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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피아노의 시간들

클래식에서 피아노 연주를 듣는 시간과
피아노가 아닌 연주를 듣는 시간의 비율이
7:3 정도인 나날이다
피아노의 시간을 일상의 통주저음으로 배치한 후
그 위에 교향곡을 올리고 실내악도 올리고
잊을 만하면 성악도 올리고.. 음악생활을
심미적으로 디자인함에 있어
이러한 구성과 배합이 적절하게 느껴진다

*
명연주 명음반에서 들은
라두 루푸의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0번 D.959

로베르 브레송의 [당나귀 발타자르]에 쓰인
2악장을 잊을 수가 없다

오프닝

엔딩

*
리히터가 딱히 자신의 롤모델을 언급했던 적은 없으나
숭배했다고 하는 피아니스트
윤찬이도 자기가 좋아하는 쇼팽 해석자로 언급했던 인물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1901-1961)의 연주들

1. 쇼팽

2. 슈만

3. 스크리아빈

4. 라흐마니노프

*
엊그제 파리 루이뷔통 재단 연주회에서
임윤찬이 앙코르로 바흐의 아리오소를 쳤다
너무나 유명한 멜로디로 정식 곡 제목이
건반을 위한 협주곡 5번 2악장
워낙 여러 악기로 연주되고 있는데다
제목을 기억하기 어려워
bwv 1056으로 알아두려 한다
클잘알로 비춰지는 꿀팁 하나로
바흐 작품을 bwv로 말하는 버릇을 들이라고
누군가 제안하던데 나도 그러기로?!
코르토 연주

윤찬이의 이번 연주..
동일한 프로그램의 해석을 매번 다르게 가져가
지루할 새가 없는 와중에
이번엔 스스로 고삐를 좀 더 풀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활시위가 너무 팽팽하게 당겨져 있어 휴식이 필요하겠다
내가 매니저라면.. 귀국 전
잘하는 재즈클럽에 한번 데려가
객석에 앉혀 긴장을 풀어주고 싶다
악보라는 권위와 규율에 예속된 클래식은
필연적으로 연주자의 정신을 구속할 수밖에 없다
기록스포츠 선수의 운명과도 같은
끝없는 정확성의 추구와 오차 줄이기 미션,
게다가 끔찍한 콘서트 일정까지..
이에 심신이 갈리고 자아가 경화될 때
재즈가 치유제가 되는 경우를
대가들에게서 적잖이 봤다
재즈는 즉흥과 해체에 의한 흐트러짐,
해빙, 액상화, 말랑해짐, 자유로워짐이니까..
감상자의 경우 역시 클래식에 몰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재즈가 그리워지곤 한다
재즈는 숨을 쉴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클래식으로 다시 돌아가게 해준다
둘은 상호보완적이다

쓰고보니 오늘도 찬음연(임윤찬음악연구소)?
프리드리히 굴다와 칙 코리아

겨울 그림, 이것으로 마지막일지는..

입맛은 벌써 봄을 마중 나가 있다
평생 맛집 탐방을 게을리하지 않는 분을 따라
인근 남도식당에 새조개를 먹으러 갔다
녹색 섬초와 더불어 홍합과 굴에다
생김까지 머리를 푼 바다가
식탁에 재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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