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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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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예술가들이 사랑한 날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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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게도 ‘무인도에 가져갈’ 한 권의 책,
아니 성서처럼 곁에 두고 살다가
흐리고 비오는 날이면 집안에서 아무 쪽이나
펼쳐 읽고 싶은 우울 치료제 같은 책이 탄생했다
완전한 취향저격! 전류가 흐르는 천생연분!
영문학사의 수많은 작가들과 영국 화가들이
잉글랜드의 날씨에 반응한 예술적 표현들을 모아
한 꾸러미로 엮은 로맨틱한 책이다 사람의 마음과
하늘/대기 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문화사적 시간여행으로
독창적인 영문학사이기도 하고
최고수준의 잉글랜드 여행안내서이기도 하다
원제는 Weatherland: Writers and artists under English Skies
저자는 버밍엄과 리버풀 대학에서 강의하는
영문학자이며 문화역사가인 알렉산드라 해리스
영국 문학은 추위에서 시작된다며 제1장을 연 저자는
고대 영어로 된 앵글로색슨인의 서정시집 <엑서터 서>와
<베오울프>에 나온 겨울 묘사, 그리고 초서의 봄노래,
세익스피어 밀턴 워즈워스 등을 거쳐 현대 작가인
줄리언 반스 이안 맥큐언 데이비드 호크니까지
오랜 세월에 걸친 방대한 역사적 문헌과 예술 작품을
날씨라는 테마로 수집 분류하고 그 내용들을
계절의 흐름에 맞게 소개하고 인용한다
“북해 바다는 거칠게 날뛰며 솟아올랐고
던위치의 종소리는
서퍽 전체를 가로지르며 울렸네
한 번 바다 가장자리가 절벽을 덮쳤다가 물러나면
둥지들이 전부 사라진 새들이
어찌할 바를 모른 채 하늘에 매달려있네
엄청난 파도가 사우스엔드에서 크로머로 달려왔네”
-조지 스테르지스, 대홍수로 인한 죽음 중
이를테면 이 책에는
날씨와 기후, 풍경에 대한 감수성이 드러나는
위와 같은 문학적 인용들이 무수히 나온다
그런데 읽다 보면 저 인용들 자체도 새롭거니와
인용을 배치하고 해석하는 저자의 통찰력과
디테일 감각이 더 경이롭다 솜씨 좋은 뜨개질로
아름다운 직물을 만들어 내는 듯한 문체까지..
꼼꼼한 학자이자 뛰어난 에세이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함을 못 이겨 먼저 찾아 읽은
제인 오스틴과 브론테 자매 부분을 제외하면
나는 이 책을 차례대로 읽어나갔다 하이라이트는
콜리지 워즈워스 셸리 키츠 그리고 화가 터너 부분이었지만
해안가 마을인 번햄 딥데일의
12세기 성수반에 새겨진 열두 달 이미지라든가
처음으로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날씨를 관찰하고 기록한
14세기 지역 교구 목사의 일기라든가
로버트 버턴의 <우울의 해부>,
날씨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계절과 관련된 풍경 감수성을
영국 문화에 가져온 <사계절>의 제임스 톰슨이라든가
강박적으로 자신의 정원과 식물을
날씨와 연관하여 기록한 17세기의 존 이블린이라든가
디킨즈의 <황폐한 집>의 음울한 안개와 진흙탕이라든가
20세기 영국 작가와 화가들이 자신이 태어나
살고 있는 잿빛 날씨를 다채로운 색조와 농도의
회색으로 표현한 사례라든가 일일이 예를 들자면 끝이 없을,
자료들 일화들 하나하나가 너무나 재미있었다
저자의 열정이 가장 뜨겁게 느껴지는 작가는
역시 버지니아 울프였다 저자에 따르면
<올랜도>에서 수 세기의 날씨를 묘사했던 울프는
자신의 모든 소설 속에서 생기를 불어넣는 존재로
날씨를 강하게 강조한 작가였고 책의 배경이 되는
날씨에 민감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작가로
열린 문 사이를 통과하는 바람이나
흘러가는 날씨의 관점에서 자신의 문학과 미학을 정의했다
이런 표현 앞에서 어찌 울프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81년생인 이 저자가 나의 소울메이트 같단 생각이 들어
구글 검색으로 다가가 팬레터를 쓸 뻔했다
정신을 차리곤 마침 이 사람이 쓴 버지니아 울프 평전이
번역되어 있길래 부지런히 구입해 읽은 후
이제 ‘장소의 거장’인 울프의 책들을 본격적으로
읽어보는 것으로 감사와 보답을 대신하기로 했다
아울러 언젠가 팬레터를 쓰게 된다면
코난 도일과 아가사 크리스티는 왜 다루지 않았는지,
서스펜스물과 날씨의 관계에 대해
별도의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예술가가 사랑한 날씨>의 또다른 매력은
세심하게 선택된 도판 및 이미지 자료들이다
어디 하나 진부한 데 없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이
이미지 자료만으로 색인을 작성해도 흥미로울 것이다
뭔가 주요 부분들을 끌어와 옮겨적고 싶지만
대부분 문단 전체가 풍부한 아이디어로 연결되어 있고
채프터 단위로 하나의 인상적인 덩어리여서 분절이 쉽지 않다
특정한 날씨에 특정한 분위기가 조성되면
마음에 드는 문단이나 채프터를 정해 통째로 필사하는 쪽이
바람직하겠다 독후감을 마무리하며
훑어보기만 해도 한눈에 광활한 이미지가 펼쳐지고
영감이 팡팡 터지는 목차를 옮겨본다
목차
들어가는 말
하늘의 거울 9
모자이크 조각 31
제1장
겨울에 얻은 현명함 44
우세함의 형식들 59
영국에 도입된 날씨 요소들 72
풍향계 82
제2장
‘4월이 오면…’ 89
한 달씩 차례로 106
비밀과 신호 126
호랑가시나무 가지 137
왜 세상은 그렇게 되어가는 것일까? 143
제3장
화려함과 기교 151
셰익스피어: 전적으로 완전히 180
제4장
두 명의 분석가 207
하늘과 뼈들 221
밀턴이 느낀 온도 248
잠시 멈춤: 얼음나라의 거리에 관해 261
제5장
방법과 순서 285
진흙으로 추론하기 310
산들바람을 위한 언어 324
날씨에 항거하는 존슨 박사 349
매일매일 360
제6장
새뮤얼 콜리지와 폭풍우 386
워즈워스: 날씨의 친구 403
비행: 구름나라에서 415
제7장
하늘에 떠 있는 셸리 442
존 키츠의 고요함 454
존 클레어의 달력 471
윌리엄 터너와 태양 477
제8장
하늘의 친구들 493
똑, 똑,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515
다양한 색조의 음울 536
황갈색 시절의 러스킨 558
무덤에 떨어지는 비 570
제9장
밝고 환한 신세계 583
회색이라는 기준 622
너무 많은 날씨 665
홍수 698
옮긴이의 말 705
참고문헌 710
그림출처 722
제명출처 727
색인 728
끝으로
지난 겨울 문화센터 연필드로잉반에 등록해
교과서를 따라 그려본 풍경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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