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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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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공간에 관한 노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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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통의 선수급이라 했을 때
고종석씨는 요새, 아니 어쩜, 꽤 오래 전부터 별로인데
김화영씨는 늘 좋습니다.
최윤씨도 괜찮았었죠..
홍세화씨는 안 읽어봐서 잘 모르고..
소격동, 에서 시작된 얘기들의 연속입니다.
인용한 글의 마지막 단락을 주시해 주세요.
민재영님 저번 작품전때, 일련의 작품들을 보면서도
이 부분이 떠올랐답니다.
그 그림들, 다시 한번, 함께 보고 싶은데..
김화영 에세이, <공간에 관한 노트> 중에서
도시는 그냥 그렇게 있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이 만든 것이 도시다. 도시는 사람의 삶이 지금 만들고 있는 공간이다. 프랑스말 중에서 habiter(~에 들어 살다, 서식하다), peupler(~에 사람이나 동물이 살게 하다), meubler(집이나 방에 가구를 갖추다. 필요한 것으로 빈 공간을 채우다) 같은 동사들을 우리말로 옮기고자 할 때마다 당혹을 느낀다. 내가 이제 적당히 번역해 본 괄호 속의 의미가 장황하고 불안정하듯이 이것은 두 가지 언어 사이의 구조적 차이, 그 구조를 뒷받침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태도'의 차이에서 생기는 어려움 때문이다. 프랑스 말에서 이 동사들은 모두 직접 목적어를 받는 직접 타동사들이다. 프랑스 사람들의 의식에 따른다면 '나는 충무로 4가에 사는' 것이 아니라 '충무로 4가를 산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말의 의식 속에서는 공간이 항상 부사적인 기능으로 만족하고 있다. 충무로 4가라는 공간은 나와 별도로 거기에 존재하고 나는 그곳에서 사는 것일 뿐이다. 즉 나는 나와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의 이용자, 그것도 잠정적인 이용자에 불과하다는 태도다.
사실 따져 보면 물리적 공간, 기하학적 공간은 인간과 관계 없이 그냥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집, 동네, 도시와 같은 공간은 삶의 내용으로서 만들어진 것일 뿐 그냥 그렇게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인간적 공간'이다. 이 공간은 하나의 '텍스트'이다. 우리가 저마다 집, 동네, 거리, 도시 등의 공간적 텍스트를 자기 나름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로 삶의 적극적 국면이다. 도시나 마을에 산다는 것은 그 공간 텍스트를 읽는 행위, 그리고 한 걸음 나아가서는 그 공간 텍스트를 쓰는 행위이다. 앞문, 뒷문, 길, 막다른 골목, 시끄러운 대로, 한적한 뒷길...을 안다는 것은 언어의 문법을 터득하는 것과 같다. 지름길을 알고 질러간다든지, 한적한 뒷길로 천천히 생각에 잠기며 산책한다든지. 어떤 상점에 들러 담배를 사는 등의 행위는 언어의 활용이나 수사법과도 같다.
사람 사는 공간의 수사학.
삶의 내용으로서의 공간 경험과 언어 사이의 관계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말 속에 사물이나 사건이 실제로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의 공간 경험, 가령 보행과 같은 행위는 이미 있는 공간을 소유하는 행위가 아니라 끊임없이 실제 공간을 놓쳐 버리고 매순간 또 다른 실제 공간을 찾아가는 행위이다. 오른발이 앞으로 나아가며 "미래!"라고 말할 때 왼쪽 발은 잠시 뒤에 처져서 "과거!"라고 말한다. 그 두 가지 사이에서 잠시 밝아오는 공간, 그리고 적막하게 허물어지는 그 순간의 공간.
" 걸어가는 것은 장소를 놓치는 것이다. 그것은 실질적인 장소를 찾아서 시시각각 부재하는 불확정적인 방식이다. 도시가 수없이 만들어 내고 한데 모으는 떠돌이 걸음걸이는 이리하여 장소의 상실을 하나의 거대한 사회적 경험으로 만든다. 이 경험은 물론 무수하고 자질구레한 장소 상실로 조각조각이 난 경험이지만 이 집단적 피난행위가 서로 마주치고 스쳐가고 만남으로써 하나의 주거적 교직을 짜놓게 된다. 이것을 하나의 도시라고 부르지만 그것은 한갓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 미셀 드 세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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