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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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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워싱턴 DC 기행 1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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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캐롤라이나주는 이렇다 할 관광지가 아니라서인지..
이곳 주민들은 틈틈이 여기 아닌 다른 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편입니다.
여기서 항공이 아닌 자동차로 가볼 만한 미국내 주요도시라면
워싱턴 정도라고 할 수 있겠어요, 4, 5시간 거리니까요.
자동차인 이유는.. 딱히 자동차여행의 낭만 추구라기보다는
어차피 장거리 뛰는 마당에 자동차가 비행기보다
누가뭐래도 비용이 싸게 먹혀서일 것입니다.
자동차여행의 낭만 추구, 이것은 이제 저에게
판타지 이상은 아닌 것이 돼 가는 듯합니다.
실제여행의 체감이라든가 행복지수 면에서
드라이브코스는 딱 두세 시간 이내가 적당하더군요.
그 이상이면 자기를 콘트롤하는 문제랄지, 동반자들과의 협력이랄지
여러가지 면에서 인내심이 요구되는 상황이 닥쳐오더라구요.
하루키가 미동부에서 서부로 자동차 대륙횡단을 한다고 나섰을 때
부인이 그 미친 짓을! 하면서 나는 집에서 책이나 읽을래요, 하고
빠졌던 이유를 저는 점점 알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따라선, 가정에 따라선
7, 8시간 또는 10시간 이상 걸려 북쪽으로 뉴욕도 갔다오고
남쪽으로 플로리다도 갔다오는 모양이에요.
심지어 스물 몇 시간 교대로 운전하여
서부까지 갔다는 사람들의 무용담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체력에 자신이 없고 운전 트라우마가 있는 우리 가족으로선
도전, 최대 한계선이 워싱턴 정도라는 데 합의가 되었어요.
워싱턴이라..
워싱턴, 무슨 재미로 가나..
그 돈 아껴뒀다 나중에 뉴욕 한번 갈 거 두번 가지..
이런 생각이 안 든 건 아니었습니다.
워싱턴, 하면 저는 관공서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요.
어떤 고장에서 시가 안 느껴지면 일단 무시하고 보는
나쁜 버릇이 있잖아요, 제가.. 하지만 예단은 또 금물.
주어진 여건 안에서 이만하면 괜찮다 싶어
우리네 현충일에 해당하는 메모리얼데이 휴일이 껴 있는
이박삼일의 휴가지를 워싱턴으로 결정하였던 것입니다.
저와 남편은 각각 (따로. 왜 아니겠나!)
워싱턴 여행 경험이 한번씩 있었습니다만
가족끼리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명색이 미국의 수도잖습니까..
여기에 결정적으로 워싱턴행을 추동한 사건이 하나 있는데요..
이곳에서 많이들 이용하는 프라이스라인 호텔경매사이트를
최초로 이용해 본 결과.. 100불을 불러서 1박에 2, 3백불하는
워싱턴힐튼에 당첨이 되는 바람에 그만 기분이 좋아져 버렸거든요.
100불도 가벼운 가격이 아니건만..
실은 메모리얼데이 주간 행사 때문에 벌써 오래 전부터
워싱턴내 호텔 예약이 다 찬 상태여서
조급한 마음에 100불까지 높여 불러본 것이죠.
결과적으로 상업적 농간에 말려든 느낌도 없지 않지만
아, 그래도 힐튼이라잖아요.. 내 생전 이 가격으로
힐튼급 호텔에 머물 날이 다시 오겠냐 싶어서..
워싱턴행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북쪽으로 줄창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코스였습니다.
버지니아 주를 통과하여 디시로 들어가게 돼 있어요.
노스캐롤라이나-버지니아 주경계에 있던 휴게소입니다.
기름도 넣고 간단한 요기도 하고 음료수도 챙겨서 다시 떠나는 곳이죠.
주경계란 행정구역상의 경계일 뿐이고,
우리가 통과하는 대자연은 결국 하나의 연속일 터인데도
고거 몇 달 살았다고.. 두 개 주의 차이가
고속도로 양옆에 늘어선 나무들의 형상에서 미묘하게 느껴지더군요.
