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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2005 베네치아-Dorsoduro

지금 생각할 때 베네치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르소두로라는 음악적인 이름을 가진 동네의 호젓함이었습니다.
이곳은 숙소가 위치해 있던 곳이기도 합니다.
관광객 절반 비둘기 절반인 산마르코 광장과 리알토 다리를
숙제하듯 체크하고 조속히 대피한 후..
배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사흘간 대부분의 시간을
바포레토 아카데미아 역에서 하선해 들어가는 이 도르소두로 지구에서 보냈는데
대운하가 아닌 남쪽의 지우데카 운하를 앞에 두고 있는
조용하고 한적하고 운치 있는 곳이었습니다.

반복해서 걸어다닌 곳은 숙소인 펜션 아카데미아를 기점으로
아카데미아 미술관과 그 앞의 바포레토 승선장,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거기서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교회까지 이어지는 미로이거나..
숙소에서 바포레토 자테레 승선장까지의 작은 다리들이 걸려있는 수로 연변..
거기서부터 대안의 건축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석양녘 복숭아 향기가 날 듯한 연분홍 가로등이 켜지며
까페와 식당이 파라솔과 의자를 내놓는, 지우데카 운하변의 긴 산책로였습니다.

펜션 아카데미아보다 1순위로 찍었던 호텔 라 칼치나는
와서 보니 인터넷에서 보던 사진 그대로였습니다.
거기 운하변에 마련된 식당 La Piscina에서 마지막날 저녁식사를 했어요.
생선을 다져넣고 크림소스로 맛을 낸 링귀니 파스타와,
앤초비가 들어간 녹색의 샐러드를 화이트와인과 함께 맛있게 먹었습니다.
혼자여도 밥맛은 좋더군요.

여행 중 저는 제가..
낯선 것들과의 접촉에서 특히.. 어떤 시가 발생하기를,
시적 상황이 다가와주길 자주 기대하고 갈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반면 스토리나 서사를 만들고 싶어하진 않는다는 것도요.
이것은 제가 풍경에 대한 친화력을 인간에 대한 친화력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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