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주 링컨센터에서 뉴욕필(지휘 제임스 개피건)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사흘간 공연
--->오시아 카덴차를 선택했고
반클때와 또 많이 달랐다는 말들이 있다
2.
윤찬이에게 베르길리우스같은 존재인
스승 손민수 교수를 따라 보스톤의
뉴잉글랜드음악원에서 가을부터 학업을 이어갈 예정
--->베를린 등 유럽이 아니라 미국인 게
왠지 모르게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임윤찬의 음악적 선택, 특히
레퍼토리 선정과 방향성 및 과감한 해석 등을 볼 때
무대에서 즉흥연주를 두려워하지 않는
피아니스트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그 옛날 바흐처럼, 모차르트처럼..
즉흥(improvisation)은 재즈정신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터뷰에서 임윤찬은 본인이
늘 즉흥을 한다, 즉흥연주에 열려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리스트도 무대에서 즉흥연주를 했으며
또 라흐마니노프나 호로비츠가
재즈 피아니스트인 아트 테이텀을 존경했다는 말도 했다
아트 테이텀.. 그래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전공자도 그렇다는데 일반 감상자인 마당에
20세기 이후 피아니즘 역사에서 굳이
클래식과 재즈를 분리해 사고할 필요가 있을지
특히나 천재들은 그 경계를 넘어서는 차원에 있으니..
아무튼 임윤찬의 선택과 말 한 마디가
이다지도 강력하다면.. 김문경씨 말씀대로
자연스럽게 그는 클래식 음악씬에서 일종의
큐레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먼저 몸풀기용으로
무려 2007년에 고클래식 토론란에 작성된
mo***님의 게시물을 흥미롭게 읽었다
음악학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로버트 레빈의
라디오 대담파일을 듣고 요약한 내용인데
그 주요내용을 내가 또 발췌해 보았다
즉흥연주란 개념과 그 실천은
현대의 클래식 음악 연주와 그것이 담긴 음반과는 별 관계가 없다
즉, 현대의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은 즉흥연주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즉흥연주가, 우리가 클래식 음악이라고 부르는 이 장르와
항상 소원했던 것은 아니다 예컨대 바로크 시대 오르가니스트 바흐
지금보다 훨씬 이전 시대의 음악가들은
작곡가 겸 연주자, 즉 음악적 텍스트의 창조자이자 재현자였으며
현 시대의 연주자들은 음악적 텍스트의 재현자이긴 하지만 창조자는 아니다
이 변화가 "이전의 클래식 음악 씬(scene)에선 즉흥연주가 활발했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에 단서를 제공한다
즉흥연주의 실천을 현대의 클래식 음악 씬에선 보기 힘들게 된 것은
이것이 클래식 음악의 음악적 문법과 상충되기 때문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적 배경의 변화가 클래식 음악 씬에서의
즉흥연주의 쇠락을 낳았다는 것
우리는 모두 하나의 완결된 악곡의 소비자들이다
그래서 악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어떠한 필연적인 흐름에 의해 곡이 구성된다고,
이것은 지극히 "필연적인" 곡의 흐름이라고 생각할 소지가 많은데,
레빈은 이러한 인식의 숨통을 트이게 해야,
이 소절 다음에 이어지는 저 소절은 "필연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앞서의 "이 소절"과 "어울리는" 다양한 후보 군 중의 하나였음을 인식해야,
즉 레빈의 말을 빌려,
"지금 이 순간 연주되는 음악 대신에
다른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지각"해야
즉흥연주가 선사하는 음악적 경험의 진경을
보다 충분히 보고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모차르트가 지금 환생하면
어떤 음악언어로 사람들과 소통할 것 같느냐는 질문에
레빈은 주저없이 답한다
아트 테이텀이나 오스카 피터슨 같은 연주자가 되었을 거라고
이상의 내용을 조금 과격하게 읽으면
클래식 장르가 지나치게 신성시되면서
전통적인 즉흥의 실천이 억압되었다는 뜻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또다시 아트 테이텀이 나온다
그 명성이며 연주를 단편적으로 주워듣고 흘려듣긴 했지만
이제 의식적으로 찾아보고 싶었다
아마드 자말의 경우처럼 이번에도 위 책에서
아트 테이텀의 연주들을 찾아보았다
그렇다.. 나는 클래식만큼이나 재즈도 탐구하며 듣는다
주로 클래식의 진정제, 보완재로 재즈를 들어왔지만
그러기엔 재즈는 너무나 첨예하다고 할까
문제적이라고 할까.. 집중을 요한다
위 책의 아트 테이텀 색인에서 찾은 그의
