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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P&T

제 목

이반 클라스니치

저 아래에서 주향님이 모르겠다고 하신 두 사람 가운데
보로프스키는 아직도 용서가 안되는 관계로 생략하고
(얘 이름도 지금 여기서는 어쩔 수 없이 쓰는 거고,
저희끼리 얘기할 때는 이름 안 부르고 '24번'이라고 등번호로 부릅니다.
이름 불러주기도 싫어요)
이반 클라스니치에 대해 적어보렵니다.

클라스니치는
미워할 수 없는, 아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선수예요.

일단 잘 생겼습니다 ^^ 젊은 날의 멜 깁슨을 닮아보일 정도죠.
한가지 흠이라면 앞니 사이가 좀 벌어져서 입 벌리고 웃으면 맹구같을 때가 있어요.

이 사람에게 빠져들기 시작한 건 그 유머 감각 때문이었습니다.
기억에 남아있는 것 몇 가지.

  오랜만에 복귀하면서 인터뷰 중에
  "브레멘에 월드 스타가 없다고들 하지만 여기 한 명 있지 않은가."

  어릴 때 어떤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나요? 라는 질문에
  "이반 클라스니치같은 선수!"라고 답한다거나.

  이번 시즌에 어느 팀이 우승할 거라고 예상하시나요?라는 질문에는
  "승점을 가장 많이 쌓은 팀"이라고 답변.

  유로 2008 본선 조편성이 발표된 뒤
  크로아티아 국가대표이기도 한 그에게 독일 기자가 오스트리아/크로아티아/독일/폴란드가 속한 B조 전망에 대해 묻자
  "폴란드... 강팀이죠. 오스트리아... 역시 강팀이고. 독일... 쉬운 팀이예요".

그리고 실력있는 포워드입니다.
03/04 시즌부터 05/06 시즌까지 꾸준한 활약을 해주었죠.
클로제와 함께 이루었던 이른바 "공포의 K-K 라인"은 분데스리가 팬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사실 저희는 브레멘 팬 생활한 게 06/07 시즌부터라, 이 시기를 라이브로 보진 못했어요.
06/07 시즌의 클라스니치는 건강 문제 때문에 제대로 출장하지도 못했죠.
07/08 시즌에는 여전한 건강 문제로 선발 출장한 적은 몇 번 없지만 영양가 만점의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20분 남겨두고 교체로 들어가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적도 있어요.
크로아티아 국가 대표팀에도 복귀해서 이번 유로 2008에서 2경기 출장에 2골을 넣기도 했습니다.
승부차기 끝에 패한 터키와의 8강전에서, 연장전 종료 직전에 선제골을 넣었던 선수가 바로 클라스니치였습니다.

그런데 저 건강 문제라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죠.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바람에 두번째 수술까지 받았으니까요.
브레멘 의료진을 상대로 소송까지 간 것도 그래서입니다.
좀 더 일찍 신장의 이상을 알았더라면 신장이식 수술까지는 가지 않았겠죠.
이런저런 시끄러운 일들이 있었지만
저희는 구단 측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클라스니치에게 미안하고요.

보통 사람이라도 조심조심 살아갈 신장이식 수술을 두번이나 받고나서도 축구 선수 생활을 계속하는 클라스니치.
그가 겪고 있을 어려움과, 그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그의 의지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우리는 감히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브레멘 팬들이 재계약 서명 운동까지 했지만,
클라스니치는 결국 브레멘을 떠나 프랑스의 FC 낭트로 갔습니다.
브레멘을 떠났어도 미워할 수가 없고
그저 미안하고 아쉬울 뿐이예요.

낭트에서도 브레멘에서와 같은 번호, 17번을 받았습니다.
건강하고 좋은 활약 보여주길 바래요.
프랑스 리그까지 챙겨보진 못하겠지만
livescore.com에서 낭트 경기 결과는 꼬박꼬박 확인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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