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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where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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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홍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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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EXIT'였습니다.
여기저기 가 본 곳 중 가장 많은 곳이, 홍콩인 고로 당연하게 쇼핑공간들이었고,
쇼핑공간들말고도 이런저런 공간들, 곧 빌딩들에서 숱하게 많이 만났던 단어가
바로 그것이었죠. 과연 '쇼핑인' '실내인'들 세상답게, 일단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되는 그 숱한 실내공간들은, 그러나 거의 몇 발자국 옮길 때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EXIT'들로 인해 일종의 폐소공포증을 효과적으로 덜어내는듯 했습니다.
제가 만난 홍콩사람들의 삶 또한 이 'EXIT'의 이미지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통 기업의 주재원이나 특파원 혹은 출장 등의 업무로 이 공간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들은,
당연히 한정된 시간만을 허용받은 때문에 자연스레 떠나감이나 이동, 벗어남을 전제할 수
밖에 없겠고요. 가령 그렇지 않은 사람들, 혹은 홍콩인들조차 이 홍콩이라는 공간을
뿌리박고 사는 곳, 변함없이 지키는 곳 정도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현재만 있을 뿐 미래는
기약할 수 없는 어떤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듯 했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이야기했거나 전해들은 사람들 말 중에는 빠짐없이, 홍콩아닌 어떤 다른 곳이
거론됐지요. 당연히 한국사람들이라면 그들이 떠나온 곳, 곧 돌아갈 곳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며, 일정한 기약없이 홍콩에 살고있는 거의 정주민이라고 할 한국인들 이야기 속에서도
이탈리아, 캐나다 혹은 파리, 광주, 상해, 북경 등등의 다른 지역이 불려나오더군요.
둘쨋날 무료 반나절 버스 투어를 안내했던 현지인 아저씨, 호주에 집 한 채 두고 가족은
거기 살고 있다고 하더군요. 홍콩과 호주를 오가며 산다고요. 관광 가이드라는 직업 혹은
일상에도 반 정도만 묶여사는 그 아저씨의 삶이 아마 홍콩사람들에 대해 제가 갖게 된
결정적 인상일 듯 합니다. 가령 제 친구처럼 영어와 만다린어를 배워야하는 언어의 압박
또한 영어와 한국어, 만다린어 중 어떤 것을 써야할 지 현재로서는 결정되지 않는 삶을
말해주는 것이겠고요.
그 'EXIT'를 통해 숱한 사람들이 떠나갔고, 떠나간 자리를 또 많은 사람들이 채우고 있는
곳이 홍콩인 듯 합니다. '현재만 있을 뿐 미래는 기약할 수 없는'이라는 표현이 약간의
불안과 상실을 담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미래조차 현재에 발목 잡혀버린'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참으로 구미가 동하는 삶의 모습들인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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