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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2005 베네치아-Pensione Accademia

베네치아에서 3박을 했던 펜션 아카데미아는
론리플래닛 베네치아(한국어판)와 주로 인터넷의
호텔 사용자 별점 사이트를 참조하여 선택한 숙소였습니다.
산마르코쪽보다 비교적 한산하고 조용하다는 도르소두로쪽에서 숙소를 찾다가
최종 압축된 곳이 La Calcina와 이 Pensione Accademia였는데
전자에 먼저 메일을 띄운 결과 해당날짜에 예약이 찼다는 기별을 받고
후자로 결정한 것이죠. 라 칼치나는 1세기 전 존 러스킨이 와서 머물며
집필을 했던 장소로 홍보되고 있고 펜션 아카데미아는
영미권 여행객들에겐 서머타임 인 베니스던가 하는 영화에서
캐더린 헵번이 머물렀던 곳이라고 자랑하는 숙소였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이번 여행에서 제가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기꺼이 고심한 대상이 이 숙소였습니다.
날이 갈수록.. 숙소가, 호텔이 여행지에서의 기분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는 와중에.. 저는 늘..
아침식사가 되는, 조용한 곳에 위치한 작고 운치있는 호텔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호텔을 가이드북이나 온라인상으로 찾아다니는 일이 참 재미있습니다.
특히 작은 호텔이어야 한다는 것은 필수적인 조건인데
이유는 말하나마나, 빌어먹을 ‘분위기’ 때문입니다.
대형호텔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분위기, 라는 것에 대한
자체인식이 도무지 없어보입니다. 또 대형호텔들은 대개가
블록을 잡아먹고 있는 형국이라 환경적 조화를 무시하기가 쉽고
획일화된 객실과 익명의 오가는 객들하며 어수선해 보이는 프론트 풍경하며
여러 모로 사람을 조급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진짜 훌륭한 큰 호텔 구경을 못해봐서 이런 소릴 하는 것이겠죠..

문제는, 작으면서 위치와 안전과 식사까지 확보된 호텔은
큰 호텔보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비싸다는 것인데..
다행히 베네치아의 펜션 아카데미아는 중심지에서 다소 벗어난 곳이라
비슷한 조건의 타호텔보다 저렴한 편이었고
일찍 예약한 탓인지 비수기 스페셜 오퍼까지 적용받을 수 있었습니다.

Villa Maravege 라는 별명을 가진 펜션 아카데미아는
잘 가꾸어진 꽃밭과 뜨락이 있는 숙소였어요.
베네치아의 물도 좋고 배도 좋지만 그런 것이 지겨워질 무렵
돌아와서 정원 벤치에 앉아있으면 휴식이 되곤 했습니다.

방에서 내다보이는 대운하 한 조각.

산마르코쪽 큰 호텔에서 전면적으로 제공되는 대운하의 전망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이만하면 흡족해요. 어쨌거나 예약 당시의
a single room with canal view라는 조건을 만족시켜 주었으니까요.

이 숙소는 정원 테라스에서 먹는 아침식사도 괜찮았습니다.
따뜻한 스크램블 에그와 데운 소시지가 있고
디저트로 애플파이와 과일타르트가 제공되며
수박이나 칸탈루페가 썰어져 나오는 뷔페 식단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객실 티비에선 스포츠이탈리아 채널뿐만 아니라
스카이스포츠의 24시간 축구채널까지 나오고 있었습니다.
아침 식탁에 간혹 비둘기가 달려드는 게 문제였으나
공포의 비둘기떼야 비단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니까요..
베네치아에 가신다면 추천해 드릴 만한 숙소입니다.

초저녁에 켜지는 현관의 등불

해지고 돌아오면 맞아주던 정원의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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