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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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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여름방학 시삼매경-12일간의 서정시 여행 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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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시작과 함께 2주간
매일 아침 9:45부터 11:15까지 90분씩 진행된 올여름 시강독반 수업.
교재로 택한 안도현 시인의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
- 안도현의 내가 사랑하는 시>에 수록된 71편의 시 중
마지막 장 최근 젊은 시인들의 시 14편을 제외하고
총 57편을 강의한 결과.. 보충수업이 늘 그렇듯이
학생들 이전에 교사의 실력이 강화되는 기회였던 것 같다.
이 자기발전에 대한 강박관념, 내 이것에서 벗어날 때도 됐는데..
어쨌든 내 평생, 열흘 동안 시 50여편을, 읽고 또 읽으며
곰곰히 생각해 보고 연구해 본 적이 처음이었으니 스스로 대견하다.
매일 1회 강의하여 연속 12회로 마쳐야 하는 수업이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느라 고역이었건만
학급관리니 잡무 따위 없이 이렇게 수업만 하고
수업을 위한 연구만 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기꺼이, 즐거이 하겠다.
아쉽게도 애초의 욕심대로 영시까지 다루어 볼 여유는 없었지만
이번 기회에 하품님이 소개하신 시들을 알게 된 것도 기쁨이었다.
다음은 이번에 접한 작품들 가운데 마음에 든 것들.
- 고은(사치)
- 신대철(무인도를 위하여)
- 이성복(세월에 대하여)
- 고형렬(대청봉 수박밭)
- 송재학(풀잎)
- 송찬호(상자)
- 이문재(우리 살던 옛집 지붕)
- 최승호(거품좌의 별에서)
그동안 고은씨의 시를 잘 몰랐고 또 알더라도
좋은 줄 몰랐는데 저 초기시인 '사치'는 좋았다.
이성복 시인과 송찬호 시인은 오래 전부터 끌렸던 분들이고
신대철, 송재학, 최승호 시인에겐 아주 매료되어
이분들의 시집을 구해다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래는 마지막 수업정리용으로 만들어 본 학습지로
12일간 다룬 시들의 일부를 무작위로 섞어놓고
학생들로 하여금 시어들을 채워보게끔 했다.
정답은 각 작품 끝 점선 아래
시강독반 정리용 학습지
2- ( )반 ( )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 )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 )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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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우르르 / 강물
살구꽃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어오는 그 여자 물동이 속에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 )처럼 가닿고
싶은 집
눈이 가득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싱그러운 이마와 검은 속눈썹에 걸린 눈을 털며
김칫독을 열 때
하얀 눈송이들이 어두운 김칫독 안으로
하얗게 내리는 집
김칫독에 엎드린 그 여자의 등에
하얀 눈송이들이 하얗게 하얗게 내리는 집
내가 ( )이 되어 내리고 싶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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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 / 함박눈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 )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 )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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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 사소함
지금 젓가락 끝에 깎두기처럼 딱딱하게 잡히는 이 멸치에는
두껍고 뻣뻣한 공기를 뚫고 흘러가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에는 아직도
지느러미가 있고 지느러미를 흔드는 물결이 있다
이 작은 물결이
지금도 멸치의 몸통을 뒤틀고 있는 이 작은 ( )가
파도를 만들고 해일을 부르고
고깃배를 부수고 그물을 찢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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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
삼월에 눈이 오면
( )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이름다운 불을
( )에 지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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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 아궁이
어쩌다가 높은 둑길 위로
( ) 가을이 펼쳐지면
청동색 강이 오히려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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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빛
한때는 저 잘 익은 먹골배의 씨방 속에
한 종지의 설탕물처럼 제법 흥건히 깃들였을
( ) 따위는
이제 완전히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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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림
우리를 ( )로 알고 오는 사람은 없을까요?
