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 날짜로 10개가 마무리되고
이제 10개가 남았다
2개는 선곡표에 이미 예고되었다
월요일에 듣게 될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은 예상했었다
므라빈스키보다는 평소에 자주 내보내던,
더 격렬한 스베틀라노프 연주로 택하신 듯하다
모레 듣게 될 포레의 레퀴엠은 진행자가 종종
내보내던 연주이긴 했지만 예상하지 못했다
전체적인 선곡이 그 어느때보다
진행자의 가을 감성을 짙게 반영하며
나약한 인간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우울치료제에 가까운 리스트가 아닌가 생각 중이다
전반부에서 가장 의외이자 발견은
레오폴트 블라흐의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이었다
지극히 소박하고 다정하게 다가와
옹색한 마음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 준,
잘 알고 있다고 여긴 곡을 난생 처음 듣는 것처럼
새로운 감각으로 받아들이게 해 준 연주
나머지 8개는 무슨 곡일까.. 찍어본다
일단 성악곡 두 개
-슈만 시인의 사랑 분덜리히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피셔디스카우
아직 안 나온 교향곡으로
-베토벤 3번
-베토벤 9번
-드보르작 9번
-브루크너 7번(요훔)
이중 최소 두 개
지휘와 연주단체가 누구일지 궁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중에선
함머클라비어보다는 열정 찍어본다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대공도 떠오른다
하지만 베토벤 교향곡도 아직에다
이미 현악사중주 두 개가 나온 마당에
실내악이 추가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현재 피아노 협주곡은 라흐 피협 3번 하나인데
-라흐 피협 2번도 빼놓으면 서러울 듯
문제는 라흐 교향곡 2번이 나왔으니 라흐가 너무 많아진다
-슈만 판타지 리히터
리히터는 이미 슈피소 960 나왔지만
하나 더 나와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이러면 슈만이 벌써 세 개?
쇼팽이 하나도 없는데 슈만이 세 개?
-바흐가 한 자리 있어야 한다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냐
무반주 첼로모음곡이냐
경쟁시 나는 첼로로 가고 싶다
다닐 샤프란? 앙드레 나바라?
마태수난곡은 아니겠지
10.31(월)
정만섭의 베스트 20 (11)
Pyotr Tchaikovsky
Symphony No.6 in B minor, Op.74 “Pathétique”
USSR Symphony Orchestra/Evgeny Svetlanov 1967 [45:41]
정) 러시아 악파별 특징으로 오케스트라를 봤을 때
저돌적인 스케일은 일치하나 차이가 있는데
모스크바는 육중한 무게감으로 증기기관차 질주에 비유할 수 있고
레닌그라드는 경쾌함과 기민함으로 경기관차의 질주에 비유할 수 있음
차교6 전자는 엄청난 스케일과 광활함을 보여주며
단원과 지휘자의 텔레파시가 돋보임
3악장에서 지휘자는 절제 속에 고개만 까닥까닥하는 카리스마
11.1(화)
정만섭의 베스트 20 (12)
Gabriel Fauré
Requiem Op.48
Victoria de Los Angeles(soprano), Dietrich Fischer-Dieskau(baritone),
Henriette Puig-Roget(organ), Chœurs Élisabeth Brasseur,
Orchestre de la Société des Concerts du Conservatoire/André Cluytens 1962 [39:50]
정) 레퀴엠 장르가 진혼곡에서 감상음악으로 전환되면서
모차르트 베르디 같은 극적 음악으로 변질된 가운데
세상 떠난 사람들이 좋은 곳으로 가 있으리라는
남아있는 자들의 믿음과 축복이 잘 나타난 포레의 레퀴엠
11.2(수)
정만섭의 베스트 20 (13)
Ludwig van Beethoven
Piano Sonata No.29 in B flat major, Op.106 “Hammerklavier”
Annie Fischer(piano) 1978 [45:16]
정) 아니 피셔는 20세기 대표 여성 피아니스트
리히터가 가장 존경한 피아니스트 중 한 명
1914년 헝가리 태생 1995년 사망
베피소는 그녀의 본질을 보여줌
전곡 연주했으나 생전에 발매를 거부해 죽고 나서 발매됨
그녀의 연주에 대해 폴리니는 “유아적 순수함”이 있다고 했으며
리히터는 “고매한 영혼, 천부적 소질”이라는 찬사를 함
11.3(목)
정만섭의 베스트 20 (14)
Dmitri Shostakovich
Symphony No.5 in D minor, Op.47
Leningrad Philharmonic Orchestra/Evgeny Mravinsky 1984 live [44:20]
정) 스베틀라노프와 대비,
경기관차의 폭주에 비유할 므라빈스키의 레닌그라드 필
11.4(금)
정만섭의 베스트 20 (15)
Jean Sibelius
Symphony No.2 in D major, Op.43
London Symphony Orchestra/Pierre Monteux 1958 [43:26]
정) 각별히 좋아하는 곡
심하게 좋아져 소위 ‘꽂힌’ 지 몇십 년 되는 곡
들어볼 만큼 들어본즉 최종 귀착은 몽퇴 연주
본인 간혹 왔다 갔다 하지만 이 경우는 변함없는 정답
시벨리우스 교향곡 특징은 ‘공감각적’ 느낌을 준다는 것인데
저음현을, 음표를 최소화해(따단) 비워놓아 공간이 형성되면서
여백이 중요해짐 그래서 유화보다 동양화에 가까운 맛
강렬한 필력으로 만들어 낸 여백의 미
필력이 강한 지휘자라면 그 나머지 부분을 끌어올리는 경향
아첼레란도.. 뒤로 갈수록 치열하게 잘 살려야..
