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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주향

제 목

Key West

1. 키웨스트 가는 길

플로리다 내륙 올랜도에서
미대륙 최남단 키웨스트까지는
자동차로 꼬박 8시간쯤 걸렸다.
올랜도에서 마이애미까지 가는 시간만큼
마이애미에서 키웨스트까지 더 가야 했다.

3월초의 플로리다는 아직 덥지 않았다.
미국땅 어디나 그러하듯 가도가도 길이고,
건강해 보이는 야자수들의 연속이었다.
이곳 야자수들은 태양을 한껏 머금고 자라 그런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같이 도톰하고 영양이 좋아보였다.

플로리다 반도 남단에서 시작하여
징검다리같은 수백여 개의 섬들(keys)을 건너는 시간은
주로 양 옆에 조성된 방풍림 사이의 유일한 하이웨이,
즉 외길을 통과하는 과정이었다.
차를 타고 가다보면 방풍림 사이사이로 바다가 보인다.
그 바다는 어깨높이에 있다. 귀밑에서 찰랑거린다.
고속도로상에서 노견이 바다다, 이렇게 상상하면 된다.
그러다가 간혹 이처럼 키와 키를 연결하는 다리를 건널 때면
모처럼 눈앞에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오른쪽은 멕시코만, 왼쪽은 대서양이다.

2. 키웨스트의 저녁

올랜도에서 아침 먹고 출발하였는데 키웨스트에 당도하니 해질녘이었다.
키웨스트는 작은 어촌이지만 수많은 키들 중에서
최남단에 있다는 이유로 플로리다 키의 대표선수가 돼 버린 듯하다.
하룻밤 징하게 놀아보자고 달려온 젊은 폭주족, 할리데이비슨족,
온갖 터프남 터프녀들로 다운타운은 발 디딜 틈이 없는 와중에..
철저하게 관광지화된 이런 작은 타운의 거리 미장센에
기꺼이 매혹되는 경향이 있는 나는, 예쁜 상점들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굉장히 컬러풀한 곳이었다.

[스카페이스]의 토니 몬타나가 쇼윈도에 비친다. 키웨스트는 쿠바와 지척에 있다.

까페들이 의자를 내놓는 시간. 거리에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일몰 구경하러 맬로리 광장을 향해

광장에는 벌써 여러 가지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으며

아예 배를 타고 나갔다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두워가는 해안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경비행기가 날아간다.
꼬리에 달고 가는 글자는 한번 타는 데 2인 몇 불, 여기로 전화주세요..

이곳 특산물 키 라임 파이의 기호에는 수시로 끌렸다.

보지 않고도 먹은 듯하고 먹지 않고도 배가 불러 혼났다.

어느덧 밤이 되었다.
듀발 스트리트에서 이어지는 맬로리 광장은 키웨스트 관광의 중심지이다.

^_^

수잔 올린의 플로리다 송가 <난초도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난초학회가 열리긴 열리는 모양이다.

다리가 아파올 무렵 아르바이트생이 운전하는 인력(자전)거를 타고
한 20여분 밤바람을 쐬었다.

3. 키웨스트의 아침

숙소 이름이 키 라임 인.
이름 때문에 골랐다는 것은 말 안해도 아시겠다.

낯선 지역의 작은 인에서 맞는 아침.
빵과 주스, 커피와 사과로 준비된 아침 식사.
이것이 여행자로서 내 행복의 8할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진은 이 행복에 마지못해 동참해 준 정승민군.

키웨스트 명소인 헤밍웨이의 집

그 집 담장

길 표시

타운 전체가 녹색의 싱그러운 식물원이었다.

이정표

지구상 어디든 최남단은 장사가 된다.
서던모스트. 여기서 쿠바까지 90마일.

4. 귀로

키웨스트에서 다시 플로리다 반도 남단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길에.. 키라르고의 작은 비치에 들렀다.
전날 키웨스트로 내려가면서 휴식차 우연히 찾아들어간 곳이었는데
낙원이 따로없어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번 들른 것이다.
관광객의 발길에 때가 묻어버린 키웨스트와 달리
신선함과 고요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었다.
이곳의 이름은 해리 해리스 내셔널 파크이다.

녀석.. 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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