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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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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American 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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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을 본 팀버라인 극장입니다.
저희 가족이 살게 된 아파트 단지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개봉관입니다.
전에 아르테미스가 말했듯이, 이곳도 역시
촌동네라지만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어
생필품을 구입하는 일에서부터 개봉영화와 비디오와 책 등
기초적인 문화생활에 접근하는 데 큰 불편은 없어보입니다.
향후 문화적 '인프라'보다도 문화적 '자극'의 공급이
좀더 중요한 이슈가 될 테지만요.
이 극장에 [페이첵]과 [콜드마운틴], 그리고
잭 니콜슨과 다이안 키튼이 나오는 영화 등등이 내내 걸려있지만
한글 자막 없는 영화에 대한 감상 전략이랄까,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어 아직은 그림의 떡입니다..
케이블도 설치했고 비디오/디비디숍에 멤버쉽 카드도 만들어놓긴 했으나
소프트웨어쪽 접근이 안 되고 있습니다.
주변 정리가 되고 라이프스타일이 정착되어야
맘놓고 티비도 보고 비디오도 빌려보고 할 텐데요..
[반지의 제왕]이야 어찌어찌 보았다지만
현재 무슨 영화가 개봉되고 있는지,
영화계가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간 제 영화생활은 십년 넘게 같은 형태, 즉
월요일 오후 가판대에서 집어드는 씨네21을 시계삼아
한 주 단위로 규칙적으로 굴러오는 리듬이었는데
지금 몇 주째 씨네21을 못 보고 있구요.
웹사이트로는 기사나 글이 조금만 길어도 안 읽힙니다..
저희 가족이 사는 아파트입니다.
3층짜리 건물의 3층에 살아요.
베란다에 나와 내다 본 풍경입니다.
잘 정돈되어 있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주거지입니다.
어제는 온종일 비가 내렸어요.
창밖으로 저러한 풍경을 하염없이 내다보는데 무작정 좋았습니다.
저는 이 집의 채광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가끔 개를 산책시키러 나오는 사람들 빼고는
단지 안에서 사람 구경 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주 가끔 한가하게 라켓에 공 튀기는 소리가 나서 내다보면
테니스코트에 사람이 있는 정도.
이 아파트 2백50여가구 중에 한국 가구가 30가구나 된다고 해요.
미국땅 구석구석에 한국인이 들어가 살고있다지만
설마 이 골짜기에까지 이렇게?
아파트 정문과 정문 너머 관리사무소입니다.
아파트 이름은 매그놀리아.
딱 보기에 운전 연습 코스로 그만입니다.
집에서 아파트 정문까지 걸어서 사오 분,
아파트 정문에서 아까 그 팀버라인 극장과
그 극장 맞은 편의 상점몰까지 걸어서 십 분 거리지만
이 모든 길을 걸어서 가는 사람은 아무도(라 해도 좋을 만치) 없습니다.
거의 모두가 차를 타고 다녀요. 이 지역 버스도 있긴 합니다만
대도시처럼 대중교통이 발달한 곳이 아니니만큼
이곳에서 차는 은유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개인의 발인 듯합니다.
승민이는 스쿨버스로 등하교하게 될 테지만
학교가 꽤 멀어서(차로 10분) 여차하면
아이를 데려다 주고 데려와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예상했듯이 식료품을 사러 상점에 가는 일과 더불어
제가 필히 운전을 해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차는 샀습니다, 여기 와 있는 사람들 조언 받아 일제 중고차로요..
승민아빠 출퇴근용이 일차 용도라고 했을 때
어차피 집에 남은 저야 외출시 버스로 움직일 수밖에 없겠지만,
그러니까 각종 쇼핑은 남편이 퇴근한 후나 주말에 함께, 라는 원칙을
세울 수 있겠지만, 그렇게 살면 또 살아지겠지만..
한국에서 맘먹고 면허까지 따고 온 바에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극복해 보겠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영어 못하고 운전 못하면 사람 구실하기 어려운 곳임은 틀림없는데
어차피 두 개 다 어려운 처지에 영어보다 운전쪽이 빠를 것 같더군요..
