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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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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그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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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이 세상을 만들 때 처음에는 여행을, 그리고 두 번째로는 의심과 유토피아를 만들었다
- [율리시즈의 시선]
찬란했던 고대의 영화를 지우고 관광의 시선을 거두고 나면 그리스는
오랜 독재의 나라, 슬픈 현대사를 가진 나라, 유럽의 2등국가,
그리스인 조르바의 나라, 멜리나 메르쿠리와 나나 무스쿠리의 나라,
테오도라키스의 노래와 아그네스 발차의 나라,
타노스와 데스피나 따위의 처녀총각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엘레니 카레인드로우의 음악과 결합된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영화 이미지들로 다가오는 나라이다.
지나고 보니 그 이미지들, 내가 반응했던 그 길과 여행의 이미지들은
앙겔로풀로스만의 것이었다기보다
어쩌면 토니노 게라라는 시나리오 작가/예술영화제조기와 협력했던
앙겔로풀로스, 타르콥스키, 안토니오니 등 일군의
이름 긴 영화예술가들의 작품에 공통으로 관류하는
현대 유럽의 황량하고 쓸쓸한 '정신의 풍경화'였던 것 같지만..
어쨌거나 앙겔로풀로스의 영상엔 또 그리스가 녹아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차가운 가로등
텅 빈 고속도로
그 고속도로의 주유소
아테네역에서 떠나는 독일행 열차
지평선 위의 나무 한 그루
황혼인지 새벽인지 알 수 없는 시간대
항구의 노란 후광 속에
공중으로 인양되어 가던 거대한 손
외로이 항해중인 돛배
거대한 레닌의 흉상, 그 흉상을 선적하고 떠가는 배와 여행자
비 오는 날, 늘 가까이 있었지만 많이 알지 못했던 사람의
부음을 듣고 황급히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처럼
우산을 들고 서 있던 무리들, 그 우산지붕
또 들판에서 같은 방향의 허공에 일제히 시선을 주고 있던 무리들
이런저런 슬픈 집단안무들
그리고 음악
화면에 실리는 비올라의 단조 선율
오보에와 아코디온이 변주해 내는 구슬픈 그 선율
낮은 현이 가세해 보지만 좀처럼 웅장해지지 못하는 미완의 협주
뱃고동같은 프렌치혼의 소리물결
아래 기를 쓰고 모아온
[안개 속의 풍경] [율리시즈의 시선] [영원과 하루]의 조잡한 사진들을 보느니
영화를 다시 찾아보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나마 상영관에서 필름으로 볼 수 없다면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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