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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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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icechoco님의 피렌체 식당 기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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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여행용입니다.
아이스초코님, 이해해 주시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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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에 가기 전 미리 두군데의 식당을 예약해 두었더랬습니다.
식당을 고른 기준은 맛있는 식사와 좋은 와인리스트 였지요.
그래서 찾아낸 곳이 'Trattoria Camillo'와 'Cantineta Antinori'
였습니다.
- Trattoria Camillo : 소박하고 편안한, 그러나 좀 덜 맛있는.
오후내내 우피치 미술관을 녹초가 되도록 돌아다닌후, 해지는 베키오
다리를 건너, 강변에서 부터 두번째 길을 따라 걸어가다가 길 끝자락
즈음에서 'Trattoria Cammillo' 발견. 하얀 커튼이 드리워진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전면에 복작복작한 주방이 보이고 연세가 지긋하신 웨이터
아저씨의 안내를 받았습니다.
이 식당은 커다란 홀이 없이 두어개의 자그마한 방마다 대여섯개의
테이블을 갖춘 구조로, 자리에 앉으면 꽤 아늑한 느낌이 듭니다.
테이블이며 의자 모두 오랫동안 잘 쓴 물건들로, 근사하진 않지만 튼튼
한 것들이었습니다.
메뉴역시 화려한 장식없이 A3 정도의 종이에 작은 글씨로 메뉴를 주욱
적어놓은 것이었고, 천천히(영어반 이테리어 반으로 된 메뉴를 보려니 --;)
꼼꼼하게 살펴보고 몇가지를 골랐습니다.
제가 고른것은 생야채와 신선한 올리브 오일, 파르메잔 치즈와 하얀
송로버섯 (White Truffle)을 얹은 닭가슴살, 디저트로는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 (Homemade gelato). 제 동행은 하얀 송로버섯이 없혀진
페투치네와 토끼고기 구이를 선택했습니다.
처음에 나온 Raw cook vegetable을 그야말로 생 야채로 냉면기 같은
그릇에 물을 1/3쯤 채운후 주먹만한 아티초크(정말 주먹만 하더라구요 --;),
토실토실한 셀러리 한 줄기, 길쭉한 서양양파 한덩이, 길죽하게 썬 당근
3조각과 과도를 담아서 줍니다. 그리고 하얀 접시에 레이스 모양의
냅킨을 깔고 자그마한 종지에 신선한 올리브 오일을 같이 내오는데,
오일바닥에는 다진 허브와 와인 식초가 깔려 있어요.
이 메뉴가 나왔을때의 놀라움이란. 동행과 저는 할말을 잃고 이걸
어떻게 손을대나 하고 어벙하게 있었답니다. 물론 곧 정신을 차리고
셀러리랑 양파를 썰어서 오일에 찍어 먹었습니다. 근데 아티초크는
어떻게 할수가 없어 손도 못대고 내버려 뒀답니다. --;
야채는 정말로 신선했고, 같이 나온 올리브 오일을 먹어본후 충격을
먹었습니다. 풋내에 가까운 강하고 싱그러운 올리브 냄새외 느끼하지
않은 맛이라니. 제가 이제까지 먹어온 올리브 오일은 식용유였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송로버섯 Truffle은 오리간 요리인 Foie Gras, 철갑상어의 알인 Caviar와
더불어 서양 3대진미로 불리는데, 이태리 사람들은 하얀 송로버섯을 최고로
치고, 프랑스 사람들은 검은 송로버섯을 최고로 칩니다. 두가지의 특성이
좀 다르긴 하지만 맛있는 재료임은 분명합니다. (사실 저는 세계 3대 진미
라는 것 자체에 좀 거부감이 있습니다.)
송로를 아끼지 않고 넣어준 페투치네는 송로 고유의 향과 질감이 잘
살아 있도록 적절한 마늘과 올리브 오일, 몇가지 허브만 사용한 단순하고
깔끔한 맛이었고, 달걀 노른자를 많이 넣어 반죽한 페투치네 면과 하얀색의
송로조각이 예쁘게 어우러진 음식이었습니다.
제가 메인으로 고른 닭요리는 다른 세가지의 요리에 비하면 상당히 빠지는
편이었지만, 구운 닭가슴살 위에 얹은 파르메잔 치즈는 참 맛있었습니다.
