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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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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음악의 기쁨3> 대담7 슈만 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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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자
n-t(나디아 타그린)
r-m(롤랑 마뉘엘)
g-a(조르주 오리크<--초대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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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 사람들이 자주 잊는 사실이 있는데요. 슈만은 단순한 음악장인으로 등장한 게 아닙니다. 제화공이 구두를 짓듯 곡을 쓰는 사람이 아니에요. 슈만은 깊이 있는 교양과 심오한 정신의 소유자였습니다. 슈만의 예는 음악가도 일종의 하청업자라는 속세의 생각과 완전히 반대되지요.
r-m 맞습니다. 교양이 밑받침되지 않은 노동에 대해서는 창작의 법칙과 미학의 문제들이 검토되지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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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 교양 있는 예술가 슈만이 온전히 낭만파의 인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요. 슈만은 하인리히 하이네의 친구이자 장 폴 리히터의 제자였습니다. 대위법의 절반은 시인과 더불어 배웠고 나머지 절반만 음악 선생들에게 배웠노라 말할 정도였죠. 그는 노발리스, 빌헬름 하인리히 바켄로더, 그리고 “음으로 생각할 수 없을까” 자문했던 요한 루트비히 티크를 숭배했습니다. 티크의 표현을 기억해 주세요. ‘음으로 생각하기’, 전에도 언급했지만 이 말로 슈만의 모든 것이 함축됩니다.
n-t “나에게서는 사람으로서의 표현과 음악가로서의 표현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r-m 그 사람은 음악으로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 시인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이끌어주는 신성한 환상을 “눈을 가린 여자 예언자”라고 부르기도 했지요.
n-t 지식과 교양을 갖춘 시인 음악가가 정말 그렇게나 새로웠나요?
g-a 한번 찾아봐요. 음악사를 통틀어 정말로 교양이 높았던 작곡가는 몇 명 없을 겁니다. 라모 같은 사람이 한 예가 되겠군요. 그러나 라모의 교양은 과학기술로 향해 있었던 반면 슈만은……
n-t 맞아요! 슈만은 완벽한 인문주의자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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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오이제비우스와 플로레스탄은 누구예요?
r-m 슈만의 내적 분열을 보여주는 두 인물입니다. 그러한 분열이 슈만의 비극을 빚어냈지만 그의 천재성의 두 얼굴이기도 했죠. 오이제비우스가 다정다감한 향수라면 플로레스탄은 불같은 격정과 창조적 열광이에요. <사육제>에서 슈만의 환상은 완전히 그의 작법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눈을 가린 여자 에언자는 이 몽환적인 가면극 속에서 한 치도 틀림없이 제 갈 길을 걸어갑니다.
n-t 어째서 그럴까요?
r-m 그 예언자가 자기 영역 안에서 완전한 자유를 느끼기 때문이죠. 1837년의 <환상소곡집>이나 <노벨레텐>에서도 예언자는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이런 작품들은 전부 소품들을 한데 모은 것인데, 하나하나가 스치고 지나가는 직관의 직접적 소여에 해당하지요. 음악의 번득이는 섬광들이 자연스레 제 형식을 찾아가는 겁니다. 슈만의 가장 훌륭한 점은 구성이 아니라 병치에 있습니다. 선율이 솟아오르고, 지그재그로 춤추고, 경련하고, 헐떡이는 리듬과 합치되든가 대조를 이루다가 부서진 심장처럼 절분법에 따라 요동칩니다. 하지만 그런가 하면! 회피하던 화음이 예기치 못했던 안식처를 찾아내지요. 악절은 어느새 부드럽고 넉넉한 호흡으로 완성됩니다.
n-t 슈만이 그랬죠. “우리 음악가들에게 최상의 비평이란 원작의 인상에 비견할 만한 인상을 풍기는 비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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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 바로 이 시점에서 시인들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자연스럽게 슈만을 독일 리트의 완성으로 이끌었습니다.
n-t 하지만 이미 슈베르트가……
g-a 그야 그렇죠! 하지만 슈만의 리트에 깃들어 있는 사상의 깊이는 독보적입니다. 마치 음악만으로는 그의 의향을 제대로 표현하기에 부족하기라도 한 것처럼, 슈만의 음악은 언어적인 보완을 부르고 있지요.
r-m 슈만에겐 낭만주의 시가 아주 친숙한 것이었기 때문에 굳이 힘들이지 않고도 그리될 수 있었습니다. 시가 제집 찾듯 편안하게 음악 속에 들어오지요.
g-a 요제프 프라이헤르 폰 아이헨도르프,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하이네……
r-m 1840년, 그러니까 클라라와 결혼하던 해에 슈만은 저 유명한 <시인의 사랑>을 만듭니다. 하이네의 시집 <노래의 책Buch der Lieder> 중 ‘서정적 간주곡Lyrisches Intermezzo’에 곡을 붙인 것으로, 냉소적이다가 어느새 다정해지고, 그러다 또 절망하는 시인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g-a 이 작품에서는 피아노가 슈베르트 작품에서보다 중요성을 띠게 됩니다. 표현력 넘치는 피아노의 아라베스크가 노래를 비할 데 없는 우아함으로 감싸주지요.
r-m 스치듯 지나가는 감정의 뉘앙스들을 한없이 유연하게 표현하는 음악언어가 어쩌면 1840년대의 청중보다 오늘날의 청중에게 더욱더 비범한 새로움으로 다가올 겁니다.
n-t 감성의 가장 깊고 은밀한 원천에서 직접 길어 올린 예술이죠.
r-m 그런 점에서 슈만이 독보적이고 생산적이지요. 슈만 덕분에 음악은 장식적이거나 극적인 차원에서 벗어납니다. 음악이 내면의 서정을 발견하게 된 겁니다. 음악은 일상의 기적 속으로 파고듭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그로써 슈만은 근대적인 감성에 그토록 접근했지요. 그는 근대적 감성의 분위기를 도입한 음악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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