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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odi/am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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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터키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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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입사한지 일년이 되어 가던 날부터 2주간 터키 여행 계획을 잡았습니다. 대학 때 한 배낭 여행을 제외하면 이렇게 장기간 여행을 하게 되는 건, 입사 전 마지막 한풀이라도 하듯 4주간 여행을 한 시베리아 철도 여행 이후로 두번째 였구요. 여행지로 터키를 정한 이유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사실 딱히 터키라던가 어느 나라에 간다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거든요. 철도 여행 이후 저와 C가 느낀 건 그런 거였던 것 같습니다. 해방감, 자유로움. 익명성. 날 기억하지 않는 도시, 사람들. 내가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도시, 사람들. 알아 들을 수 없는 그들의 언어. 이방인으로서의 자유로움... 이런 감정들에 대한 기대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고 이밖에 여행하면서 접하게 될 새로운 문화가 줄 즐거움은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한가한 생각 아닌가요? 덕분에 여행 준비도 제대로 안했어요. 어느 어느 도시, 이런 식으로 대략적인 루트를 짜놓긴 했지만 계획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었고요, 일이 바쁘다는 식의 핑계로 사전조사는 아예 거의 하지도 않았습니다. 어디에 뭐가 있다는 정도의 지식만 가지고 있을 뿐 그 배경에 대해선 깜깜했던 것이죠(음, 현지에서 후회를 조금 했습니다. 아니 돌아와서 했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아는 것이 없으니 여행 준비해 나가는 것도 어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터키는 영국에서 조금 먼 관계로 영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이른바 budget(no-frill) airline들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비행기표를 구할때도 고민을 덜 할 수 있었고 숙소도 성수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메일 몇통으로 저렴한 숙소를 구할 수 있었구요.
가장 힘들었던 것은 9/11 때문이었어요. 여행가기 며칠 전인데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트 테러 사건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슬람 신자들의 얼굴이 미디어를 가득 메우고 부시가 복수를 맹세하고 있을 즈음이었죠. 저희가 터키 여행을 간다는 것을 아는 주위 사람들은 이슬람 신도가 많은 나라로 여행을 간다는 이유 만으로 까닭 없이 불안해 했고(거의 히스테리에 가까웠습니다...) 일일이 그들을 안심시키느라 짜증이 슬슬 나던 참이었구요. 아, 정말 여행 못가는 줄 알았어요. 여행 출발 당일날엔 C의 아버지에게 전화까지 받았다는 것 아닙니까. 절대 못간다고, 가지 말라고, 하는 전화에 이렇게 마음 불편하게 가느니 안가는게 좋겠다 하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은거죠. 무관심에 가까운 저희 부모님의 여유로움이 이때처럼 감사하게 느껴질 때도 없었습니다...
보통의 터키 여행은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것이 정형화 돼 있습니다. 이스탄불-부르사(트로이, 페르가뭄, 갈리폴리)-이즈미르(에페수스,파무칼레,밀레투스)-콘야-카파도키아-앙카라-이스탄불 이런 식으로요. 저희는 시계 방향으로 돌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여행 초반에 좀 힘들게 내륙지방까지 돌고 나서 해변가를 끼고 돌면서 북상하는 것이 더 편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돌면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에게해의 유적도시들을 다 포기해 버리고 카파도키아에서 내륙으로 내륙으로 더 들어가서 이란으로 넘어가 버릴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죠. 간다고 해도 그냥 찍고 나와야 했겠지만 막연히 테헤란에 가보고 싶단 상상을 하고 있었어요. 이란 까지의 먼지 풀풀 날리는 횡한 산악지대의 풍경도 궁금했구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지도를 보니까 터키를 가운데 놓고 보면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더군요. 시리아의 덜 꾸며진 바자bazaar도 궁금했고 그리스도, 사이프러스도, 지중해 너머의 이집트도, 심지어는 바그다드까지. . 끝이 없는 법이죠. 하지만 대충 접고 훗날을 기약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한창 시끄러울 때 익숙한 곳을 등지고 떠나려니 시원하다가도 뭔가 아쉽기도 했어요.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의 본색이 들어나는 법인데 놓치는 것이 많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그런거 보면서 우울해 하느니 가능한 한 좀 떨어져 있는 것도 좋겠다 싶더군요. 무슨 원시림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어디간들 TV나 라디오가 없을 것이며 CNN과 BBC가 울려 퍼지지 않을까요.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지 하며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빠리로 향했습니다. 왜 빠리로 가야 했는가는 기회가 있을 때 따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것도 꽤 긴 얘기거든요. .
(천천히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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