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주.. 풍월당에서 주최한 최은규샘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영상 강의 녹화에
초대되어 다녀왔다
교향곡 4번 중심 강의였는데 그동안 들어본
대부분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처럼 이 곡 또한
스탈린 시대의 정치적 압박과 대숙청의 공포 속에 탄생한,
한 예술 주체의 불안과 신경쇠약, 분열과 비명으로 점철된
기괴한 관현악 스펙터클이었다
정치적 이유로 초연이 한참 뒤에 이루어지긴 했다
인지도가 높은 5번이나 7번보다 이 4번이 내게 각별한 이유는
일찍이 정명훈 지휘자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DG 음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포인트를 집어주는 최은규샘의 악곡 분석을 접한 후
곡의 이해에 좀 더 다가간 듯하다
몽환적인 첼레스타가 반복적으로 끼어들며 서서히 잦아드는
마지막 악장 엔딩의 잔향이 아직도 머릿속에 맴돈다
감상 텍스트는 게르기에프 지휘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연주였는데
날 더운 요즘 콘드라신의 모스크바 필이 시원하겠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은 총 15개
들어본 작품들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11번이다
얀손스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연주
듣자마자 충격 속에 끝까지 달렸었다
최은규샘 강의가 앞으로 두 차례는 더 있을 테니 꼭 챙겨야겠다
2.
유정우샘 개인 방송하시면 좋겠다 소망하던 중
과연.. 일구쌤이라는 유튜브 음악 채널에
게스트로 나와 재미있는 음악 이야기 들려주고 계신다
최근 오페라 정주행 시간에 다루신 베리스모 오페라인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를 난생 처음 각잡고 들어보았다
그 유명한 합창곡 ‘오렌지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와 ‘간주곡’이,
그 유명한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가 어떤 스토리 맥락 속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았을 뿐 아니라
작품 자체의 극적 음악적 매력에도 폭 빠졌다
두 작품 다 성악들이 어찌 그리 아름답고
거기에 어우러지는 관현악은 어찌 그리 황홀한지..
오페라를 본다든가 듣는 행위는 일종의 ‘낭비’라고
하루키는 말했다 시간의 낭비 노력의 낭비 감성의 낭비..
그리고 ‘비일상성으로의 매몰’이라고도 했다
사는 게 바빴던 시절 오페라 (전곡) 감상은
여간해서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숙제였었다
그러잖아도 피곤한데 질러대는 오페라는 곧잘 소음으로 변질되곤 했다
오페라 따위에 낭비할 생의 에너지라곤 한 방울도 없었다
이제 다소간 여유가 생겨 어느 정도 에너지가 충전되고서야
비로소 오페라를 듣는다
두 작품이 커플링된 카라얀 지휘 라스칼라 연주가
밸런스도 좋고 시종일관 긴장감 넘친다
팔리아치의 카니오 역으로 레전드인
마리오 델 모나코의 61년 도쿄 실황은 전율
Recitar!....Vesti La Giubba
No! Pagliaccio non son!
제피렐리가 연출한 영화판에서의 도밍고 연기도 대단하다
3.
바흐 최후기작 두 편을 알게 되었다
이 작품들을 이제야 들어보게 되다니..
아니 이제라도 들어보게 되니 복되지 않은가
먼저 BWV1080 푸가의 기술
이 글렌 굴드 음반을 갖고 있었으나 오랫동안 흥미를 못 느꼈었다
골드베르그나 파르티타 영국모음곡 프랑스모음곡을 더 많이 들었다
다시 새롭게 만난 이 곡도 전반부 오르간 연주보다 아직은
25분 55초부터 시작되는 피아노 연주가 더 좋다
그냥 대위법이라 하면 될 것을 콘트라풍크투스라 하니 진짜 있어보이는구나
발췌가 아닌 전곡은 소콜로프로 들어본다
그리고..
들을수록 신비하고 심원한 BWV1079 음악의 헌정
말로 표현할 길 없는 위로가 된다
조르디 사발이 압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