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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odi/am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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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마티스-피카소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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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테이트 모던.
매우 드물게 있는 일이지만 열정과 통찰력을 가지고 이미 죽은 예술가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는 전시회가 있습니다. 그보다도 더 드물게는 아예 예술사 자체를 읽는 방법을 바꿔 버리는 전시회도 있죠. '마티스-피카소전'은 이 두가지 일을 동시에 해냅니다. 실로 드물고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죠. 세계 방방곡곡에서 날아든 200여점의 작품들 중 상당수는 영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들이고, 일반 대중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작품들도 상당수 된다고 합니다. 때문에 간단하게 두 예술가에 대한 회고전이라고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들 개개인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드문 기회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전시회의 작품들은 한가지 목적을 위해 짝지어지거나 대비되어져 있거나 혹은 서로 뒤엉켜 전시되어 있습니다. 하나가 아니라 세개의 전시회가 한 공간에 모여 있는 셈인데요, 마티스, 피카소, 그리고 그들 사이를 평생동안 오간 기나긴 대화 혹은 논쟁이 한 전시회에 들어 있습니다.
전시회는 모더니즘의 가장 기억될 만한 이야기 중의 하나를 그려 냅니다. 말다툼, 대결, 흠모, 불신, 차용, 마찰 . . . 실제로 한번도 만난적이 없다 하더라도 두 화가가 빠리의 살롱과 갤러리에서 서로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두 사람은, 이번 전시회의 시작점이기도 한 1906년 서로를 소개받게 되고 그 후 긴시간 동안 거의 매주 서로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함께 이야기 하고, 밥을 먹고, 전화 통화를 하고, 편지를 나눕니다. 선물도 교환되죠. 매해 첫날 피카소는 오렌지 한 상자를 선물 받았다고 하는데 항상 마티스의 저 상징적인 과일들처럼 다 썩을 떄까지 오렌지를 전시해 놓았다고 합니다.
Matisse - Bowl of Oranges 1916
작품들도 서로 교환했습니다. 서로의 작품에 대한 취향은 이 전시회에서 확연히 들어 나는데요, 피카소는 마티스의 정물화 두 점을 골랐고 마티스 역시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초상화나 작품들을 수집했다고 합니다.
Piccaso - Still Life with Pitcher and Apples 1919
피카소가 마티스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뒤흔들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만학도이지만 당당하고 사려깊은 예술가가 자신보다 12살이나 어린, 하지만 유연하기 짝이없고 재능 넘치는 스페인 '건달'에게 도전을 받은 것이죠. 피카소는 자칭 '예술도둑'답게 바로 그 순간 그가 지금까지 들라끄루와delacroix, 벨라즈께즈velazquez 등에게서 그러했듯이 마티스를 흡수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마티스가 피카소에게서 그 후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는 이 전시회 이전에는 정밀하게 관찰된 바가 없었죠. 1918년 동시 전시회가 있은 적이 있지만 그 후 몇년간 마티스가 인테리어 장식에 더 열정을 쏟는 동안 둘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습니다. 심지어 1926년 마티스는 그의 딸에게 이렇게 선언했다고 합니다. '길 모퉁이에 숨어서 희생양을 기다리는 산적같은 피카소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고...
물론 둘은 다시 만나게 되고 1945년 그들은 다시 Victoria Albert Museum에서 합동 전시회를 엽니다. 당시 영국 비평가들은 가혹할 정도로 두 예술가를 비교했는데, 어느 누구도 마티스 자신만 하지는 못했습니다. '피카소 옆에서 난 계집애같이 보일 뿐...' 마티스의 말입니다.
여성적인 마티스, 남성적인 피카소. 수없이 많은 진부한 얘기중의 하나죠. 마티스와 피카소는 서로 반대되는 거장들이다, 20세기의 미켈란젤로와 다빈치이다, 라는 식의 생각은 그들의 작품을 대조시켜 비교하는 경향을 낳습니다. 피카소는 뎃생가. 마티스는 색조가. 피카소는 투쟁과 폭력. 마티스는 부유함과 여유로움. 삶의 한가운데를 정면 돌파해 나가는 개혁가 피카소. 부르주아 발코니에서의 풍경에 만족하는 마티스... 이번 전시회는 이 모든 선입견들을 실험하고 결과는 바로 첫 갤러리부터 그러한 비판들이 옳은 것만은 아님을 보여줍니다.
만약 이 전시회를 두 대가의 경연장으로 본다면 작품의 착수에 있어서는 마티스가 훨씬 앞서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07년작 ‘Le Luxe I’을 예로 들 수 있겠죠.
극도로 단정한 용모로 해안에 우뚝 솟아 있는 여신의 모습. 시종 하나는 그녀의 발을 말리고 있고 다른 시종은 서둘러 꽃다발을 들고 달려 옵니다. 내러티브는 모호하지만 그림만큼은 여느 신화만큼이나 당당합니다. 단순한 색깔과 나긋나긋한 윤곽선만으로 균형잡혀진 간단하게 묘사된 여신의 모습은,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입체파의 여느 그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급진적입니다. 당시 피카소는 상징주의에서 그리고 오랫동안 지속된 자신의 방랑벽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노력중이었습니다.
