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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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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존 쿳시의 <엘리자베스 코스텔로>와 카프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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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쿳시의 소설 <엘리자베스 코스텔로>에서
하이라이트는 3강과 4강 <동물의 삶> 부분이지만
다른 부분도 재미있다
저자인 존 쿳시의 대변자이기도 할 늙은 여성 학자의
연설 텍스트들이 메인인 특이한 소설인데
어찌나 지적 긴장이 넘치며 때로는 도발적인지
이슈 안으로 독자를 끌어들여 참여하고
의문을 가져보며 성찰하게 하는 힘이 대단하다
최근에 카프카 작품들을 읽어서인지 한편으로
주인공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종종
카프카에 대해 언급하는 것에도 관심이 갔다
1강과 3강에서 연설자 코스텔로는
카프카의 단편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에 나오는
원숭이 빨간 페터를 끌어오며
자신이 빨간 페터처럼 느껴진다는 포지셔닝을 여러 번 한다
짐승에서 인간에 가까운 어떤 것으로 올라서는
자신의 향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교육받은 원숭이 빨간 페터의 이야기는
주인을 따라 클래식을 듣다 보니
브루크너를 좋아하게 되었고
교향곡 7번 3악장을 들을 때 용기가 난다던
하루키의 <시나가와의 원숭이>를 떠올리게 했다
대놓고 카프카의 <법 앞에서>를 패러디했다고 하는
8강 <문 앞에서>에선 주인공이 처한 연옥 같은,
혹은 문학적 테마파크 같은 설정과 관련해
전면에 나선 듯한 작가의 노골적인 카프카 언급이 나오는데
카프카가 짜증난다는 말에 유난히 공감이 되어 인용해 본다
[카프카 문제도 마찬가지다. 벽, 문, 보초 들은 카프카에서 곧바로 튀어나온 것이다. 고백에 대한 요구도 그렇고, 졸고 있는 집행관이라든지 그녀가 할 말을 쥐어짜내느라 몸부림치는 동안에 관심을 기울이는 척하는 까마귀 가운을 입은 노인네 위원단이 있는 법정도 그렇다. 카프카, 하지만 카프카의 외피에 불과한 것. 패러디로 축소되고 단조로워진 카프카.
또 그녀에게 끌어다놓은 게 왜 하필 카프카인가? 그녀는 카프카에 심취한 사람이 아니다. 카프카를 읽으면 대개의 경우 짜증이 난다. 그가 무기력감과 욕정 사이를, 분노와 비굴함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면 그가, 적어도 그의 K 자아들이 그야말로 유치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런데도 그녀가 처박힌 미장센은 어째서 그토록-그녀는 이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달리 선택지가 없다-카프카적인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가지 답은, 그 쇼가 그녀가 좋아하는 유형의 쇼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너 카프카적인 것 안 좋아하지. 그러니까 그걸 지겹도록 맛보게 해줄게.’] -<엘리자베스 코스텔로> p.275
이미 카프카의 <변신>과 <소송>을 읽은 상태에서
<엘리자베스 코스텔로>에 참조된 작품들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선견지명이 있어 마련해 둔 카프카 단편전집
이 안에 수록된 두 작품을 먼저 읽었다
빨간 페터 원숭이의 연설 형식인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문 앞에서>가 패러디한 <법 앞에서>
또 단편전집을 펼친 김에
카프카와 카프카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암시가 있는
<선고>도 읽었으며
<시골 의사>도 읽었다
카프카의 단편들을 접하며, 장편까지 포함해 느낀 것은
꿈에 대한 감각이 없으면 이 세계를 이해하기 어렵겠구나 하는 것과
내가 읽어 온, 혹은 읽고 있는 20세기 현대 소설의 태반에
카프카가 들어있었구나, 과장 보태서 거의 모든 소설이
카프카구나 하는 것이었다
<변신>과 <소송> 이후 카프카를 이해해 보고 싶어 읽었으나
얇은 분량임에도 페이지 넘기기가 쉽지 않았던
이 책을 다시 펼친다
카프카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단 카프카 작품 독서가 어느 정도 누적된 상태에서 읽는 게 좋다
카프카의 소설 일기 편지 등에 나타난 꿈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본문과
뒤의 주해를 대응시켜 읽는 방식이 도움이 된다
한스게르트 코흐의 해설
“매일 밤 나는 투쟁한다”_프란츠 카프카의 “책상과 소파 사이”도 유익하며
90년대 이탈리아에서 나온 저작의 독일어 판본을 번역한 배수아씨가
<눈 속에서 불타기 전 아이는 어떤 꿈을 꾸었나>라는 자신의 단편으로
역자 후기를 갈음하고 있는 것도 멋지다
이 단편은 배수아의 소설집 <뱀과 물>에 실려 있어 이미 읽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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