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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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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여행기 1 - 대서양의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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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편으로 열두 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경유지인 취리히 공항에 착륙할 무렵, 어린 날 책갈피 속 비전을 지배하던 스위츨란드땅의, 단 한 조각이라도 눈에 담아보고자 기내 창에 얼굴을 갖다대고 오랫동안 저 아래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고만고만한 유럽식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그 사이로 숲과 도로와 자동차 오가는 모양들이 장난감처럼 귀여웠습니다. 밥 짓는 저녁 시간이었는지 어둠 속에 노란 불빛들만 성탄트리 장식처럼 행복하게 깜박거리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에어포르투갈편으로 갈아타고 목적지인 리스본에 도착한 것은 토요일 밤. 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었고 도시는 조용했습니다. 호텔 객실에 놓여있던 리스본 정보 책자엔 이자벨 위페르가 나오는 무슨 연극이 소개되고 있었고 얼마 전에 레드핫칠리페퍼스가 다녀간 듯했습니다. 리스본이 아니라 리스보아라고 표기되는 이곳에 할당된 시간은 열흘 간의 여정 중 만 하루. 비 갠 다음 날 아침, 이곳의 대표적인 역사 유산이라는 헤로니모스 수도원과 벨렘 탑을 돌아보았지만 무의미하게 기억 저 편으로 사라져 갔으며 대서양에 인접한 로카 곶의 황막한 풍경과, 발견의 기념탑의 웅혼함 정도가 여운을 남깁니다.
유럽 대륙의 최서단이라는 카보 다 로카(로카 곶)입니다.
"여기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
까몽이라는 옛 포르투갈 시인의 시구라지요.
가이드북에 다 나오는 얘기랍니다.^^
로카 곶에서 맞은 대양의 바람은 사나웠습니다.
잠시 바람을 피해 들어간 어느 식당에서 낭만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이때부터 사진찍기에 집착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푸른 눈이 참 예뻤는데..
아, 사진을 클릭하면 확대가 되는군요.. 그럼 고양이 눈이 보입니다.
발견의 기념탑. 대항해시대이자 식민과 약탈의 시대, 해양국가 포르투갈의 기초를 쌓았던 엔리케 왕자의 500주기를 기념하여 1960년에 세워졌다는 탑입니다.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테주 강을 향해 뱃머리를 앞세운 범선 모양의 탑이죠. 선두의 엔리케 왕자를 비롯, 천문학자며 선교사, 선원, 지리학자 들의 역동적인 측면 프로필입니다. 세상의 많은 소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소였습니다.
발견의 기념탑 근처, 대양을 향해 막 날아갈 것만 같던 비행기.
리스본 도심의 전차입니다.
불과 한 나절이었고 여행일정 중 첫 방문지였기 때문에 이 고장만의 특색을 변별적으로 인식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어진 스페인 여정길과 뒤늦게 비교했을 때 확실히 스페인의 이런저런 도시보다 좀더 물기가 많이 배어있고, 좀더 질감이 거칠며, 좀더 서민적이며, 파두의 음색처럼 처연한 맛이 느껴지는 고장이었다는 정도. 그런데 이것은 딱히 이번 여행의 뒷맛일까요, 해묵은 선입견일까요..
네, 이번 여행기는 말보다 사진입니다. 사진은 필요없다, 눈에 담고 마음에 담으면 그만이지, 라고 외치던 시절이 있었으나 여행지에서 사진을 안 찍고 있자니 심히 권태롭더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사진이라도 찍어야 그나마 덜 멍청해 보인달까.. 한편 여행기는 말과 글로 승부한다, 고 외치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 또한 변했습니다. 사진이라는 영상언어가 내심 부러웠던가 봅니다. 무엇보다도 사진이나 그림이 들어가지 않은, 문자만으로 일관하는 텍스트가 점점 피로해져요. 특히 웹상으로는요. 내 글도 읽기 지겨워 창을 닫아버릴 지경이죠. 그래서 저도 신기술을 받아들였습니다. 훈련기가 짧아 손에 채 익지 않은 디지털카메라를, 신주단지처럼 들고 다니며 아쉬운 대로 건져온 물건들입니다. 하지만 저 아닌 독자들께 이 사진들이, 여행책자에 널린 사진들과 대체 어떤 차이나 의미로 다가갈는지 저는 잘 모르겠군요. 관광엽서파노라마쯤으로 감상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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