이다.


제5장 서두
  19세기 첫날, 런던뿐만 아니라 영국제도 전체에 덮여 있던 거대한 구름은 그대로 머물고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해, 구름은 간단없이 불어오는 돌풍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 그림자 밑에 사는 사람들에게 현저한 결과를 가져올 만큼 오래 머물러 있지 않았던 것이다. 영국 기후에 변화가 일어난 듯했다. 비는 자주 온다고 해도 단속적인 소나기로 내릴 뿐이어서, 끝이 났는가 싶으면 또 시작되었다. 물론 해가 났지만, 두텁게 구름에 쌓여 있고, 공기는 너무 습해서 빛줄기가 변색되어, 흐린 보라색과 오렌지색, 빨간색이 18세기의 보다 선명한 경치를 대신하고 있었다. 이 상처 입고 우울한 하늘 아래서, 양배추의 파란 색깔은 덜 선명했고, 눈의 흰색은 칙칙해 보였다. 그러나 더욱 나쁜 것은, 이제 눅눅한 습기가 모든 집에 스며들었다는 사실이다-습기라는 것은 가장 교활한 적인데, 햇빛은 커튼으로 막을 수 있고, 서리는 뜨거운 불로 녹일 수 있는 데 비해, 습기는 우리가 잠든 사이에 침입하기 때문이다. 습기는 조용하고 보이지 않으며 도처에 존재한다. 습기에 나무가 불어나고, 물주전자에 백태가 끼게 하고, 쇠를 부식시키며, 돌을 못 쓰게 만든다. 이 과정은 너무도 천천히 진행되어, 우리가 서랍장이나 석탄통을 들어 올렸을 때, 우리 손 안에서 모든 것이 조각이 날 때에야 비로소 습기의 피해를 알게 된다.
  그리하여 살금살금 눈에 띄지 않게, 어느 날 어느 시에 그렇게 된지도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영국의 체질이 변해버렸다. 그 영향은 도처에서 느낄 수가 있었다. 건장한 시골 신사는 지금까지 기분 좋게 앉아 맥주와 소고기 저녁을 먹던, 애덤 형제가 설계했을 고전 건축양식의 당당한 방에서 지금은 냉기를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양탄자가 나타났다. 턱수염도 길렀다. 발바닥에서 바지를 묶어보기도 했다. 시골 신사는 발에 느끼는 냉기를 집 탓으로 생각했다. 가구에 덮개를 씌웠다. 벽과 테이블에도 씌웠다. 씌우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음으로는 식생활을 바꾸는 것이 필요했다. 머핀과 크럼펫이 나왔다. 식후에 포도주 대신 커피를 마셨고, 커피라면 그것을 마실 응접실이 필요해졌고, 응접실이라면 유리장이, 유리장이라면 조화造花가, 조화라면 벽난로가, 벽난로라면 피아노가, 피아노라면 응접실용 가곡이, 응접실용 가곡이라면(중간의 한두 단계를 뛰어넘기로 하고) 수많은 강아지와, 매트와, 도자기 장식이 필요해지고, 가정은-가정은 매우 중요해졌는데-완전히 변해버렸다.