애국적이다 못해 선동적인 작품
녹음상태가 뛰어난, 리빙스테레오의 대표적인 오디오파일 음반
1악장
2악장
3악장
4악장
11.5(토)
정만섭의 베스트 20 (16)
Jean Sibelius
Violin Concerto in D minor, Op.47
Christian Ferras(violin)
Berliner Philharmoniker/Herbert von Karajan 1964 [33:25]
정) 카라얀의 방대한 레퍼토리를 보면
눈에 띄는 독주자를 발견하면 거침없이 발굴해서
함께 레코딩을 하곤 했는데
독주자 입장에선 물론 성공의 지름길이었음
그러나 결과가 별로인 경우도 있었던 것이
카라얀의 카리스마와 입김에 쓸려내려간달까
독주자의 개성이 몰화되는 경향이 적잖이 있었음
그 와중에서 페라스의 경우는 성공 사례
강력한 텐션으로 유명하고
특히 젊은 페라스는 카라얀에 지지 않았음
곡 전체가 긴장감 넘치는 스릴 만점의 명연
11.6(일)
정만섭의 베스트 20 (17)
Antonín Dvořák
Symphony No.8 in G major, Op.88
Wiener Philharmoniker/Herbert von Karajan 1961 [36:40]
정) 카라얀의 연주에 대한 흔한 비판으로
끔찍한 시럽 같다, 자기식의 루바토가 심하다는 말이 있음
그러나 음악에 정답은 없음
개성이 각자의 완성도를 지닐 때 최고가 되는 것
1961년 카라얀이 패기만만하던 시절
루바토와 레가토를 기막히게 구사한 연주
밀당을 이리도 잘할 수 있을까
11.7(월)
정만섭의 베스트 20 (18)
Frédéric Chopin
Études Op.10/Op.25
Georges Cziffra(piano) 1962 [57:38]
안타깝게 이날 멘트를 놓침
그러나 평소 치프라에 대해 자주 얘기했던 만큼
어떤 말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특히 전쟁 포로로 고생한 이야기,
지휘자였던 아들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뜬 후
연주 의욕을 상실해 버린 불운한 생에 대한 이야기가
검색만 하면 자세히 나온다
나로서도 임윤찬 때문에 리스트 명인을 찾아다니던 중
정착한 피아니스트가 치프라여서 각별하다
11.8(화)
정만섭의 베스트 20 (19)
Pyotr Tchaikovsky
Piano Trio in A minor, Op.50 “A la mémoire d’un grand Artiste”
Sviatoslav Richter(piano), Oleg Kagan(violin), Natalia Gutman(cello)
1986 Puschkin-Museum Moskau [54:19]
정) 페터 슈라이어의 회고록에 의하면
리히터와 겨울나그네로 동구권 순회 연주 중
모스크바 공연 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봐
극도의 긴장 속에 연주를 마친 후 숙소로 가려는 자신을
리히터가 붙잡아 자신의 거처로 데려갔다고 함
희미한 등잔 아래 삐걱이는 계단에
두 남녀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들은
리히터가 가장 아끼던 후배인 카간과 구트만 부부였음
그들의 진한 부부애와 리히터의 터치가 빛나는 절절한 음악
“어느 위대한 예술가를 추억하며”
11.9(수)
정만섭의 베스트 20 (20)
Ludwig van Beethoven
Symphony No.9 in D minor, Op.125 “Choral”
Leontyne Price(soprano), Maureen Forrester(alto),
David Poleri(tenor), Giorgio Tozzi(bass)
New England Conservatory Chorus
Boston Symphony Orchestra/Charles Munch 1958 stereo [62:12]
정) 가장 폭발력이 센 연주가 뭘까, 보니 뮌슈로 귀결
이 뜨거운 지휘자의 수많은 뜨거운 음반들 중 베교9는 핵심
러닝타임이 62분밖에 안 됨. 성악진과 오케스트라의 폭발력이
베스트 20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