맑다, 아무도 살지 않는 시간, 섬의 ( )이란 ( )은 하늘로 전부 올라가 있는 시간, 그는 ( ) 한복판으로 바람 부는 대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우뚝 서서 그를 인간이게 하는 겉껍질을 깎는다, 깎을수록 투명한 하나의 돛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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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 / 별 / 별 / 무인도
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 날개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모든 살아 있음의 제 ( )를 생각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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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 풀잎
세월은 흩날리지 않았다 세월은 신다 버린 ( )
속에서 곤한 잠을 자다 들키기도 하고
때로는 총알 맞은 새처럼 거꾸로 떨어졌다.
나는 ( )이란 말만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세월은 안개처럼, ( )처럼 올라온다
웬 들 판 이 이 렇 게 넓 어 지 고
얼마나빨간작은꽃들이지평선끝까지아물거리는가
( )은 언제나 나보다 앞서 갔고 나는 또 몇 번씩
그 비좁고 습기찬 ( )을 지나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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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 세월 / 취기 / 세월 / 문간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 ) 한 잎같이 쬐그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 ),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 그 한 잎의 ( )과 자유를 사랑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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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나무 / 영혼 / 순결
( )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 )가 지펴지고 있었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 )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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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 / 톱밥난로 / 설원
절벽엔들 ( )을 못 피우랴. 강물 위인들 걷지 못하랴. 문득 깨어나 스물다섯이면 쓰다 만 ( )인들 다시 못 쓰랴. 오래 소식 전하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 )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서였습니다. 아무것에도 무게 지우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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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편지 / 실낱
저 세상의 깃발인 빨래와 이 세상의 몸인 바다로
제가 가지고 있던 오랜 ( )은
착한 우단 저고리의 누님께 옮겨 갔습니다
아주 그 ( )의 폐장에 묻혀 버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파리한 몸으로 누님의 혈맥에 흐르는 갈대밭의 ( )를 들었습니다
누님께서 더욱 아름다웠기 때문에 ( )이 왔습니다
마침내 제가 참을 수 없게, 울 수도 없게 누님은 피를 쏟았습니다
한아름의 치마폭으로 그 피를 껴안았습니다 쓰러졌습니다
그때 저는 비로소 보았습니다 누님의 깊은 ( )가 외부임을
그리고 그 ( ) 안에 내재하는 조석의 고향 바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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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 오동꽃 / 애내 / 가을 / 내부 / 동정
( )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 )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 )에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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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 매독 / 다리
바닷가에 앉는다
어제의 ( )이었지 지난날의 ( )였지 오늘
햇살의 기울기가 낮게 저 건너 산을 끌고 간다
(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건 참으로 희망 아닌가.
오래오래 무겁게 들고 있던 마음을 겨우 내려 놓으면
도도한 능선이 나의 가슴 안으로 걸어 들어와
발 끝으로 천천히 ( )을 민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눈부시게 슬픈 날,
빗금 간 ( ) 같은 삶들은 먼데 시선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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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 미래 / 설명 / 세상 / 토기
풀잎이 가진 초록이란
일생을 달리고도 벗어날 수 없는
오랑캐 들판
그 ( )만큼 죽음이나 여름을 만난다
풀잎은 지는 해를 위해
수평선의 고요를 아꼈던 것
초록이 ( )에 휩쓸릴 때
초록은 그곳까지 한달음에 도착하기도 한다
풀잎 속이라면
( )은 일제히 일어나야 할 때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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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이 / 운명 / 초록
캄캄한 밤에 그토록
새벽이 오길 애가 타도록
기다리던 눈들에 흘러넘치는 맑은 눈물들에
영롱한 ( ) 한 번이나마 어릴 수 있다면
햇살이 빛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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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 )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한 눈물 ( )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밤의 ( )이 일어서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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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 / 물 / 강
나는 그 나무상자에 손을 담근다
그리고 긴 휴식을 꿈꾸는 것이다
( ) 사과 혹은, ( ) 새처럼
우리집에서 가장 오래 된 것은 건망증이다
바스락 바스락 건망증은 ( ) 냄새를 풍긴다
얘야 이 사탕 하나 줄까 아니에요 할머니,
할머닌 벌써 십 년 전에 돌아가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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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 네모난 / 박하
이제 강을 찾아가도 될 때라면
한 번 용기를 내야 하겠다
( )은 피할수록 커지는 것
어서 강을 만나 늦은 이유를 말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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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아이들의 팔매질이 날고
새소리가 ( )처럼
털리고 있었다
햇빛이 ( ) 풀리고 있었다
햇살 같은 환성들이
비늘마다 부서지고 있었다
아아, 그때 나는 두근거리며
팔매질당하는 한 마리
구렁이가 되고 싶었던가...
