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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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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리히터 평전을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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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희고 광활하고 얼어붙은 듯하고
적막해 보이는 이 겨울의 책은
2015년 즈음에 접한 브루노 몽생종의 리히터 다큐필름과
역시 브루노 몽생종이 쓴, 위 필름과 내용이 겹치는 아래 책에 이어,
리히터 이해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해 준 최신 평전이다
앞선 자료들을 베이스로 하되 이후 누적된, 그리고 새롭게 공개된
다양한 소스를 통해 리히터의 생애와 음악활동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내 주는 한편으로
출생1915부터 사망1997까지 20세기 구소련의 역사와
시기적으로 공생했던 리히터의, 음악인으로서의 삶의 국면들을,
혼란스러웠던 정치 상황 속에서 조망할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리히터의 행적 및 발언들과 관련된 팩트체크를 분명히 함으로써
무수한 루머와 신화, 카더라 통신을 교통정리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우크라이나 지토미르에서 태어나 오데사 모스크바로,
그곳을 기점으로 러시아 대지를 횡단하고 유럽을 종단하며
시베리아 깊숙한 오지의 낡은 업라이트 피아노에서부터
전세계 방방곡곡 유명 무명의 콘서트홀까지 평생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왕성한 연주활동을 펼쳤던, 방랑자이고 여행자였던
위대한 피아니스트 리히터 개인의 전기로,
그리고 조금 큰 범위에서 20세기를 살다간 보편적인
콘서트 피아니스트의 삶 일반의 기록으로 읽었다
책에 수록된 사진 두 장을 찍었다
하나는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한 사진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의 애칭은 슬라바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어릴적 그는 가족 지인들에게 스베티크로 불렸다고 한다
또 하나는 그의 필체를 볼 수 있는 편지 사진
자기모습 위에 그린 바닷가재는 예컨대 리히터가
뒤늦게 도전한 베토벤의 함머클라비어 소나타와 씨름할 때라든가
불만족과 우울증이 심해졌을 때, 붕괴 직전의 상태로 치달았을 때
절대 시야 바깥에 두지 않고 위로를 받았다는
분홍색 플라스틱 장난감, 즉 일종의 애착인형을 묘사한 것
놀랍게도 내 나이 때의 증상이었다
그러니까 바닷가재 인형은 도라에몽이나 카카오 캐릭터 춘식이 같은 존재?
오랫동안 리히터의 부적이 되어준 이 바닷가재는
나중에 양 인형으로 대체되었다고.
주변인에 따르면 리히터는 또한 매년 부활절을 앞두고
달걀에 색칠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하니
최고의 성공과 자기실현을 달성한 이 어른이, 이 거인이
방구석에서 그러고 앉았을 어린아이같은 모습을 상상하면..
실로 모순덩어리이자 매혹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다
리히터..
피아노를 두드려 패고 으깨고 짓이겨
마침내 집어삼키는 신화 속의 거인족 괴물 같으신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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