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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주향

제 목

여행기 4 - 모로코 (2)

모로코에서 돌아본 도시는 페즈-카사블랑카-라바트 세 곳입니다. 좀더 퇴폐적이며.. 영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마라케쉬는 이번 일정에 없었습니다.

페즈에서의 시간은 관광객들에게 메디나 안에 밀집해 있는 서민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계기를 제공해 주고자 책정된 시간인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국땅에 와서 슬쩍 지나쳐 가는 주제에 그쪽 사람살이의 현장을 빤히 들여다보는 짓이란 참 민망하고 무례한 일 아닌가요. 체류하지 않는 이상 쳐다보지도 말았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카사블랑카나 라바트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페즈와 달리 이 두 도시들은 모로코를 대표하는 행정 및 경제도시였고 카사블랑카의 번화한 도심은 일테면 베트남의 호치민 시를 연상케 하는, 프랑스 식민 도시 특유의 어떤, 화려하고 번잡하면서 슬픈 정취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카사블랑카였는지 라바트였는지 헛갈리는데.. 이슬람 유적인 핫산2세 모스크와 그 주변 정경이 기억에 남는군요. 바닷가에 면해 우뚝 솟은 아름다운 모스크와, 부속 건축물 가운데 마치 꿈을 꾸듯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접시 행렬이라든가 이른 아침 한가한 광장의 분위기가 마음에 꼭 들어 그 일대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사원 모퉁이에 걸터앉아 독서중인 대학생들을 보았습니다. 바다가 상징하는 무한한 자유와 진보, 사원이 상징하는 견고한 전통과 율법의 세계. 그 경계선에 그들이 있었습니다.

라바트 근교였던가.. 카스바 우다야라는 성채도시입니다.
오래 전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사람들이
이곳으로 쫓겨와서 건설한 동네라고 해요.
아아, 그 색채.. 마을 전체가 흰 색과 파란 색으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안달루시아에도 카사레스라든가 미하스 같은
하얀 마을이 이즈음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지만
이렇게 하늘과 지중해를 꼭 닮은 파란 색으로
아예 의장을 통일한 지역이 여기말고 또 있을까요..
이곳에 좀더 머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파랑으로 눈과 영혼을 세탁하고 파랑을 껴안고 파랑을 감촉하고
파랑을 먹고 마시며 파랑에 뒹굴며
수십 가지 파랑의 스펙트럼을 사진에 왕창 담아올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하는 제게 일행 한 분이 위로해 줍니다.
그리스의 에게해 근방에 가면 이런 마을 또 볼 수 있다고.

모로코의 낭만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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