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게시물 수 : 443, 4 / 30 페이지

이 름

김주향

제 목

글렌 굴드 평전을 읽고

굴드 관련 도서의 끝판이 아니었나 싶다
좋은 평전의 미덕 중 하나는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밸런스를 제공한다는 점인데 정말 그러했다
특히 저자가 캐나다인이어서
굴드에 관한 많은 궁금증이 풀렸다
굴드는 피아니스트로 유명하지만
그의 전 경력에서 이는 절반의 지분이었던 것 같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1932년에 태어나
1982년 50세에 사망할 때까지 생애의 절반은
피아노 신동으로, 연주자로 살았으며
콘서트 연주자에서 은퇴한 후부터 절반은
스튜디오 연주와 레코딩에 전념하는 한편
열정적인 라디오 아티스트 및 방송인으로 살았다
클래식 음악인이자 사상가였고
발흥하는 전자 매체와 기술에 관심이 많았으며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대중 상대로 늘 할 말이 많았으니
일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다고 할 수 있다
살아있다면 말하나마나 유튜버로 이름을 날렸을 것이다
평생, 아니 사후 오늘날까지도
언론의 먹잇감이 되어온 그의 기벽들과 개성은
같은 천재과인 빅뱅이론의 전무후무한 캐릭터,
쉘던 쿠퍼와 모든 면에서 일치한다
굴드가 동물을 사랑했다는 점만 빼면..
긴 설명 필요 없이 굴드라는 사람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쉘던이 나오는 저 쇼를 보면 된다
하지만 굴드의 다양한 면모와 활동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더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은 결국
그가 남긴 피아노 음원들일 것이다
성격만큼이나 편협했던 독창적 레퍼토리와
언제나 센세이셔널했던 해석..
바흐 해석가로 유명한 굴드지만 책을 읽으며 이번에
그의 베토벤 소나타 연주들을 듣고 또 놀랐다
1번부터 정신이 번쩍 든다

굴드는 베토벤도 바흐처럼, 정확히는
자신의 바흐처럼 쳤구나..
누가 쳐도 가슴 아리게 아름다운 2악장이지만
이런 식으로 치면서 아름다운 경우는
세상에 굴드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23번 열정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
아 굴드는 정말 지맘대로 쳤구나..
분명 선을 넘은 템포인데
알알이 넘쳐나는 설득력에
음악적으로 계몽되는 느낌?!
한번 듣고는 잊을 수가 없다
3악장이 가장 평범하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1967 CBC 방송국에서
굴드가 만든 다큐멘터리 <북쪽이라는 관념>

자신이 좋아했던 북쪽에 대한 매혹을 기초로
캐나다 북부 지방을 다룬 라디오 프로그램
영화의 몽타주 기법을 적용한 듯한
굴드식 제작 철학인 ‘라디오 대위법’의 표본
북쪽으로 가는 열차 안에 승객들과 같이 있는 것 같은
이색적인 공간감, 사운드의 명암 대비가 느껴지는
독특한 오디오 예술로서 시벨리우스 교향곡 5번
피날레와 함께 끝난다 듣다가 잠들기 좋아,
궁극의 수면유도음악을 찾아 헤매는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다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리히터와 굴드가 먼저 떠오른다
그들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피아니스트들이었다
이번 겨울 그들의 평전을 읽어 보람 있고 후련하다
끝으로
굴드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콘트라풍크투스, 즉 대위법이 아닌가 생각하며
굴드 연주 베스트3을 꼽아본다
1.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55년
2. 바흐 파르티타
3. 바흐 영국모음곡


398	추가	김주향	2023/05/16	46

397	5월을 노래한 독일가곡들(추가)	김주향	2023/05/11	50

396	Jean Sibelius_The Trees	김주향	2023/04/30	51

395	남아 있는 4월을 위한	김주향	2023/04/21	55

394	Bob Dylan, A Hard Rain's A-Gonna Fall	김주향	2023/04/17	50

393	풍월당 강의_바흐 푸가의 기법	김주향	2023/03/27	43

392	임윤찬음악연구소_라흐마니노프 프렐루드	김주향	2023/03/19	44

391	임윤찬음악연구소_쇼팽 에튀드	김주향	2023/03/19	46

390	정명훈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공연	김주향	2023/03/09	43

389	이어가는 세 권의 책	김주향	2023/03/01	57

	글렌 굴드 평전을 읽고	김주향	2023/03/01	44

387	칼라스	김주향	2023/02/12	56

386	플로레즈	김주향	2023/02/12	54

385	랄프 마치오의 [십자로Crossroads]	김주향	2023/02/12	55

384	피아노의 시간들	김주향	2023/02/04	66


[1][2][3] 4 [5][6][7][8][9][10]..[30]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