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상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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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고








읽어냈다는 데 우선 의의를 두게 되는 책들이 있다

파우스트가 그렇다

다행히 읽는 게 어렵진 않았다

세익스피어가 해낸 일을 괴테가

독일어로 해냈다는 느낌이었다

근대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좀더 총체적으로.. 좀더 우의적으로.. 멋도 좀 부려서..

이 작품의 영향권에 있는, 이 작품에 영감을 받은

후대의 수많은 문화콘텐츠들이 장면장면에

혹은 문장들에 되비치는 듯 어른거렸다

브루노 간츠가 파우스트로 나온

2000년 페터 슈타인의 완판본 연극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이 작품을 본다면 훌륭한 복습이 되겠다

자막이 없으니

좌측 독일어 원문, 우측 한국어 번역으로 구성된

위 책을 펼쳐놓고 영상을 보고 들으며

왔다갔다 시청각 멀티플레이를 해야 한다

한글자막이 없는 오페라를

영상물로 보거나 음반으로 들을 때

원문과 영문번역으로 구성된 리브레토를 펼쳐놓고

종종 해 본 방법이다

지금보다 젊었을 때 이야기

할 수 있을는지


1부



2부



영문자막이 있는 1부




독서 기념으로 옮겨 적은,

인간에게 근심이 어떻게 스며들고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제2부 제5막

[한밤중]

(네 명의 잿빛 여인이 등장한다)

첫 번째 여인: 내 이름은 결핍

두 번째 여인: 내 이름은 빚

세 번째 여인: 내 이름은 근심

네 번째 여인: 내 이름은 궁핍

셋이서: 문이 잠겨 있네요, 우린 들어갈 수 없어요,
이 안엔 부자가 살아서, 우린 들어가고 싶지도 않아요

결핍: 이런 데선 내가 그림자가 되거든요

빚: 이런 데선 내가 없어져버려요

궁핍: 나한테서는 호강에 겨운 얼굴을 돌려버리지요

근심:
너희 자매들아, 너흰 들어갈 수 없지, 들어가선 안 되지.
근심, 근심이야 열쇠구멍으로 숨어들어 가지만

(근심이 사라진다)

결핍: 잿빛 자매들아, 너흰 여기서 떠나거라

빚: 바짝 곁에서 너와 붙어 있을게

궁핍: 바짝 발꿈치를 따라 같이 가고 있네, 궁핍이

셋이서:
구름이 흐른다, 별들이 사라진다!
저 뒤에, 저 뒤에! 멀리서부터, 멀리서부터,
저기 그가 온다, 우리 형제, 저기 그가 온다,----죽음이

피우스트:
(궁전 안에서)
넷이 오는 게 보이더니 셋만 돌아가는군,
그들이 하는 말의 뜻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소리의 여운은 남았는데, 이렇게 들렸다-궁핍
그다음에 음산하고 운이 맞는 단어가 따랐다-죽음
그 소리는 휑하고 유령같이 둔탁하게 울렸다
아직도 나는 싸워 자유로움을 얻지 못했다
마법을 내 길에서 몰아내었으면 좋겠는데
마법의 말을 모조리 다 잊어버렸으면 좋겠는데
나 그대 앞에, 자연이여, 만약 한 인간으로서 홀로 서게 된다면
한 인간이 되고자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으리

나도 전에는 그랬지, 침울에 싸여,
불경한 말로 나 자신과 세계를 저주하기 전에는
이제는 공기가 저런 유령들로 들어차서
어떻게 그걸 피해야 할지 아무도 모르게 되었다
한낮이 우리를 보고 청명하고 분별 있게 웃음 지어도
밤이, 꿈의 거미줄로 우리를 휘감아 버리지
우리가 싱싱한 풀밭에서 즐겁게 돌아오는데
새 한 마리가 깍깍거린다 뭐라고 깍깍거리는 거지? 불운이구나
이렇게 늘상 미신에 사로잡히지
뭔가가 일어나고, 보이고, 경고해
하여 참으로 소심해져서, 우린 홀로 서 있게 되지
대문이 삐거덕거렸는데, 아무도 들어오진 않네

(놀라서)

여기 누가 왔나?

근심: 질문하시니 대답하죠, 네!

파우스트: 한데 너, 넌 대체 누구냐?

근심: 한번 와봤어요

파우스트: 물러가거라!