꿈자리마다 사나운
몰매 내리던 내 ( )을
몰매 속 몰매 속 눈감은 틈을
구렁이가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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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 치잉칭 / 청춘
우리 살던 옛집 지붕에는
우리가 울면서 이름붙여 준 ( ) 우는
별로 가득하고
땅에 묻어주고 싶었던 하늘
우리 살던 옛집 지붕 근처까지
올라온 나무들은 바람이 불면
무거워진 나뭇잎을 흔들며 기뻐하고
우리들이 보는 앞에서 그해의 ( )를
아주 둥글게 그렸었다
우리 살던 옛집 지붕 위를 흘러
지나가는 별의 강줄기는
오늘밤이 지나면 어디로 이어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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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 / 나이테
밤을 재워 무채를 썰면 ( )을 썰면, 보은산 컹컹 울부짖는 승냥이 울음소리가 두렵지 않고 유배보다 더 독한 어둠이 두렵지 않구나.
힘줄 고운 ( )들이 삭아서 흘러가고 그리움도 남해바다로 흘러가 섬을 만드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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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 한
너는 놀라지 않겠지. 누가 저 산꼭대기에
수박을 가꾸겠어.
그러나 선들거리는 청봉 수박밭에 가면 얼마나 큰 만족 같은 짓으로 겁 속에
하룻밤을 지내고 돌아와서
사는 거야. 별 거겠니 겨울 최고봉의 추위를 느끼면서
걸어. 서릿발 친, 대청봉 ( )을 걸어.
그 붉은 속살을 마실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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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밭
입에서 ( )까지는 참으로 멉니다
나의 평생은 이 긴 ( )을 빠져나가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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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 / 터널
검은 피, 초라한 영혼들이여
무엇보다도 헤게모니는
더 ( )이 잡아야 되는 거 아니에요?
우리들의 저 찬란한 ( )이 잡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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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음 / 덧없음
낡은 ( )로 이어지던 네 삶의 지붕을
해일이 덮쳤다
견고한 울타리와 지붕과 낯익은 길들을
흐물흐물 허물어뜨리며
악취가 진동해도 썩지 않는 비애의 모듬살이를
한순간 덮친
중심을 이탈한
저 거친 물의 간섭을
넌, 그의 ( )이라 말하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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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 / 심판
사무친 세간의 슬픔, 저버리지 못한
세월마저 허물어버린 뒤
주저앉을 듯 겨우겨우 서 있는 저기 너와집,
토방 밖에는 황토흙빛 강아지 한 마리 키우겠네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아주 잊었던 ( ) 머리 위의 별처럼 띄워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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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모
내 나이 80이 넘었으니
시를 못쓰는 날은
늙은 내 할망구의 ( )이나 깎어주자.
( )도 또 이쁘게 깎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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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 발톱
변기의 소용돌이 뒤에
마지막 물 빠지는 소리는
왜 이리 크윽크윽
( )의 트림 소리로 들리는지
허공은 나를 거들떠보지 않는 광막함이다
변기의 우주관이 내 머리 속에
세워졌다 무너지고
거품좌의 별들이 ( )하며
어디론가 흘러가는 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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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 생멸생멸
양산을 거꾸로 걸어놓고 나무를 흔들면
( )처럼 토드득 살구가 쏟아져 내렸지
아! 살구처럼 익어가던 날들이었다 생각하면
그리움이 가득 입안에 고인다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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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 ),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이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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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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