정말 저 비어있는 넓은 공간들을 바라보면
공간이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요.
와아, 저 정도면 나도 달릴 수 있겠는 걸..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입니다.
애팔래치아 산맥의 능선 자락을 채우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나무들의 전형적인 모습인 듯합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당장 가져다 쓰면 좋을 침엽수들.
좋은 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어서인지
노스캐롤라이나에는 목재산업이 발달해 있다고 하며
이름난 가구단지도 있다고 하며 이곳에서 만들어진 침대는
특히 우수하고 값이 싸다고 들었습니다.
이곳은 정말 나무가 많아요.
나무와 숲과 길, 그리고 집들.
차들과 드문드문 나타나는 상점가.
이것이 전부입니다..
이 아파트는 비교적 나무가 적은 편이지만
가로등이 잘 안 돼 있어 밤에는 무섭습니다.
다섯 시쯤이면 해가 지고 해가 지면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습니다.
아이들은 아홉 시 열시 전에 잔다고 해요.
쇼핑몰에나 가야 가족 단위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오기 전에 꿈을 꾸었어요.
선명하게 남아있는 그 꿈 속 이미지 두 개 중
하나가 바로 나무들이었습니다.
제가 미국 가서 새집에 들어갔답니다.
그 새집은 나무로 둘러싸인 집이었는데
꿈에 본 그 나무들이 바로 저 사진 속의 저런 나무들이었답니다.
죽죽 일자로 뻗은 키큰 침엽수들.
그런데 꿈에서 그 나무들이 천재지변에 의해서인지
벌목작업 때문이었는지 갑자기 굉음을 내면서
차례대로 쓰러져 내리는 거예요.. 새집의 지붕이 박살나고..
한편의 호러영화였습니다.
듀크 대학 캠퍼스입니다.
괴이한 뿔이 달린 저 건물은 캠퍼스 안에 있는 듀크 성당입니다.
제가 미국에 온 이유를 정식으로 말씀드린 적 없었죠.
승민아빠는 여의도에 있는 한국수출입은행 직원이예요.
이 사람, 대학 졸업 후 군대 갔어요. 그리고 오랜 군대 생활 마치고,
이 은행에 들어감으로써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였어요.
제가 첫 근무지인 언북중학교에서 4년째를 보내고 있던 해였죠.
아르테미스, odi, 여주형군 모두 이 시절 제가 만난 (중)학생들이었습니다. ^_^
입행한 그해 5월에 저희는 결혼했구요.
3년후 승민이 태어났고 어느덧 이 사람, 은행원 생활 한 십여년 흘러왔네요.
올해 승민아빠는 은행의 지원을 받아
이곳 듀크대 안 공공정책대학원이라는 곳의
국제개발정책 프로그램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1년짜리 학위과정이라고 해요.
KDI라고 홍릉에 있는 한국정책개발원?에서 이미 작년 1년간
재무금융에 관한 코스를 밟았구요.
국내1년+해외1년으로 구성되어 있는 연수 프로그램의
2년째 과정을 이곳에 와서 밟게 되는 것이지요.
이 원플러스원 과정을 은행원이나 공무원들은 잘 알고 있는 것 같더군요.
저는 이 복잡한 사정을 이제 여기 와서야 좀 알게 되었는데
여전히 잘은 모르겠습니다.
정식 유학생들처럼 뼈빠지게 공부해야 하는 팔자는 아니라는 것,
이런 케이스로 가족 데리고 미국 와서 공부는 껍데기고
대충 골프나 치고 여행이나 다니다가 귀국하는 사례도 꽤 많다는 것,
등을 주워들어 알게 되었구요. 허이구 그렇게만 산다면 나는 좋겠군,
하는 생각도 해보구요.
단지 걸리는 것은, 승민아빠의 개인적 선택인데요..