근심: 올 자리에 와 있는 걸요

파우스트:
(처음에는 노해서, 그다음에는 진정을 하고 혼자서)
주의해라 그리고 주문 같은 말은 하지 말라

근심:
귀가 제 말을 듣지 못하더라도
가슴속에선 분명 천둥이 일걸요
모습 바꾸며 나타나서 저는
무서운 폭력을 행사하지요
오솔길들에서, 파도 위에서
영원히 소심한 길동무는
늘 나타나죠, 결코 찾지 않았건만,
아첨도 받고, 저주도 받으며
당신은 여태 근심을 몰랐나요?

파우스트:
나는 다만 세상을 달려왔다
욕망 하나하나의 머리채를 틀어쥐었고
내게 흡족하지 않은 건, 떨쳤으며
내게서 벗어나는 건, 가게 두었다
나는 다만 갈망하고, 다만 이루어냈고
또다시 소망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나의 삶을 돌파해 왔다 처음에는 거대하고 힘 있게,
그러나 이젠 현명해졌다, 생각이 깊어졌다
지상의 일은 이제 충분히 잘 아는데,
저 높은 곳을 향한 전망은 막혀버렸다
바보이지, 두 눈 깜박이면서 그곳으로 향하며,
구름 너머에 자기 비슷한 것이 있다고 지어내는 사람!
그런 바보는 단단히 서서, 여기를 둘러보아라
유능한 사람에게는 이 세계가 입 다물고 있지 않는 법,
영원 속으로 헤매어 가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
그가 인식하는 것, 붙잡힌다
지상의 날을 따라 그렇게 거닐지라
유령이 출몰하면, 걷던 걸음을 그냥 걷거라,
계속 걸어가는 가운데서 고통과 행복을 찾으리,
그, 그 어느 순간에도 만족하지 않는 자!

근심:
내가 한번 내 것으로 소유한 사람
그에겐 온 세상을 줘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영원한 침울이 내려앉아
태양이 뜨지도 않고 지지도 않고
바깥으로는 모든 감각이 완전해도
안에는 암흑이 깃들어 있어,
온갖 보물이 있어도
제 것으로 만들 줄 모른다
행복과 불행이 망상이 되고,
넘침 가운데서도 굶주린다
희열이든, 괴로움이든
그걸 다른 날로 밀쳐두고,
오직 미래만 기대하며
그래서 결코 완수하지 못한다

파우스트:
닥쳐라! 그런 식으로 네가 날 대적하지는 못한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듣고 싶지 않다
꺼져라! 그 고약한 주절거림
그건 가장 현명한 사람의 얼도 빼놓겠다

근심:
그가 가야 하나, 그가 와야 하나,
그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네
잘 닦인 길 한가운데서
더듬더듬 휘청인다, 고작 한 발짝씩 내딛다가
그가 점점 더 길을 잃는다,
모든 사물을 비뚤게 본다,
자기도 다른 이들도 무겁게 짓누르며,
숨을 돌리며, 또 숨막혀하며,
아주 숨 막히진 않았는데, 생기가 없네,
절망한 건 아닌데, 헌신이 없네
그렇게 멈출 수 없는 굴러감,
고통스러운 단념, 내키지 않는 의무,
때로는 풀어주고, 때로는 짓누르고,
쪽잠과 불편한 깨어남
그에게 붙어서 그 자리에서
지옥행 준비를 시키지

파우스트:
축복받지 못한 유령들! 너희는
인간 족속을 수천 번 이런 식으로 다루지
그저 그런 나날들까지도 바꾸어놓지,
그물에 얽매인 고통의 끔찍한 혼란으로,
악령들이란, 내 알지, 떨치기가 어려워,
영이 매어놓은 엄중한 끈이 끊기질 않아
하지만 너의 힘, 아 근심아, 숨어들어 커져도,
나는 그걸 인정하진 않겠다

근심:
그 힘을 겪어보세요, 제가 얼른
저주를 내리며 당신을 떠날 테니!
인간은 평생토록 맹목(盲目)이니,
이제, 파우스트! 당신도 종국에 눈머시오
(근심이 그에게 입김을 훅 분다)

파우스트:
(눈이 멀어서)
어둠이 깊게, 더 깊게 스며드는 것 같다,
하지만 내면에선 환한 빛이 켜지는구나
내가 생각했던 것, 그걸 완성하고자 서둘러야겠다
주인의 말, 그것만이 중하다
침상에서 일어나라, 너희 종들아! 한 사람 한 사람 다!
내가 대담하게 생각한 것을, 즐겁게 실행하라
연장을 들어라, 큰 삽을 휘둘러라, 작은 삽도,
정해진 것은 즉시 성사되어야 한다
엄한 지시에 따른 재빠른 근면함,
더없이 아름다운 대가가 따른다,
위대한 작업이 완성되도록 하자면
수천의 손을 지휘하는 하나의 정신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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