키가 크고 하늘로 쭉쭉 뻗은 노스캐롤라이나의 나무들과 달리
버지니아의 나무들은 볼륨이 더 큰 수풀 개념에 가까웠습니다.
지도상으로 이 버지니아는 내륙으로, 즉 서쪽으로 좀더 들어가면
제임스 스튜어트가 나온 영화와 해리 벨라폰테의 노래로 유명한
셰난도 강이 나오고 그 언저리에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버지니아 동쪽으로 전진하면 대서양변의 체사피크만과
노포크 항구가 나타날 테지요.. 97년 그룹투어때의 기억에 따르면
이 지역 주요 관광지로 룰레이라는 신비한 석회암 동굴이 있었던 듯하구요.
워싱턴 디시 들어가기 직전, 워싱턴 남서쪽 아난데일이라는 동네에
한인타운이 있다고 하여 거길 먼저 들렀습니다.
정선달감자탕 삼보식당 신라제과 이런 한글이름의 상점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저희가 간 식당은 일미부페라는 한식부페식당이었는데
불판에 고기를 구워먹게 돼 있어 감격했습니다.
여기 와서 한국음식점이라는 델 몇 번 갔지만 이런 건 처음 봐서요.
걸신들린 듯이 먹었군요.
워싱턴 상영 중인 [실미도]의 포스터를 보았습니다.
상영 극장은 예전에 [친구]가 상영되었다는 극장이라고 써 있습니다.
워싱턴은 역시 다르더군요.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는 만큼
한인들의 상권 점유율도 (상대적으로 꽤) 커보이고
한인들의 이런저런 수요를 충족시키는 물류가
어느 정도 공급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긴 김치 담글 배추 사러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워싱턴까지
다녀오는 가정도 있다고 하니..
저 아난데일 내의 한인타운은 결국 미국내의 한국이랄 수 있겠죠.
이와 비슷한 풍경을, 아니 정확히 말해
비슷한 풍경의 '구조'를 오래 전에 본 적이 있습니다.
결혼하기 전 승민아빠는 경기도 오산에 있는
미공군기지의 관제장교로 복무했었죠.
어느 해 여름, 거기서 열린 미군들 축제에 놀러갔었답니다.
마침 이 사람 생일이 들어있는 주였던가 그래서
당시 근무지이던 언북중학교 부근 관세청앞 두산빌딩 아래
맥심이라는 제과점(아르테미스나 odi는 이 제과점을 잘 알겠지요)에서
케익을 사들고 한남동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버스 타고 가서..
또 거기서 송탄행 시외버스를 타고 한 시간 넘게 갔던 기억이 나네요..
군기지를 민간인에게 개방해 놓고 초대한 축제였었는데..
실은 그날 축제분위기보다는 그 안의 지형지물이 저를 놀라게 했었죠.
하나의.. 도시였습니다.. 그것은 일테면..
한국 안에 미국을 그대로 갖다 심어놓은 풍경이어서
커다란 벙커들하며, 얼룩덜룩한 녹색 군복에 썬글래스 쓰고 문신한
미군들이야 그렇다 치고.. 렉세나라고 발음하는 레크리에이션센터,
주택, 학교, 병원, 상점들, 골프코스까지.. 여기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로로 긴 단층짜리 건물이 광대한 부지에 고스란히 놓여 있었죠.
한국 안에 어떻게 그런 장소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요..
무공해 청정커뮤니티라고나 할까, 한국적 '감염'으로부터
철저히 보호되고 있던 그곳에 비한다면, 담장 하나 사이에 둔
캠프 밖의 송탄 시내는 지저분하고 어지럽기 짝이 없어서,
기지촌 정경이 으레 그러하듯 한국이기도 미국이기도 한,
아니 한국도 미국도 뭣도 아닌, 사연도 많을 것 같은
극도로 혼잡한 퓨전 그 자체였던 것이죠..
- 2부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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