KDI 수료자들의 태반이 KDI와 제휴된 미시간대학(랜싱)으로
많이들 가신 반면 승민아빠는, 은행에서 자신이 주로 관여해 온
경제협력(정부의 지휘 아래 개도국 차관 주는 일인가 봅니다) 분야와
관련하여 '국제개발정책'이라는 자기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발견하여
이 학교에 오기로 결정했다는 것이지요.
듀크대 공공정책대학원의 인적 구성은 대개 정부지원하에
각국에서 온 금융인들 공무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생각보다 꽤 스트레스를 주는 프로그램이라는 것,
마흔줄 들어설 때까지 샐러리맨으로 지내온 한 집안의 가장이 감당하기엔
공부가 꽤 빡세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는 것,
그리고 이 사람은 이 점을 각오하고 왔다는 것인데요.. 아, 이 사람
저보다 더 심한 모범생 스타일에 극도의 정신무장을 하고 온지라
옆에 있는 제가 숨이 막혀요.
최근 석 달 간 제가 보기에 이 사람, 노이로제 환자였습니다..
이런 왕신경질고집쟁이에 파쇼일 줄이야..
진짜 많이 싸웠어요, 아이 보기 민망할 정도로..
워낙 자기 일들로 바빠 터치 안하고 살다보니,
또 어쩌면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가 별 문제없는 부부인 줄 알았건만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중대사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얼마나 의사소통이 안 되는 커플인지 실감했습니다.
더 얘기하면 골치아프고 집안 망신이고.. 여기 와서도,
그냥 비행기 타고 나 홀로 휙 귀국해 버렸으면 싶었던 적이
벌써 두 번이나 있었다는 정도만 말씀드리죠.
네. 참아야죠..이러니저러니해도 남편 '덕'에 미국 왔는데
참는 수밖에. 시간 지나면 나아지겠지요..
그렇습니다, 내조!..
나도 '내조'라는 걸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좀 가져야겠습니다..
이리하여 지리상의 발견, 아메리카의 발견은 곧
생활의 발견, 특히 남편의 발견이기도 한 모양인지 원..
아, 저는 중요한 것 한두 가지를 먼저 기억하기로 하였습니다.
예컨대 이곳 미국에서 저의 신분은 F2라는 것.
유학생 부인이라는 표시랍니다.
소셜시큐어리티넘버는 발급이 안 된다는군요.
F2는 이 주에서는 운전면허 따기도 어렵다고 해요..
그래서 1년 정도는 대략 국제운전면허로 개긴다고들 합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군요..
그래요, 이게 문제입니다..
이것, 혹은 저것은 나에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이것, 혹은 저것이 현재 내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도대체 이걸 모르겠다는 게 답답합니다, 여기.
이곳에서 저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향후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될 갈등의
포인트는, 나를 이곳 주민으로 귀속시키려 애쓰며 사느냐
아니면 나를 여행자로 규정하느냐, 이런 부분일 듯하구요.
자, 이 정도면 미국에 간 이유가 밝혀졌는지.. 유지원군? ^_^
부디 원정출산에 대한 의혹은 거두어 주길.
듀크대 안을 두루 살펴보았는데
저 위의 듀크 성당을 제외하고는 아기자기한 멋이 없는,
평범하고 기능적인 건물들에 그저 광활한 캠퍼스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브라이언 센터라는 학생회관에 해당하는 건물 안에
영화관이 한두 개 있더군요. 그 프로그램들을 체크하는 것이
저의 일이 될 것 같고.. 날이 화창해져 꽃이 피면
대학내 사라 듀크 정원이라는 곳을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듀크대 안을 돌아보았던 날의 하늘입니다.
늦가을 날씨였습니다.
기후가 참 좋은 곳입니다.
청명하고 겨울에도 온난하고..
듀크대학보다는 차라리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이 더 아름다운 것 같았습니다.
듀크대학은 더램 지역에,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은 채플힐 지역에 위치해 있는데
저희가 집을 정한 곳은 더램과 접경지에 있는 채플힐입니다.
더램보다 채플힐이 주거 환경이 좋다는 소문을 주워듣고 한 결정이지요.
