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라크루아의 일기
아무리 위대한 예술가라지만
이 길고도 어떤 면에서 지루할 수 있는
한 사람의 일기를, 그것도 영문으로
윤찬이는 재미있게 읽었다니!
그렇다면 나도..
아마존에서 위 책이 오길 기다리며 먼저 읽은
위대한 예술가 시리즈 외젠 들라크루아
들라크루아의 편지, 일기, 비평이 맛보기 정도로 소개된 반면
그의 미술 작품만은 좋은 화질로 아낌없이 제공된 책이다
들라크루아를 탐구하다 보니 몇 년 전 읽은,
쇼팽과 들라크루아를 주인공으로 한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 <장송>이 자주 떠올랐다
쇼팽보다 들라크루아 시점에 더 비중이 있었던
이 소설의 고증을 위해 작가는 분명 저 일기를 참고했을 것이다
장기간에 걸친 들라크루아의 저 착실한 일기만 들여다 봐도
소설의 서사를 짜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일기 속에 살아 생동하는 주체의 캐릭터화 또한 일도 아니었을 듯
읽으면서 내가 열심히 밑줄을 그은 대목들 역시
대부분 들라크루아의 시점에 의한 일상과 감정, 성찰과 사색,
예술적 자의식이 나타난 부분이었는데 어쩌면 이 책을 통해
들라크루아의 일기를 미리 읽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3. 러셀 셔먼
피아니스트이자 인문학자이고 교육자인 저자의
머리말 첫 문단부터 사유가 예사롭지 않다
“한 사람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 한 사람의 인생에 축적된 지혜와 통찰, 체험담을 늘어놓는 것은 나에게 항상 매력적인 동시에 부질없어 보였다. 다행히도 나는 대체로 게으른 편이라 이런 일을 피하는 것이 크게 짐스럽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런 내키지 않는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 (부조니가 피아니스트의 구약성경이라고 한) 바흐의 48개의 프렐류드와 푸가를 연습하고 암기하는 데 전념하지 않는 것 때문에 훨씬 더 마음이 편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책을 쓰게 되었다. 그것도 실은 약간의 어떤 열정을 갖고 썼다...”
현재 앞부분 읽는 중인데 현기증이 난다
피아노라는 악기에 접촉하는 피아니스트의
애슬레틱한 측면에서의 작동 기제, 이를테면
손가락(엄지와 나머지 네 개 각각)과
손등 손목 팔꿈치 어깨, 그리고 상체와 척추 다리까지
육신의 각 부분이 피아노와의 접점에서 작동하는 원리와 기능이
신경해부학적 통찰 및 시적인 은유와 직관에 의해 펼쳐지고 있다
임윤찬 연주를 듣고 보며 피아니스트의 손가락 하나하나에
뇌가 가 있다는 생각을 새삼스레 하게 되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비의를 조금은 밝혀 줄 책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