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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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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프랑스 여행기] 다른 곳에 가서 살리라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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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인 줄 알았더니 99년이었군요.
옛 여행기를 지금부터 올려보겠습니다.
여행기를 읽어보면 여행을 또 한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곳에 가서 살리라 1 - 1999. 6. 19
방학만 다가오면 재발하는 여행병.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각종 여행책자를 펼쳐놓고 머리 속
에 지도를 그려본다. 먼저, 가야 할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에
점을 찍는다. 점들 간에 철도와 지하철이 놓이고 가로세로 거리
가 짜이며 집과 나무가 세워진다. 그리고 지상의 이 모든 것들
위로 항공로가 거대한 반구를 그린다.
도시 뉴욕을 화상 위에 속도감 있게 입체화해 가던 [유브 갓
메일]의 오프닝을 기억하는가. 심 시티류의 도시 시뮬레이션 게
임이었을까. 내 생각에 이만큼 우수한 지리학습 프로그램은 없
다. 북유럽 어딘가에선 중고등학교 지리 시간에 심 시티를 이용
하여 수업도 하고 평가도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어느 나
라의 지형과 기후가 어떻고 수도가 어디고 어느 도시의 기간산
업이 무엇이고 백 날 암기해 봐야 그 교육적 효과는 대단치 않
다. 정보를 자유롭게 재구성해 가는 입체적 매핑, 다시 말해 도
시공간을 설계해 가는 상상적 작업을 통해 우리는 그 도시를 알
아 갈 수 있다. 이제 나도, 얼마 되지 않는 가난한 정보나마 끌
어모아 심 시티를 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여행 가이드북이나 역사책과 같은 문자 정보에만 의존
하는 공간 구상 작업엔 확실히 뭔가가 결핍되어 있다. 거기엔
골격이 잡히고 살이 붙을지언정 '분위기'가 없다. 그래서 영화,
또는 영화에 준하는 매체, 즉 영화를 닮은 소설이나 시가 동원
된다. 영화는 건축학적 설계도에 구체적인 미장센을 부여하고
특정 장소의 공기를 실어다 주는 매체다. 나는 영화(들)을 보면
서 비로소 내가 어떤 풍경 속에 있을런지 더 잘 알게 된다. 나
는 프레임 안에 있을 수도 있고 프레임 밖에 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내 위치는 영화적 사고를 통해 분명해진다.
어떤 장소와 내가 연결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나는 그곳을
향한 나의 동기와 욕망을 탐구할 것이며 그곳의 부름, 그곳의
대답에 귀기울일 것이다. 또한 그곳과 나의 만남은 곧 그 '자리'
와 내가 있는 '자리'와의 만남이니, 질문하게 될 것이다. 그곳 그
자리는 과연 어떠한 자리이며 내 자리는 또 어떠한 자리인가..
그래서 마침내 인.문.지.리.가 가능해진다.
나는 프랑스로 여행가려고 한다.
* 힘 닿는 데까지 연재하겠습니다. 이 이색여행기 속에 속수무
책으로 남발되는 '나'를 너그러이 보아주시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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