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의 이 연주를 거의 매일
아침을 여는 첫 곡으로 듣고 있다
그러면서 잘 알려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21번 23번 사이에 숨어있던 이 22번의 존재감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아니, 늘 밋밋하게만 들리던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자체를
이번에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것 같다
포인트1은 ‘슬픔’, ‘고통스러움’의 남다른 표현을 통해
2악장이 귀에 들어오게 해 준다는 것이고
문제의 포인트2는 3악장의 경쾌한 테마 사이에 위치한
느린 패시지로.. 클라리넷 바순 호른 등
목관과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부분이다
이때 피아노의 응답은 도대체 형언할 길이 없는,
언뜻 모차르트 자신의 어느 오페라 아리아 소절을 연상시키는,
오른손 트릴이 이끄는 노래하듯 아름다운 선율로
가슴이 미어진다 두 번 반복되는 이 부분에서
나는 아침마다 울고 있다
아래 영상의 30:30~31:00, 31:30~32:13
과연 다른 연주자들도 이렇게 연주했나 궁금해서
지난 한 달 동안 여러 연주를 들어본즉
리히터도 쉬프도 부흐빈더도 브렌델도 안다도 김선욱도
이 부분을 이렇게 치지는 않았다
대부분은 안전한 느낌으로, 목관 솔로를 받는 현악기 선율과
동일하게 가되 미묘하게 다 달랐다
그러던 중 어제오늘 드디어
윤찬과 똑같은 멜로디로 이 부분을 연주한 두 사람을 찾았다
머레이 페라이어와 미츠코 우치다
악보에는 이 멜로디가 없는 것 같으니
아무래도 작곡가가 열어놓은 범위에서 연주자가
재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한 장식음 구간이 아닌가 싶다
페라이어 연주 댓글엔 이 부분이 모차르트 제자인
훔멜 버전이라는 말도 있다 아무튼 그래서
페라이어와 우치다의 연주를 제대로 들어보았더니
3악장을 윤찬만큼 또랑또랑 활기차게 연주한 페라이어의
1,2악장은 또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으며
우치다의 3악장 그 부분은 극도로 섬세한 연주인 반면
윤찬만큼 확신이 강하지 않았다
들을 때마다 감동의 파도를 몰고 오며
한동안 내게 미스테리였던
모피협 22번 3악장의 느린 구간 임윤찬의 연주,
그것은 창조나 편곡이 아닌,
탁월한 선택이자 그만의 해석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