  집 밖에서는-이것은 또 다른 습기의 영향인데-담쟁이가 전에 없이 무성하게 자랐다. 맨 돌이었던 집들이 녹색으로 뒤덮였다. 애초에 제아무리 규모 있게 설계된 정원이라 하더라도, 지금은 제멋대로 자란 관목에 뒤덮여 마치 미로와 같았다. 아이들이 태어난 침실을 뚫고 들어오는 얼마 안 되는 빛은 당연히 암녹색이었고, 성인 남녀들이 지내는 객실로는 플러시 천으로 된 갈색과 보랏빛 커튼을 통해, 얼마 안 되는 빛이 들어왔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겉만이 아니었다. 습기는 안으로 뚫고 들어왔다. 사람들은 가슴에는 냉기를, 머리에는 습기를 느꼈다. 그들은 감정을 어떻게든 따뜻하게 녹여보려는 필사적인 노력에 이런저런 꾀를 부려보았다. 사랑과 탄생, 죽음이 갖가지 미사여구에 싸였다. 남녀 두 성은 점점 더 거리가 벌어졌다. 솔직한 대화는 허용되지 않았다. 쌍방 모두에게서 핑계와 은폐가 끈덕지게 행해졌다. 그리고 밖의 축축한 대지에서 담쟁이나 상록수가 무성한 것처럼, 안에서도 마찬가지로 높은 출생률을 구가했다. 평균적인 여인의 일생은 출산의 연속이었다. 19세기에 결혼해서 30세가 될 즈음에는 15명 내지는 18명의 아이를 낳았다. 쌍둥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서 대영제국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또한 습기는-습기를 막을 재주가 없었으므로-목공예품으로 들어간 것처럼 잉크병에도 들어왔다-그 결과 문장이 불어나고, 형용사가 늘어나고, 서정시는 서사시가 되고, 한 칸 정도 길이의 에세이로 쓸 수 있었던 것이 열 권, 스무 권의 백과사전이 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이것을 막을 재주가 없는 민감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유스비우스 처브가 증인이 되어 줄 것이다. 그의 회고록 끝부분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가 어느 날 아침 “온통 하찮은 것에 대해“ 2절판 원고지 35매를 쓰고, 잉크병 마개를 닫은 뒤 정원을 한 바퀴 돌기 위해 나갔다. 곧 그는 자신이 관목 숲에 둘러싸인 것을 알았다. 그의 머리 위에서는 무수한 나뭇잎들이 바스락거리며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발밑에서 훨씬 더 많은 잎더미를 밟고 있는 듯”했다. 정원 끝자락에 피워놓은 젖은 모닥불에서 짙은 연기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는 이 지구상의 어떤 불로도 저 거대한 초목 더미를 모두 태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어디를 보아도 식물이 무성했다. 오이들의 줄기가 풀밭을 지나 “소용돌이꼴로 말리면서” 그의 발치까지 뻗어 있었다. 거대한 꽃양배추들은 층층이 쌓이며 자라나, 그의 혼돈된 상상 속에서 그것들은 느티나무들과 겨루는 듯했다. 암탉들은 별로눈에 띄지 않는 색깔의 달걀을 끝없이 낳았다. 그때 그는 한숨을 쉬면서, 그 자신이 애가 많다는 생각과, 지금 집 안에서는 불쌍한 아내 제인이 열다섯 번째 애기 출산의 진통 한가운데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떻게 암탉을 나무랄 수 있겠는가, 고 자문했다. 그는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천상 그 자체, 또는 천상의 정면, 즉 하늘은 천사들의 동의를, 사실은 선동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왜냐하면 하늘에는 겨울 여름 할 것 없이, 일 년 내내 구름이 고래처럼, 아니 코끼리처럼 몸을 틀고 뒹굴고 있다고 그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 그것이 아니었다.처브는 그에게 압박해오는 한없이 드넓은 하늘을 이렇게 비유할 수밖에 없었다. 즉 영국 제도 위에 넓게 퍼져 있는 하늘 전체가 거대한 깃털 침대와 다름없다고, 정원과 침실과 닭장의 무차별적인 생산력이 하늘에 그대로 복사되어 있었다. 그는 방 안으로 들어가 지금 인용한 글을 쓰고, 그의 머리를 가스 오븐에 디밀었으며, 나중에 사람들이 그를 발견했을 때에는 이미 일이 끝난 뒤였다.
