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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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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학교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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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에 휴직 기간 포함 올해로 6년째다.
출근길.
처음 2년간은 버스에 택시에 지하철에.. 이거저거 다 해보다가
그 후 한 2년간은 우리 동네 사시는 두 선생님들과 카풀을 했었다.
그 두 분이 떠난 올해, 다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서울 떠나 있는 동안 버스 노선이 아주 좋아졌다.
근처에 새로 생긴 엘지 아파트 덕분에 천호대교 건너는 차편이 다양화된 것이다.
집을 나서는 시간은 6시 55분이다.
우리 아파트에서 엘지 아파트를 통과하여 도로변으로 나가
370번이나 300번 파란버스를 탄다.
그동안 천호대교를 무수히 건너보았지만
카풀시 승용차여서 확보되지 못한, 혹은 셋이 수다 떠느라
고개 돌릴 겨를도 없었던 한강변 전망이 새삼 시원하게 펼쳐진다.
오늘은 강변에 개나리가 곱게 피어나 있었다.
어린이대공원앞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70번 버스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시야를 맑게 해주는 것은
인근 선화예술학교에 등교하는 무용과 여학생들이다.
단정하게 쪽진 머리, 교복 아래 드러난 늘씬하고도 화사한 종아리들.
어쩜 그리 싱그럽고 예쁜지.
군자역에서 우회전하여 상봉터미널까지 가는 70번은
아침 시간에 거의 날아가는 버스여서
타기만 하면 15분만에 학교 앞에 내려 준다.
여기서부터 용마산 기슭에 있는 학교 정문까지는 일종의 등산로이다.
며칠 다녀보면 익숙해지지만 처음 우리 학교에 부임하는 교사들은
이 살인적인 고갯길을 오르면서 대개는 경악한다.
어찌나 숨이 찬 지 중간에 중화중과 면목중 후문으로 연결되는 중턱에서
꼭 한번은 쉬어주어야 할 지경인데 이 무렵 자가용 승용차로 올라가시던
선생님들이 창문을 열고, 타시겠어요? 하고 예의로 물어봐 주기도 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이왕 올라온 거 끝까지 간다.
하루중 유일하게 운동하는 시간이니까.
하긴 운동부족인 나나 헐떡거리지 학생들은 이 길을 날아서 2,3분만에 주파한다.
최근에 새로운 버스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아차산역에서 곧장 중곡동으로 빠지는 2311 초록버스를 타면
70번보다 더 빨리 학교 앞에 당도할 수 있는 것이다.
요새는 이 버스를 타고 용마산길을 거쳐 면목동까지 온다.
종점에서 이 버스를 내리면 곧장 학교 후문행인데
후문행은 동네를 거쳐 길게 가되 경사가 완만하여
등산로인 정문행보다 훨씬 걸을 만하다.
학교에 도착하여 3층 상담부실로 올라오면
시계는 7시 40분에서 45분 사이를 가리키고 있다.
학생 등교 시간은 8시.
따라서 학급 담임이 입실하는 시간도 8시.
정식 지각 체크 시간은 8시 20분이지만
올해 맡은 반 학생들은 지각생이 거의 없다.
1, 2분 늦어 달려오는 한두 명을 제외하곤 8시에 모두가 제자리에 앉아있다.
결석 지각 조퇴 결과가 거의 없어 출석부가 깨끗하다.
이것이 당연한 현상이라지만.. 지난 몇 해 동안 면목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적어도 3년전 내가 맡았던 2학년 문과반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그 해 우리반은 동료교사들이 흡사 공고출석부 같다고 했을 지경으로
전교 최악의 출석상태를 기록했고..
무릇 출석상태라는 것은 출석상황 그 자체만을 가리키는 지표가 아니고
학생들의 전반적인 생활습관 및 학업태도까지 결정하는 경향이 있는지라
나는 학생들과 씨름하느라 비명을 지르며 그 일 년을 보낸 기억이 난다.
올초 복직 이후.. 한 3년 사이에 학생집단이 많이 순해졌고
올해 2학년, 그중에서도 이과반은 특히 수월하다는 말을 들었다.
과연 그러하다. 일단 규칙을 잘 지키며..
착실하지 않은 학생이 없다. 어쩌면 이럴 수가.
게다가 선택과목에 따라 학급 편성이 정밀해진 올해
우리 반은, 믿기지 않겠지만 재적이 26명이다.
이거 미국 학교 아냐.. 우리 맨날 그런다..
아직도 교사 1인당 수업시수가 많다는 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학급 규모가 이 정도면 학생 개개인에게
좀더 친절하고 성의있는 교사로 다가갈 수 있다.
하여튼 살다보니 이런 날이 오는구나, 하며 하루하루 감격하고 있다.
오, 나는 이과생들, 엄밀히 말해 이과생집단이 마음에 든다.
이맘때 문이과 구별이라는 것이 개별적으로 얼마나 의미있겠나 싶기도 하지만
개인이 아니라 집단일 경우엔 확실히 어떤 변별점이 발견된다.
일례로 그들은 규칙을 잘 지키는 편인데..
규칙을 잘 지킨다는 것이 반드시 창의적이지 못하다는 뜻도 아니다.
그리고 나도 나이가 들다보니 점점 말 잘 듣는 학생이 좋다..
얼마 전 버스에서 내려 학교 올라오는 길에
어느 집 담장 밖으로 수줍게 얼굴을 내민 매화나무를 보았다.
blanc님이 동경에서 전송해 주신 봄꽃들에 화답하기 위해
디카 들고 나가 촬영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지가 벌써 며칠.
아침마다 잊어버리고 말아.. 이러다 매화꽃 다 질라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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