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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odi/amo

제 목

또 여행.

... 다녀 왔습니다.
어제 지난주 다녀온 웨일즈 사진을 찾았거든요. 그걸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려니까 웨일즈 하면 생각나던 곳. 항상
잊지 않고 기억하려던 곳이 생각났거든요. 그렇게나 가깝게
다녀 왔는데도 그곳을 지나쳐서 돌아왔다는 것이
갑자기 참을 수가 없어져서 오늘 새벽 기차를 타고 다시
카디프로 향했습니다.

이 나라에 처음 온지 얼마 안돼서
읽은 신문기사 중에 베들레헴이라는 지명을 가진
세계 여러 나라의 도시에 대한 기사가 있었거든요.
웨일즈 말고도 여기저기 같은 이름의 도시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같은 나라에 있다는 이유 때문에 그런지 항상 꼭 가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던 곳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뒤져 보니까 브레컨 비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말 베들레헴이라는 마을이 있더군요.
기차와 버스를 타고 가면 세시간이면 닿을 수 있을 듯한
거리에.

이름에 얽힌 내력 때문에 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세계 어디나 베들레헴이라는 이름의 마을에는 우체국이
유명하대요. 크리스마스 카드에 베들레헴이라는 소인이 찍힌
카드를 보내기 위해 사람들이 몇달 전부터 몰려들어
카드를 편지를 쓰고 간다고 하더군요.
아무것도 없는 녹색 평지. 작은 마을.
더 작은 단층 건물 한 구석의 우체국.
그 안의 수많은 카드들.
토요일 업무를 끝내기 조금 전에 도착한 우체국
안에는 이미 사람들이 쓰고 맡기고 간 크리스마스
카드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습니다.
성탄절. 연말 분위기를 유난히 좋아하고 기다리는
저에겐 미리 12월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서
쌓여 있는 카드들을 보기만 해도 신이 나더군요.
얼마나 많은 신나는 얘기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담겨 있을까.
이메일을 이용하면 거의 실시간으로 통신이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도장 하나 때문만은 아니겠죠.
사람들에게 '핑곗거리'를 제공해 주는 것...
저도 꼭 일기를 쓰는 것 같은 기분으로
여기저기 몇통을 써 놓고 돌아왔지만
떠 오르는 사람들 모두에게는 보내지 못했습니다.
오늘처럼 이메일 주소만 달랑 적혀 있는 제 수첩이,
회사 명함만 들어 있는 제 지갑이 원망스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얘기지만
산업 혁명을 시작하고 아담 스미스를 잉태한
나라 답지 않게 아직도 이 나라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전원 생활. 농촌 생활에 대한 향수가
강하게 남아 있다고 하더군요. 언젠가는 돌아가야
하는 곳으로. 그래서 정원 가꾸기가 그렇게나
넓게. 집착 처럼 보일 정도로. 퍼져 있는 것일까요.
구제역 때문에 난리가 났을 때, 황당하다 싶을 정도로
정부가 우왕좌왕했던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겠죠.
그래서 콘스타블과 같은 화가의 그림이 많은
사랑을 받나 싶기도 합니다.

"The Cornfield" - Constable, John

웨일즈의 시골 풍경도 이 그림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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