  이처럼 영국 전체가 변하고 있을 때, 올랜도가 블랙프라이어스의 자기 집에 틀어박혀서 날씨야 어떻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기분 내키는 대로 반바지를 입거나 스커트를 입는 것은 말릴 수 없는 일이었다. 마침내는 그녀마저 시대가 변했다는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세기 초엽 어느 날 오후, 그녀가 판자를 댄 구식 마차를 타고 세인트 제임스 공원을 지나가고 있을 때,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가까스로 땅까지 도달하는 햇살이, 구름을 지나오면서 구름을 프리즘 색깔의 대리석 무늬로 물들이면서 힘들게 뚫고 지나왔다. 이런 광경은 18세기의 한결같이 맑은 하늘만 봐오던 올랜도에게는 너무나 신기해 그녀는 창문을 내리고 바라다보았다. 암갈색과 플라밍고색의 구름들은 그녀로 하여금 이오니안 해에서 죽어가고 있는 고래들을 생각하게 만들어, 그녀는 기분 좋은 고뇌를 맛보았는데, 그것은 그녀가 이미 모르는 사이에 습기에 병들었다는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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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요약-
올랜도는 시대가 바뀌어 여성들이
몸을 조이는 크리놀린을 착용해야 하는 데 놀라고
온 세상 모두가 결혼반지를 끼고 있는 데 놀란다
그래서 외친다
“맙소사”
“굉장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구나! 정말 대단한 세상이야”
그러면서 온몸에 독이 퍼지는 듯한
19세기 시대정신과 결혼이라는 새로운 교리에 항복해
남편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순히 입기로 한 크리놀린의 무게에 짓눌린 채..
시대정신의 본성은 단호해서 누구든 맞서려는 자는
순종하는 자보다 더 효과적으로 때려눕히는 것이었기에.
“나 말고는 모두 짝이 있어”
전에는 결코 해본 적이 없던 생각들이 올랜도를 짓누른다
그녀는 홀로 공원으로 걸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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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녀는 가시금작화 덤불에 어떤 남자가 숨어 있지나 않을까, 아니면 어떤 사나운 맹수가 그녀를 받으려고 뿔을 낮추고 노리고 있지나 않나 해서 초조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떼까마귀들만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어느 까마귀의 강청색의 파란 깃털 하나가 히스 덤불 사이로 떨어졌다. 그녀는 야생조의 깃털을 좋아했다. 소년시절 그녀는 그것들을 수집하곤 했다. 그녀는 깃털을 집어 들어 모자에 꽂았다. 그녀의 마음에 바람이 좀 불어와 생기가 났다. 떼까마귀들이 보랏빛 대기를 뚫고 반짝이는 깃털을 차례로 떨어뜨리며 그녀의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을 때, 그녀는 기다란 외투를 휘날리며 그들을 쫓아 습지를 지나 언덕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몇 년 동안 이렇게 멀리까지 걸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잔디에서 여섯 개의 깃털을 집어 올려, 손가락 사이에서 문질러, 그 매칠하고 번득이는 깃털의 감촉을 느끼기 위해 깃털을 입술에 갖다 대었을 때, 그녀는 산허리에서 반짝이는 은빛 물웅덩이를 보았는데, 그것은 베디비어 경이 아서 왕의 칼을 던진 호수처럼 신비스러웠다. 깃털 하나가 공중에서 흔들리더니 물웅덩이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그때 그녀는 이상한 황홀감에 빠졌다. 그녀가 세상 끝까지 새들을 쫓아가서, 푹신한 잔디에 몸을 던지고,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떼까마귀들의 쉰 웃음 소리를 들으면서 망각의 물을 마시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그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녀는 달렸고 걸려 넘어졌다. 억센 히스 뿌리가 그녀를 땅 위에 내동댕이쳤다. 그녀의 복사뼈가 부러져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거기에 만족한 채 누워 있었다. 늪에 자라는 은매화와 초원 향기가 코끝에 감돌았다. 떼까마귀들의 쉰 웃음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나는 내 짝을 찾았어”라고 그녀는 중얼거렸다. “황무지가 내 짝이다. 