다음 갤러리에서는 회화책의 그림만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고갱, 고호, 세잔에 의한 혁명의 산물인, 압도적인 난투극의 현장. .
마티스의 ‘Blue Nude’입니다.
Blue Nude IV, 1952
Blue Nude, 1906
Jazz스럽고, 빙빙 회전하는 뒤틀림, 견고한 조각 같은 존재감. 실제로 마티스의 청동 작품에 기초했다고 합니다(마티스 피카소 두 사람 모두 조각가와 같이 느끼고 생각했다고 하는군요). 피카소는 꾸부정한 모습을 올곧은 자세로 회전시키고 그 모습을 다각도에서 재현해 냅니다. 마티스가 어떻게 보면 유인원같기도 한, 바닥을 쿵쿵 울리며 걸어 다닐 듯한 누드화를 그리면 피카소는 이에 타르질로 더럽혀진 반죽을 조각한 듯한, 그런 원시적이고 토속 신앙적인 그림으로 답하죠.
관객들이 전시회 내내 목격하게 되는 것은 두 거장 사이의 상호이익적인 아이디어 교환입니다. 서로 상대방에게서 무엇인가를 가져오지만 항상 그것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데 실패하지 않는 모습들이죠.
때때로 서로의 영향력은 둘 사이에서 양방향으로 흐르는 듯이 보입니다.
같은 해 그려진 두개의 캔버스가 짝지어져 있는 방이 있습니다. 마티스는 이미, 센느와 하늘의 푸른 빛을 반영하는 수조속의 녹색 물에서 노닐고 있는 금붕어 그림을 그린 적이 있죠.
The Goldfish. 1912
하지만 1914년 마티스는 같은 소재에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이번 그림의 수조는 끈끈한 백색이고 물고기는 주홍색입니다. 마루, 창, 벽, 낡은 철로된 발코니 같은 모든 세부묘사들은 오직 수직으로 그림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검은 널빤지 하나를 제외하고는 주변에 굴절된 체로 흩어져 있습니다. 입체파의 구조적인 교훈을 흡수해 그의 발코니 방에 옮겨놓은,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외눈과 기괴한 웃음으로 으스스한 피카소의 Harlequin입니다. 마티스의 방과 같은 방일수도 있겠다 싶은 방에서 같은 널빤지 위에 서있는 어릿광대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광기어린 입체파적 요소는 정지되어 있고 색조는 깊어졌습니다. 무언가 비극적인 것을 보여주기 위하인 듯 구조는 생략되고 단순화 되어 있습니다.
Matisse, Goldfish and Palette 1914
Picasso, Harlequin 1915
마티스의 어떤 작품도 피카소의 어릿광대harlequin처럼 독소어리거나 뻣뻣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정지된 즐거움들. 종종 불안함을 감추기위한 변장술로 보이기도 합니다. 낮게 가라앉아 움직임이 없어 보이는 수조속의 물고기들. 관객들에게 등을 돌린채 무거운 구름의 벽을 향해 들리지 않는 음악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혹은 전쟁중에 그려진 작품인 The Piano Lesson의 회색 벽, 회색 그림자, 유리창을 뚫고 들어오는 회색 빛에 의해 포위된 학생의 모습. 그 뒤에는 얼굴 없는 여자가 높은 의자에 앉아 그를 몰아칩니다. 그의 앞에는 날카로운 금속성 메트로늄이 고문의 매 순간 순간을 재고 있구요.
Le violoniste à la fenêtre, 1918
The Piano Lesson. 1916.
훗날 피카소는 끄집어낸 창자처럼 비비꼬인 소시지 정물로 전쟁을 묘사합니다. 옆에는 도살자의 칼이 놓여 있습니다. 삐죽 열린 서랍의 포크들을 보면 한눈에 그 정치적 메시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그런 그림이죠. 피카소는 언제나 외향적입니다. 하지만 마티스의 내향성 역시 같은 정도로 섬뜩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 .
두 거장은 처음으로 서로의 작품을 교환할 때 일부러 서로의 작품 중에서 가장 안된 것들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피카소가 종종 마티스의 심각함을 비웃어버리고 마티스의 패턴을 패러디했다 하더라도 그의 그러한 행동들이 라이벌의식의 산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보다 더 확연한 것은 둘 사이에 존재하는 놀랄만한 친밀감이죠.
마티스-피카소전의 모든 전시실은 각각의 독립된 전시회를 열어도 충분할 정도 입니다. 그림의 더 깊은 배경과 의미를 알기를 원하는 관람객들을 위한 자료들도 다 읽어 볼 수 없을 정도로 쌓여 있구요. 하지만 어떤 이론적 지식이 없이 그냥 눈 따라가는 대로는 보아도 충분히 두 예술가 사이를 오간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긴 하겠지만 화창한 일요일 반나절 넘게 꼬박 투자해도 아쉽지 않을 그런 전시회였습니다.
마티스 Music 1939
피카소 Serenade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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