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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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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여행기 8 - 바르셀로나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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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를 뺀다면, 바르셀로나라는 도시에 대해
제가 갖고 있던 이미지에 가장 근접한 사진입니다.
고딕 지구의 아침입니다.
고딕 지구에 있는 200년 역사의 빵집이랍니다.
적어도 관광사업과 관련하여 바르셀로나는
이 네 사람이 먹여살리는 도시라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고딕 지구를 배회하다 보면 피카소 미술관이 나타납니다.
일단, 이곳에 피카소의 대작들, 소위 '피카소다운' 작품들은 거의 없습니다.
동명의 미술관들 중에 수집품이 더 화려하고 유명세를 타는 곳은 따로 있을 테죠.
고향이나 조국에서 최고 대접을 받는 대가, 별로 못 봤습니다..
피카소는 어려서부터 미술천재로 알려졌다고 하는데
이곳은 바로 그 어려서의 작품들, 즉 십대 시절의 작품들이라든가
파리로 이주하기 전 바르셀로나 시절의 작품이라든가
청색시대의 작품(참 좋았습니다) 위주로 차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눈에 익은 그 입체파 및 초현실주의적인 작품들보다
'정상적인', 지극히 정상적이기 이를 데 없는 그의 작품들이 이곳에 걸려 있습니다.
고전적인 종교화도 있고 19세기말 인상주의 화풍의 그림도 있고
마티스풍의 그림도 있고 혹은 세잔의 작품으로 착각할 만한 그림도 있고..
'피카소다운' 작품들을 주로 미술사적 지식을 통해 머리로 이해하거나
이해하려다 말았거나 이해하는 척했던 반면, 그의 '정상적인' 작품들은
보는 이의 감정에 복잡한 매개 없이 아름답게 스며듭니다. 참 좋아요.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에 왔다간 사람으로서
진짜 잊기 어려운 작품은 역시 '피카소다운' 어떤 작품입니다. 그것은 바로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서 본 벨라스케즈의 <시녀들>을 테마로
피카소가 생산해 낸 동명의 작품 총 40여점(맞는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물의 변형 왜곡 과장 해체 재조립의 수사법을 가지고 별 짓을 다해 본,
이 정신 나간 수십 점의, <시녀들> 바리에이션을 접하다 보면
그 시각적 뒤틀림의 파상 공격에 어지럼증이 밀려오면서, 한편으론 어쩔 수 없이,
정상적인 것과 피카소다운 것 사이의 간격을 이리저리 메워보려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피카소 한 사람의 개인적인 작품 변천사 속에
서양근현대미술사가 다이내믹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느낌,
그 자신이 그대로 사적 집약체 같다는 것, 여기에.. 이 화가에게 부여되는
당대 및 후세 평가의 비밀이 숨어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미술관 내에선 사진을 전혀 찍지 못했습니다.
플래쉬만 안 터지면 된다는데 사진기의 플래쉬 작동 차단하는 방법을 몰라서,
또 미술관 방방이 배치되어 있는 감시관들의 눈초리가 무서워서요.
가우디 저택 견학 때도 그러했지만 미술관 순례시 저의 정서를 지배한
중대 요소 하나가 바로 이, 무지막지한 시선의 감시망 속에
그림 구경을 하고다니면서 앓곤 했던 신경쇠약 및 폐소공포증이었습니다.
서구 대도시들이 대개 그러리라 짐작되는데
스페인의 도시들도 그래피티의 천국이었습니다.
도시는, 젊은이의 공간이니까요..
구석구석에서 도발적이고 창조적인 그래피티를 많이 접했으나
대부분 차량 이동 중에 역사 부근이라든가 터널 속에 그려진 것들을
영화필름처럼 시야에서 순간순간 흘려보내는 바람에,
민첩하게 사진에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
고딕 지구의 어느 바리케이드에 그려진 그래피티 앞에서
승민이가 자세를 잡아보았습니다.
승민이는 저렇게.. 집에서 입던 추리닝 바지와
꾀죄죄한 점퍼를 줄창 입고 다녔습니다.
이 아이를 데리고 온 것이 엄마인 제겐 명백히 플러스였지만
아이 자신을 위해 과연 플러스였는지 제로였는지 어쩌면,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마이너스였는지는.. 두고 봐야 알겠습니다.
방구석에서 게임이나 하고 투니버스 보는 게 지상낙원인 아이가
오고 싶지 않은 여행 억지로 따라와 즐겁지도 않은 마당에
스페인 대도시에 창궐한다는 소매치기 잡범에 대한 공포감과 경계심으로
유난히 걱정을 많이 하였고.. 어수룩하며 늘 경황없어하는
엄마를 믿지 못해 옆에서 잔소리를 참 많이 했어요.
실로 혹독한 시집살이에.. 작은 정서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가 저희 모자를 보고 달려들겠습니까..
요새 유럽에서 유행하는 관광객 상대 소매치기 유형 중 대표적인 것이
어린 아이를 미끼로 한, 집시나 아랍 계통의 가족 단위 소매치기범들이라던데
아니, 얘랑 나의 몰골을 보면 소매치기의 표적은커녕 소매치기가족 그 자체라 해도
이의 제기가 불가능할, 하여튼 그런 행색 아니었겠습니까..
고딕 지구의 상점 거리에서 본 이미지들입니다.
관광객 절반, 소매치기 절반이라는 바르셀로나 관광의 중심지,
고딕 지구와 인접해 있는 람블라스 거리의 색채들입니다.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공연 포스터를 이 거리 곳곳에서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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