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리상의 발견

 전체 게시물 수 : 1493, 1 / 100 페이지

이 름    주향
제 목    드보르작의 기차애호
  
   진회숙의 <클래식 오딧세이> 중에서


   사진으로 보면 사람 좋아보이는 보헤미아의 작곡가 드보르작은 사실 상당히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그는 한 가지 것에 거의 편집증에 가까운 집착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기관차와 역, 철도에 관한 것이었다. 프라하에 살고 있을 때, 그는 매일같이 프란츠 요제프 역으로 가 입장권을 사서 구내로 들어간 다음 역 구석구석을 자세히 살펴보고, 개찰구의 역원이나 짐꾼, 감시원, 기관사들과 농담을 하기도 하고 기차에 관한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기차 시간표를 줄줄이 암기하고 있었던 그는 열차가 가끔 늦기라도 하면 마치 큰일이나 난 것처럼 지나가는 역원이나 승객에게 그 이유를 물으며 야단법석을 피웠다고 한다.


   그렇다고 음악원 선생 노릇을 전폐하고 역에 머물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음악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을 때에도 그는 틈틈이 역장이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은 고풍스러운 시계를 신경질적으로 꺼내보며 열차의 도착 시간을 점검하곤 했다. 그러다가 정 궁금하면 학생을 역으로 보내 11시 20분 도착 예정인 브륀-프라하 행 급행열차 158호가 정시에 도착했는지, 기관사인 야로슬라브 보트루바가 무슨 재미있는 경험을 하지나 않았는지 알아오게 했다. 이 때문에 노바크, 수크, 피비히, 레하르와 같은 미래의 대음악가들이 종종 수업을 중단하고 스승의 취미에 봉사하기 위해 요제프 역으로 달려가야만 했다. 그러다가 언젠가 꾀가 난 제자가 역에 다녀오지도 않고 다녀온 것처럼 꾸며서 애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거짓말이 곧 들통이 나 그 제자는 드보르작으로부터 무척 호되게 야단을 맞았는데 그 제자의 표현을 빌면 당시 드보르작의 모습이 마치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것’ 같았다고 한다.


   어느 날 드보르작의 딸과 약혼한 요제프 수크가 고향에서 돌아왔다. “그래, 여행은 어땠는가?”하고 드보르작이 물었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스승의 취미를 잘 알고 있었던 수크는 이렇게 말한 다음 미리 준비한 대로 자신의 여행 일정을 청산유수로 읊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즐거웠습니다. 우리는 2시 34분 정각에 크로세비치를 출발해 3시 13분에 벤샤우에 도착, 거기서 물을 공급 받고, 3시 28분에 발차하여 5시 46분에 프라하에 도착했습니다. 아, 그리고 저희가 탄 열차의 번호는 10726번이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고 나서 수크는 ‘이 정도면 스승이 만족했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그의 대답을 들은 스승의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은 것이었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드보르작이 하는 말, “자네 정말 한심하군. 10726번은 열차번호가 아니라 기관차의 제작번호란 말일세. 이 벤샤우 열차의 번호는 187이야.” 이렇게 제자를 향해 쏘아붙인 드보르작은 다시 딸에게로 고개를 돌려 이렇게 물었다. “그래 너는 이런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거냐?”


   1892년, 드보르작은 뉴욕에 건설된 주립 음악원의 원장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고향 보헤미아를 유난히 사랑했던 그는 몇 년씩이나 고향을 떠나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꼈다. 한동안 고민을 하다가 결국 이 제의를 수락했는데, 그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이 뉴욕에서 최신식 기관차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기술문명의 약진기에 있었던 거대한 미국땅에서 기관차와 탄수(炭水)차, 식당차, 침대차가 딸린 신식열차를 매일같이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드보르작은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유서 깊은 기차역 그랜드 센트럴 스테이션으로 달려갔다. 거기서 요란한 소리를 내지르며 질주하는 기차를 보고 거의 넋이 빠져서 “이것이야말로 세계 8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다”라고 외쳤다 한다. 그 후 그는 뉴욕에서만 볼 수 있는 이 황홀한 광경을 즐기기 위해 매일 17번가에서 155번가까지 나가곤 했다.





1493    김주향 선생님?  김아름   2009/02/10  305
1492    오랜만에 방문  oops   2009/01/30  316
1491      [re] 오랜만에 방문  김주향   2009/01/30  327
1490    사진 몇장들  설정의 대가   2009/01/27  429
1489    피렌체 잔상  주향   2009/01/23  217
1488    지음 강화도 여행  주향   2009/01/23  205
1487      [re] 지음 강화도 여행  김아름   2009/02/10  122
1486    Feliz viaje  설정의 대가   2009/01/21  188
1485    beyond the Missouri Sky  김주향   2009/01/17  190
1484    연말 연시 여행  k   2009/01/17  266
1483      [re]  주향   2009/01/17  150
1482    설정의 대가, Bon Voyage~  주향   2009/01/12  183
1481    덕수궁미술관나들이  주향   2009/01/09  203
1480      [re] 덕수궁미술관나들이  k   2009/01/11  221
1479        [re] 덕수궁미술관나들이  주향   2009/01/14  1786

1 [2][3][4][5][6][7][8][9][10]..[100] [NEXT]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Suncomso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