주요 스탠더드 연주곡들을 들어보며 저자의 해설을 메모했다
연주의 가치와 포인트를 제시해 준다
Ain’t Misbehavin’
할렘 스트라이드 키보드의 전통을 배우려는 피아니스트에게
이정표를 제시하는 필수곡으로
적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연주는 당연히 아트 테이텀
그의 강력한 두손 연주 스타일에 필적할 만한 곡은 거의 없으며
더 훌륭한 곡은 없다며 44년 실황녹음을 추천(p.40)
Blue Skies
이 곡을 피아노로 연주할 때면
멜로디의 설득력이 반감되지 않을까 항상 두렵다
정서를 최대한 끌어내려면 수많은 음표를 길게 끌면서도
적절한 색깔을 부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트 테이텀 연주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p.101)
Caravan
A Foggy Day(with Buddy DeFranco)
아트 테이텀과 버디 디프랑코는
쿨 재즈와 거리가 먼 분위기로 이 곡을 연주하며
엄청난 배틀을 펼쳤다 현란하기 그지없는 피아노와
용감무쌍하게 맞서는 클라리넷의 경합은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흥분을 자아낸다
특히 디프랑코의 솔로가 끝날 때쯤 테이텀이
치열한 경쟁에 몰입한 나머지
관악기 주자의 종결부를 제압하려고 큰소리로
화려한 프레이즈를 연주하며 치고 나오는 부분은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맙소사, 테이텀은 지지 않으려는 데만 정신이 팔려
이 곡이 32마디 형식이 아니라는 점을 잊어버린 것 같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이 피아노의 거장이 무대 위에서
감히 자신에게 도전장을 던진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하는 데 긴 이력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야 한다
이 세션이야말로 좋은 예다(p.225)
Just One of Those Things
그랜츠가 프로듀스한 1957년의 트리오 연주에서
아트 테이텀은 드러머 조 존스와 경주라도 벌이듯 연주한 반면
드러머 자신은 시종일관 침착을 유지하며 느긋한 스윙감을 선보여
테이텀과 함께 연주한 퍼커션 주자 중
가장 유쾌한 사람이었다는 평판을 얻었다 하지만
존스가 테이텀의 템포를 계속 묶어둘 수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연주는 뒤로 갈수록 빨라진다(p.381)
Liza
34년 처음 리자를 녹음한 아트 테이텀은
놀라운 기교로 작품을 재해석하여
작곡자(거슈윈)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p.416)
Memories of You
아트 테이텀은 노만 그랜츠가 프로듀스한
솔로 피아노 앨범에서 이 곡을 녹음했는데
처음 절반은 좀 지나치게 바로크적인 루바토를 펼치다
템포가 느려진 후에는 기막힌 스트라이드 주법을 선보인다(p.458)
My One and Only Love(with Ben Webster)
Nice Work If You Can Get It
아트 테이텀은 모든 사람이 칭송해 마지않는
1949년 7월의 캐피톨 레코드 세션에서 다시 한 번
조지 거슈윈의 탁월한 해석자임을 입증했다
거슈윈 자신이 테이텀의 열렬한 팬이었던 것도 당연하다(p.510)
Tea for Two
아트 테이텀은 처음 뉴욕에 입성했을 때
솜씨를 드러내기 위해 이 곡을 택했으며,
1933년 3월 브런즈윅 레코드에서 가진 유명한 녹음 세션에서
솔로 피아노로 엄청난 기교를 선보였다
전설처럼 전해오는 배틀에서도 그는 패츠 월러,
제임스 P. 존슨, 윌리 ‘더 라이언’ 스미스를 비롯하여
뉴욕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들로 구성된
올스타 군단에 혈혈단신으로 맞서
이 곡으로 항복을 받아냈다(p.712)
Tiger Rag
아트 테이텀은 처음 뉴욕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자신의 기교를 각인시키기 위해 이 곡을 즐겨 연주했으며
1932년에는 데뷔 솔로 피아노 앨범에 이 곡을 수록했다(p.733)
Willow Weep for Me
이 곡 하면 나는 아트 테이텀이 떠오른다
그는 생애의 마지막 10년간 이 곡을 매우 즐겨 연주했다
테이텀의 도입부는 행크 존스, 피니어스 뉴본 등
후세 연주자들이 자주 따다 쓰기도 했다
테이텀이 연주했다는 사실이 후세 피아니스트들에게 영향을 미쳐
이 곡은 아르페지오와 전광석화처럼 휘몰아치는 테크닉이 요구되는
초절기교 연주곡으로 인식되었다(p.771)
Yesterdays
재즈곡으로서 이 곡의 잠재력을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콜맨 호킨스같은 관악기 주자들
그러나 40년대에 아트 테이텀이
호화로울 정도로 기교 넘치는 피아노 연주곡으로
탈바꿈시켜 또다른 역사를 썼다 이후 수많은 피아니스트가
테이텀을 따라 정교하고도 섬세한 변주를 시도했다(p.7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