나는 자연의 신부이고”라고 그녀는 웅덩이 옆 움푹 팬 곳에 외투를 두른 채 누워, 희열 속에 잔디의 차디찬 포옹에 몸을 내맡긴 채 속삭였다. “여기에 내 몸을 눕힐 것이다(깃털 하나가 그녀의 이마 위에 떨어졌다). 나는 월계수보다 더 짙은 초록색의 월계관을 발견했다. 내 이마는 항상 서늘할 것이다. 이것들은 야생조의 깃털이다-올빼미들과 쏙독새들의. 나는 뒤숭숭한 꿈을 꾸게 될 것이다. 내 손은 절대로 결혼반지를 끼지 않을 것이다”라고 그녀는 반지를 손가락에서 빼면서 말을 계속했다. “이 손가락에는 뿌리가 감길 것이다. 아아!” 그녀는 사치스럽게 머리를 푹신한 베개에 눕히면서 한숨을 쉬었다. “나는 오랜 세월을 거쳐 행복을 찾아다녔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명성도 찾아다녔지만 놓쳤고, 사랑은 아직 알지 못한다. 인생을-아니, 죽음이 더 낫다. 나는 수많은 남자와 여자를 알아왔는데”라고 그녀는 말을 계속했다. “아무도 이해하지는 못했다. 여러 해 전에 그 집시가 말했듯이-하늘만을 지붕삼아 여기 평화롭게 누워있는 편이 낫다. 그건 터키에서 있었던 일이지.” 그러고는 구름이 맴돌며 만들어내는 황금빛 거품을 곧바로 쳐다보았는데, 다음 순간 그 안에서 한 가닥 길을 보았고, 붉은 먼지가 피어오르는 바위투성이의 사막을 낙타가 한 줄로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낙타들이 지나가고 나자, 틈새투성이에다 정상엔 깎아지른 듯한 바위로 이루어진 높은 산들이 나타났고, 올랜도는 산길을 걸어가는 염소들이 울리는 방울 소리를 들은 것 같았는데, 습곡에는 붓꽃과 용담꽃들의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자 하늘이 변했고, 그녀가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향하자, 비에 어두워진 대지가 보였고, 사우스 다운즈의 커다란 언덕이 하나의 파도처럼 해안가를 따라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땅이 갈라지는 곳에는 배들이 지나가는 바다가 보였고, 그녀는 바다 저 멀리서 포성을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저건 스페인의 무적함대다”라고 생각했고, 다음엔 “아니다, 넬슨이야...”라고 생각하고는, 그 전쟁들은 이미 끝났고, 배들은 바삐 오가는 상선들이고, 구비치는 강에 떠 있는 돛배들은 유람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검푸른 들판에 흩어져 있는 가축들, 양과 소들을 봤고, 농가의 창에서 비치는 불빛을 여기저기서 보았고, 양치기와 소치는 사람들이 순찰을 돌 때, 그들의 등불이 가축들 가운데서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러고 나서는 불들이 꺼지고, 별들이 떠올라 하늘 여기저기서 뒤엉켰다. 사실 그녀가 얼굴에 젖은 깃털을 묻히고 귀를 땅에 찰싹 댄 채로 잠들어 있었을 때, 깊은 곳에는 모루에 망치질 하는 소리가 났는데, 그것은 혹시 심장의 고동 소리가 아니었던가? 퉁탕퉁탕하는 망치 소리가, 박동 소리가 모루에서, 아니면 지구 한가운데서 울려왔다. 듣고 있자니 그 소리는 속보로 달리는 말발굽 소리로 변한 것처럼 생각되었다. 하나, 둘, 셋, 넷, 그녀는 세어보았다. 그러자 말이 넘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오자 그녀는 작은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와 늪지에 말발굽이 빠지는 소리를 들었다. 말이 덮치듯 그녀 가까이에 왔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노란 줄무늬가 비치는 이른 새벽의 하늘을 등지고, 물떼새들이 이리저리 나는 가운데, 말 위에 한 남자가 검은 그림자처럼 우뚝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깜짝 놀랐다. 말이 멈춰 섰다.
  “부인”하고 그 사내는 말에서 뛰어내리면서 소리쳤다. “다치셨어요!”
  “선생님, 전 죽었어요!”라고 그녀가 대답했다.

  몇 분 뒤 그들은 약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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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가 운명의 짝을 만나는 위 장면은
제인 에어의 패러디일까?
마머 듀크 본스롭 쉘머딘이라는
어이없는 이름을 가진 것으로 이후 밝혀지는
저 남자는 앞뒤 문맥으로 볼 때
방금 전 올랜도가 대지에 누워 결혼서약한
자연의 표상, 엘프일까?
다시 한 번 영화 장면을 본다
틸다 스윈튼이 아닌 올랜도를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영화 이후 이 배우가 맡아 온 이러저러한 캐릭터들조차
시대와 성을 초월해 역사를 사는 올랜도의
계속되는 현현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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