좀 구리구리한 냄새가 나면서 짭쪼롬한 맛이 닭가슴살과 꽤 잘 어울리더
군요. 토끼구이는 토끼의 야생 풍미를 잘 살린 맛이었습니다.
디저트로 먹은 바닐라 맛 비슷한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네요) 젤라토는
단순하지만 아주 매력적인 맛으로, 잘 조절된 단맛이 식사를 멋지게 마무리
해주었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 음식의 맛이나 모양새등은 세련된 도시 스타일 이라기
보다 소박하도 단순한 편으로, 식기도 튼튼하고 하얀 자기 그릇을 주로
사용하더군요. 지긋한 아저씨의 노련한 서비스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곳이었습니다.
* 예약할할때는 남자 손님의 경우 Jacket을 입어야 한다고 하더니, 막상
가보니 왠걸 다들 캐쥬얼 분위기더군요. 잠시 제 영어 실력을 의심하는
순간이었다는. --;
- Cantineta Antinori : 세련되고 우아한, 그러나 은근히 거만한.
피렌체 시내의 중심부 쪽에 자리잡고 있으나, 간판도 없이 아는 사람은
다 알아서 온다는 듯한 분위기의 고급스러운 식당입니다. 일요일에는 놀고
저녁식사 값은 엄청 비싸서, 월요일 점심으로 예약을 잡았습니다.
예약할때 정장해야하는지 물어보니, 흔쾌히 그럴 필요 없다, 반바지만
아니면 되는데 이 계절(2월)에 반바지 입겠냐 하더군요. 근데 막상 가보니
남자 손님들은 모두 재킷을 입었고, 여자들도 다들 smart casual (국어
선생님 앞에서 죄송 --;, 적당히 바꿀 만한 말을 모르겠네요)을 입었더군요.
역시나 우리는 전통과 기품이 있는 집이야 하는 듯한 분위기.
이 식당은 이태리의 유명한 와인 생산집안인 Antinori 가문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판매하는 와인은 물론 모두 이태리 각지에서 생산되는
Antinori의 와인들이었습니다.
크지않은 철제문을 열고 들어가면 1,2층으로 구성된 아담한 홀 한편에
바가 자리 잡고 있고, 오랫동안 곱게 사용한 가구들이 놓여있습니다.
테이블위에는 작은 꽃무늬가 있는 예쁜 도자기 식기들이 놓여 있고, 역시
오래 사용한 듯한 은제 스푼과 나이프, 포크가 잘 닦여 있었습니다.
동행과 오래 고민한 끝에 고른 전채는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카프레제),
그리고 토스카나 지방의 생햄과 절인 아티초크였는데, 두 요리에 사용된
올리브 오일은 전날 Trattoria Camillo에서 먹은 올리브 오일 못지 않은
신선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생햄은 얇게 썰어 접시를 살짝 덮은 채로
나오는데, 생고기와도 익힌 고기와도 다른 촉감과 맛이 아주 매력적이
었습니다.
제가 고른 카프레제의 통통하게 썬 모짜렐라 치즈는 신선한 맛과
졸깃한 촉감이 잘 살아있었고, 야생 멧돼지 스튜는 진한 소스의 맛에
터프한 고기맛이 곁들인 폴렌타와 참 잘 어울렸습니다. 폴렌타는
옥수수의 일종인데 노르끼리한 귀여운 색깔에 살짝 단맛을 가지고
있어서 짭짤한 스튜와 먹으나 맛있었습니다. 이 외에 절인 연어도
적당한 기름기를 가진 좋은 연어의 재료맛을 잘 살린 음식이었습니다.
Cantineta Antinori는 음식이나 분위기 모두 우아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편안한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살짝 긴장하고 분위기를 타기만 한다면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낼 만한 곳이었습니다. 천정 구석까지 잘 장식된
식당 분위기는 압도하지 않는 품위를 유지하고 있었고, 일하는 분들이나
손님들 모두 차분하고 조용하게 모든 걸 즐기는 느낌이 있어 참 멋졌습니다.
** 두곳의 식당에서 모두 Brunello di Montalcino 지역-토스카나의
유명한 와인 산지- 와인을 마셨는데, 같은 대지에서 나온 재료로
만든 것들이라서 그런지 어울림이 기가 막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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