채플힐 다운타운이 아니라 더램과의 접경인 것은
물론 듀크와의 거리를 좀더 줄여보려는 목적이었구요.
결국 이러저러한 요구들을 두루 충족시킴으로써
한국인들에게 선호되는 아파트들의 목록이 있더군요.
매그놀리아 아파트에 한국 가구가 많은 것은 다 이런 이유 때문인 것입니다.
들려오는 얘기 무시할 깜냥도 없더라구요. 어차피 일자무식인데..
채플힐은 도시라기보다는 타운에 가까운 곳입니다.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라고 하여,
노스캐롤라이나 주도인 랄리, 듀크대가 있는 더램과 묶여
마치 충남 대덕단지처럼 ,정책적으로 조성된 연구단지에 속하는 모양이구요.
그래서 이 지역에 학자들 박사들이 많이 산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채플힐은 UNC, 즉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도시인 것 같습니다.
UNC는 역사가 꽤 오래된 훌륭한 대학으로 알려져 있는 듯하고
무엇보다도 마이클 조던이 나온 학교라나요.
언젠가 유엔시에서 학과별로 그 학과 출신 동문의 평균 연봉을
계산해 본 적이 있다는데 지질학과인가가 제일 수치가 높았다는군요.
조던이 다녔던 그 과였다죠.
빈 집과 빈 냉장고를 채우느라 중고가구점에서부터 대형마트들까지
더램과 채플힐 여기저기 쇼핑을 하며 돌아다닌 지난 이십여 일 동안,
둘러본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 도시 중심에서 남쪽을 아우르는
유엔시 캠퍼스였습니다. 이대처럼 예뻤습니다.
심미적 경험으로서의 대학 순례, 누가 말했습니까..
봄날이 되면 듀크대 안의 사라 듀크 정원과 함께
이 유엔시 캠퍼스에 와 봐야겠습니다.
채플힐의 번화가 또한 유엔시 경내에 조성되어 있습니다.
번화가라 하면 버스가 많이 다니며 스타벅스가 있는 곳 정도 되겠습니다.
다음 사진은 채플힐 번화가인 웨스트 프랭클린 스트리트에 위치한 극장입니다.
저희 동네 팀버라인 극장과 이 바서티 극장이
듀크대 안의 필름씨어터와 함께 제가 주로 이용하게 될 극장들이겠지요..
일단 계획만이라도.
아메리카 대륙, 노스캐롤라이나 초기 정착 단계에 이루어지고 있는
지리상의 발견은, 길의 압박, 운전의 압박과 더불어,
쇼핑과 소비의 압박, 특히 도량형의 압박(마일 달러 피트 파운드 화씨 등등)에
짓눌리며 수행되는, 일종의 스케일 체험으로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
상점들이 참 커요. 크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크기를 반복적으로 실감하는 건 또 새로운 일이죠.
품목별로 특화되어 있는 상점들은 대개가
대형벙커 안에 조성된 하나의 도시였습니다.
서울에서도 이마트 정도야 가보았지만
주로 동네 수퍼에 달려가 두부 사오던 버릇 갖고는 감당이 안 된달까..
정보처리의 지름길은 품목별로 대표적인 체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생필품은 코스코와 월마트, 음식은 해리스티터나 푸드라이온,
책과 음반은 보더스, 비디오나 디비디는 블록버스터, 은행은 와코비아,
차보험은 네이션와이드, 전화는 벨 사우스, 케이블인터넷은 타임워너 등등.
아래는 한국 식료품을 파는 동양장입니다.
대로변의 무슨 창고같고 폐가같이 생긴 정말 허름한 구멍가게였습니다.
여기서 쌀과 짜파게티를 살 수 있었습니다.
승민이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책 읽는 모습이 귀여워서 찍어보았어요.
평소 승민이가 읽는 책은 딱 두 종류입니다.
만화로 된 (화산에서 바다에서 빙하에서 초원에서 등등) 살아남기 시리즈와
무서운 것이 딱 좋아 시리즈.
