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가 있던 주중
임윤찬 서울공연 예매전투에서 (예상대로) 실패한 후
상심이 컸는데 위로가 된 강의였다 왜냐하면
온전히 임윤찬의 반클라이번 콩쿠르 세미파이널
연주실황만을 텍스트로 한 강의였기에..
거의 임윤찬 특집에 가까운 판타스틱한 시간이었다
해설지 내용을 바탕으로 혼자만 듣기 아까운
강사의 개그와 만담이 더해진 강의 기록
참, 김문경 선생님도 피케팅 실패하셨다고
* 제목 Trancendental Etudes의
Trancendental은 초월적, 선험적이라는 뜻
기교를 통해 더 높은 차원으로 올라간다는 의미
축구에서 메시 호날두를 신계라고 하듯
인간계가 아닌 신계, 저세상으로 들어간다는 의미
초절기교연습곡이라는 제목보다는 초월연습곡이 적절
해병대 연습곡
1. 전주곡 Preludio C장조
1분 남짓의 짧은, 손 풀기용 곡
분산화음이 기본이며 화음, 트릴이 간간이 끼어든다
임윤찬은 피아노 앞에 앉자마자
냅다 꽂아버리는 시작을 택함
2. (로켓) a단조
몰토 비바체
베토벤 시그니처인 운명의 모티프
단단단장 리듬으로 온통 뒤덮인 곡
대놓고 베토벤
리스트에게서 베토벤의 흔적 많이 보임
같은 음역대 안에서 왼손 오른손이 교대로
반복음을 이루는 토카타풍의 악구는
전형적인 리스트적 기교
이 불편한 주법의 기원은 바흐
로켓이라는 부제는 후대에 붙여짐
3. 풍경 Paysage F장조
F장조는 숲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의 조성
기차 안에서 차창 밖으로 멀어져 가는 풍경 느낌
넓은 통창의 스위스 기차 연상
4. 마제파 Mazeppa d단조
마제파는 18세기초 우크라이나 독립운동 영웅
고통 받는 영웅상이 유행이던 낭만주의의 아이콘으로서
리스트의 페르소나였을 수도
오늘날 팩트와 야사들로 범벅이 되어 변조된 이미지
바이런과 위고 작품을 통해 나신으로 말에 매달리는
형벌의 주인공으로 더 유명해짐
마제파의 여성버전은 존 콜리어가 그린
레이디 고다이바(초콜릿 고디바)
도발적인 카덴차로 시작하여
시종일관 말이 달리는 듯한 질주감이 일품인 대곡
속주 스케일, 연속 3도, 옥타브, 분산화음, 도약 등
온갖 기교가 복합적으로 등장
말이 점점 빨리 달리다 마지막에 숨이 멈추며
쓰러지는 듯한 연출이 빼어남
마장경기에서 말들의 갤로핑 느낌
하우스뮤직 같은 느낌도
악보상 카덴차 아드 리비툼의 아드 리비툼은
애드립을 의미하는데 윤찬은 매우 자유롭게 연주함
5. 도깨비불 Feux follets B플랫장조
초절기교연습곡 증 가장 어렵기로 악명 높은 곡
반음계와 더불어 손가락의 독립, 도약을 소화해야 하며
공기와 같은 가벼운 색채를 표현해야 하는 난곡 중 난곡
쇼팽 에튀드 op.25-6, 슈만 토카타의 난이도 참조
라피협 3번 3악장 유사한 부분
요정이 문신한 느낌
6. 환영 Vision g단조
폭넓은 분산화음을 다루는 곡
앞의 5곡의 가벼움에 대비되는 묵직함
5가 공기의 음악이라면 6은 대지의 음악
특유의 저음으로 이어지는 음향은 라흐마니노프적
장송의 느낌
7. 영웅 Eroica E플랫장조
베교3 영웅의 조성
베토벤의 영웅보다는 코믹하고 허당스러운 영웅 이미지
후반부에 옥타브 지옥이 펼쳐짐
보통 피아니스트의 기교라 하면
분산화음, 스케일(음계), 옥타브 세 가지
이중 옥타브 주법은
피아니스트의 손모가지가 나가는
피아노의 스테로이드 효과
슈베르트 마왕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b단조
리스트 헝가리 광시곡 6번-->아르헤리치 최고연주
8. 사냥 Wilde Jagd c단조
영웅의 사냥
호쾌한 질주감과 부점리듬의 화음이
조화를 이루는 박력만점의 곡 베교7 연상
리스트는 피아노의 광인,
피아노를 정복하러 온 외계인
8번의 제목은 독일어 빌데 야크트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로 다양한 초절의 제목들
리스트는 코스모폴리탄으로 헝가리어 빼고 다 잘함
리스트마니아만큼 임윤찬마니아도 수긍이 됨
피아노가 스포츠 영역이 아닌가 생각되는 연주
임윤찬의 경우 짐승미 야수성을 떠올리게 함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가지면서도
하이라이트를 제대로 줄 수 있는 피아니스트
9. 회상 Ricordanza A플랫장조
이 곡은 콩나물이 넘 많음
쇼팽의 녹턴 같은 서정미가 있으나
쇼팽의 간결한 절제미는 발견되지 않음
도입이 길고 장식의 극치를 이루는 카덴차가 곳곳에
삽입되며 오페라적인 콜로라투라가 끝없이 이어지는 듯
플랫 4개인 A플랫장조는 사랑스러운 조성
베토벤 비창 소나타 2악장
쇼피협 2번 로만체
리스트 사랑의 꿈의 조성
초절 중 가장 긴 곡으로 쉬어가는 느낌
10. (열정) f단조
열정이라는 애칭은 후대에 붙여짐
악상기호 알레그로 아지타토 몰토
초절 중 입시곡으로 가장 많이 선택되며 단독 연주도 잦음
왼손과 오른손이 동일한 음역대에서
빠르게 교체되며 멜로디를 만드는 양식은
철저히 비쇼팽적인 리스트만의 고유 테크닉
이때 왼손 오른손 구도가 사악함
교통체증같은 이미지
좁은 침대에서 둘이 끼어 자는 모습
골드베르그 29번째 변주에도 유사한 부분 있음
이런 경우 포지셔닝이 중요
콜로덴코 베레조프스키 트리포노프 연주 참조
악상기호 아지타토의 흥분, 조급함을 잘 살리는 것이 관건
반복되는 쉼표의 표현이 중요
이 쫓기는 느낌을 잘 표현한 연주자가 치프라
쇼팽 에튀드 op.10-9 참조
11. 저녁의 화음 Harmonies du soir D플랫장조
저녁종소리를 모방하는 에로틱한 도입
C장조가 밀크라면 D플랫장조는 깔루아밀크
드뷔시 달빛의 조성 야릇한 느낌
사랑의 노래, 서사적인 클라이막스가 있는 대작
연습곡의 범주를 넘어선 일종의 녹턴이자 사랑의 발라드
12. 제설 Chasse-neige b플랫단조
파가니니 카프리스 6번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트레몰로로 시작 거의 반-피아니즘적인 테크닉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고자 했던 리스트
리스트와 파가니니의 연계성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곡
새까만 악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