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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odi/am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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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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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일요일.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전혀 계획에 없던, 금요일 밤에 갑자기
가기로 결정이 된 여행이어서 조금 정신이 없었지만 괜히 숨막히는 생활을 하느라
하늘 한 번 마음 놓고 쳐다보지 못하던 중이라 혼자 계신 어머니 생일이라고, 그래
서 같이 갔으면 한다는 같이 사는 아이의 말을 듣고 주저없이 그러자고, 결정을 내
렸죠.
이 친구는 웨일즈 출신입니다. 잉글랜드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말을 사용하고 소나
양을 키우는. 남는 시간에는 럭비를 하는. 특이한 성격을 가진 사람 들이 사는 곳
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노팅힐에서 휴 그랜트와 같이 사는, 하우스메이트를 기억
하시나요). 스코틀랜드와 같이 폭 넓은 자치권을 주기에는 웨스트민스터와 가깝고.
그렇다고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에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그런 곳이 바로 웨일즈
입니다.
목적지는 카디프라고 하는 웨일즈의 수도였습니다. 수도라고는 하지만 두줄짜리 시
내가 있는, 한시간이면 시내에 있는 가게에 다 눈도장을 찍을 수 있을 만큼 작은 도시
였습니다. 시내 근처에는 대학생을 위해 조그만 음식점, 술집들이 즐비하고 역시 학
생들을 위한 낡은 집들이 줄을 서 있는 곳이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아케이드가 참 많다는 것. 우리나라의 남대문 시장이나 터키의 그랜드
바자같은 느낌을 주는. 조그만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저 코너를 지나면 무슨
신기한 것을 파는 가게가 있을까 싶은 아케이드가 참 맘에 들더군요.
일요일에는 브레컨 비컨이라는 국립공원에 갔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나무 한 그루
찾아보기 힘든 게으른 평원. 가끔 멀리 보이는 바위들. 그냥 끝없는 초록. 초록. 초록.
가끔 멀리 보이는 관광객들의 웅얼거림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무엇인가를
쫓아서 바삐 눈을 돌려야 하는 곳도 아니고 귀를 쫑긋 세워야 하는 곳도 아닌. 위압적
이지 않고 경외의 대상이 아닌 자연이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저에게는.
하지만 오래 있지는 못하겠더군요. 이런 무엇이든 거슬릴 것이 없는 공간은 몇년 전
몽골에서 접해 본 이후 항상 제 마음을 떠나지 않았던 해방. 자유와 같은 느낌으로 남
아있던 꿈과 같은 것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왜 저 능선 넘어서 뭔가 흉
칙한 것이 스멀스멀 넘어 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건지. 주위에 눈에 익
은 것들이 없다는 것에서 오는 불안감. 초초함... 도시생활이란 것에. 그렇게 뛰쳐 나오
고 싶어하면서도 어느새 그것에 익숙해져 버린 것 같아 조금 씁쓸하더군요.
그래도 시원한 공기를 마실 수 있었고 오랫만에 여름으로 넘어가기 전의, 여린 녹색으
로 눈을 호강시킬 수 있었던 짧은 여행이었습니다.
아. 웨일즈어에 대한 재미있는 얘기를 잠깐 해보면. 웨일즈어는 세계에서 제일 긴 지명
을 가진 언어로 유명하다더군요. 아들과는 달리 웨일즈어를 굉장히 능숙하게 사용
하시던 그애의 어머니에게서 배워서 적어 온 것인데. 웨일즈에
Llanfairpwllgwyngyllgogerychwyrndrobllllantysiliogogogoch
라는 지명의 작은 마을이 있다더군요. 황당하죠? 어떻게 발음하는지 기억나지도 않고
기억할 수도 없던 이 지명의 의미는...
'급류가 흐르는 강 근처의 화이트 헤이즐 분지 안에 있는 성 마리아 성당와 붉은 동굴
근처의 성 티실리오(?) 성당'
이랍니다. . :)
독일어와 러시아어를 섞어 놓은 것 같이 들리는, 발음이 불가능해 보이는 L과
자음의 연속.
웨일즈어가 아직도 영국의 한 귀퉁이에서 쓰이고 있고 많은 관심으로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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