살아남기 시리즈는 유일하게 미국에 가져온 책인데
특별히 아끼는 책이어서가 절대 아닙니다.
아끼고 뭐고 간에 하여간 읽는 책은 딱 두 종류니까요.
아, 제가 성화해서 오성과 한음도 한 권 넣어가지고 왔다..
이거 읽고 기껏 한다는 질문은 늘 하나죠.
엄마는 오성이 좋아요? 한음이 좋아요?
남들은 해리포터를 영문으로 읽니 어쩌니 하는데 참..
다음 사진은 이 아이의 부모로군요.
I-40이라는 미 대륙 동서를 횡단하는 큰 고속도로가
이 지역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이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끝까지 몇 날 며칠 가면 LA가 나온다고 합니다.
제가 이곳에 살면서 아파트를 벗어나 어디를 간다 했을 때
기억해야 할 가장 큰 도로가 이 I-40번 도로와
15-501이라는 종단 도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든 지리상의 정보는 이 두 개의 도로를 기점으로 설명됩니다.
두 도로를 축으로 하여 자잘한 도로들이 교직되어 있어요.
I-40번 도로만으로 줄창 남하해서 세 시간쯤 가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끝단에 윌밍튼이라는 이름의,
대서양에 면한 해안도시가 나온다고 합니다.
첫여행이라면 여행일까..
길이 단순하다는 이유로,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어느 날 이곳에 가보았습니다.
윌밍튼의 남단에 있는 캐롤라이나비치와 큐어비치.
그곳에서 맞이한 대양의 파도입니다.
딱 일 년 전에 간 포르투갈 리스본의 땅끝 카보 다 로카와
마주보고 있는 곳이겠지요.
미국 오기 전에 꾸었다는 꿈의 제2부를 얘기해야죠.
예의 그 새집의 창 밖으로 이번엔 해일이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저런 신선한 물보라가 아니라
타이타닉과 포세이돈 어드벤처급의 거대한 해일 말입니다.
깨끗한 새집의 침대에 누워자고 있는데
낮에 볼 땐 저 멀리 배경으로만 있던 강물인지 바닷물이 바로 귀 옆으로,
창밖에서 수평으로, 무서운 속도로 흘러오더니 삽시간에 덮치더군요,
[디 아워스]의 줄리안 무어도 아니고 내 참...
요컨대 미국에서 세들어간 새집을 나무가 찍어누르고 해일이 덮치는 꿈.
이것이 제가 서울을 떠나기 전에 꾼 매우 도식적인,
아메리칸 드림의 진상인 것입니다.
비수기 해안의 풍경이란 어디나 다 비슷하게 쓸쓸하고 황량합니다.
이곳에서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아우터뱅크,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지나 버지니아주로 들어서면
유명한 어촌 체사피크만이 나올 것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는 75마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큐어비치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 십여 분 제가 핸들을 잡아보았더랬습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두어 번 승민아빠 가이드로 차를 운전해 본 이후
갑작스럽게 비약한 모험이었는데.. 보는 것만큼 간단치 않았습니다.
앞뒤 차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엑셀을 충분히(헉 100킬로 이상)
밟아줘야 한다는 부담감, 그렇게 밟고 달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공포는 물론이고, 핸들을 아주 조금만 움직여도 확 튀어나갈 것 같아
너무너무 무서웠습니다. 십분 후 샛길로 빠져 차를 멈추었을 땐
가족 모두가 사색이 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승민아빠는 고 십여분 새 포샤삭 늙어버렸더군요.
차를 구입하러 랄리의 중고차 전시장에 가던 날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고 갔었는데 잠시 길을 잃었습니다.
여기가 어디멘고? 하며 한 사람은 길을 보고
한 사람은 사진을 찍고 한 사람은 그 와중에도 게임기를 작동하고 있습니다.
보너스 사진으로
서울 떠나기 전에 극적으로 찍은 우경이 호경이 형제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해 수업 들어가서 얘들만 보면 우울증이 싸악 가셨더랬습니다.
교사의 자존심을 버리고 애걸복걸하여 얻어낸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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