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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odi/am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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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lake district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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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에서는 C의 친구 두명이 영국 여행을 오고, 제 친구 한명도 한국에서 오랫만에 휴가를 내서 유럽 여행의 출발지로 런던을 정해놓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런던이나 옥스포드, 캠브리지 같은 런던 근교의 도시들은 꼭 시간을 내서 함께 떠나지 않아도 될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무엇보다 당일치기 여행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을 주말에 다녀오는 것은 뭔가 아쉽다고만 생각되는 상황이었구요. 시간을 내서, 뭔가 핑계거리를 만들지 않으면 다녀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보고 싶었습니다. 버스타고 휙 다녀올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닌, 정말 여행을 떠나왔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그렇게 좀 멀리 떨어져 있는 곳. 도시 냄새가 덜 나는 곳..
2.
Lake District는 영국의 북서쪽에 위치한 국립공원입니다. 스코틀랜드와 가깝게 자리하고 있고 북동쪽의 Yorkshire Moor 국립공원, 남서부의 Exmoor 지방과 함께 영국 3대 절경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때 부터 무척 가보고 싶던 곳이었어요. 어렸을 때 'GEO'라는 잡지에서 이 지역 항공사진을 실은 적이 있는데 정말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완만한 산 능선 사이 사이의 숨어있는 듯 자리잡고 있는 호수들, 석양빛을, 때로는 주변의 녹색들을 그대로 머금고 있는 호수의 표면빛.. 전문가들의 사진이니 예뻐 보일 수 밖에 없고 실제로 눈으로 보면 그런 풍경을 보기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10년도 넘게 계속 그 그림들이 머리속에 맴돌고 있었거든요.
마침 이 지방은 Peter Rabbit의 작가가 살았던 곳으로 일본인들에게도 유명해서 함께 할 일본인 친구들도 무척 가보고 싶어했습니다. 제 친구는 이번 여행의 테마는 '자유'라고 공언한 상태였고 동료 두명도 역시 주변에 다녀온 사람들에게서 얘기를 들어 들떠 있었고. 저야 물론, 처음보는 일본 친구들이 껴 있다는 것이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그래도 몇년간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5년 만에, '하이드 파크 앞으로 나와' 사건 후 처음으로 영국에서 만나게 되는 친구, 그리고 C과 함께 하는 여행이니 솔직히 어디를 가던 상관 없다는 마음이었죠. 더 바랄 것이 있나요.
 Peter Rabbit
3.
숙소는 C 주위의 다녀온 친구들의 도움으로 환상적인 English breakfast를 제공한다는 'Green Riggs'란 이름의 여관으로 정했습니다. 기름기 많고 나올 것들이 뻔하게 정해져 있는 '잉글랜드식 아침식사'가 환상적일 수 있다니 무척이나 의심스러웠지만, 내심 기대가 되더군요. 빠리에 있을때도 확연하게 느낀 것인데 아무리 유명한 까페를 가더라도 그네들식 아침인 petit dejeuner는 결국 petit dejeuner라는 것이 제가 발견한 진실이었거든요. 그래도 혹시나, 뜻밖의 발견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가장 신경이 쓰이던 건 교통 문제였어요. 우리나라 통일호 같은 영국 기차를 타고 가느냐 아님 차를 빌려서 가느냐를 놓고 많이 고민을 했습니다. 기차를 타면 차보다는 빨리 갈 수 있지만 가서의 교통편이 신경이 쓰였고 차로 가는 만큼의 자유스러움은 느낄 수 없다는 것도 내키지 않았구요. 반면 차로 가면 기름값과 운전하기 힘들다는 '호수지방'의 좁은 길이 걱정됐구요. 결국 차로 떠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사실 운전을 하고 싶었거든요. 가서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 못지않게 운전을 하고 싶다는 제 욕심도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
4.
여행지로 출발하던 날, 모든 것이 순조로웠습니다. 제 친구도 제시간에 맞춰서 런던에 도착했고 C 일행도 오전에 런던 시내 구경을 하다 공항까지 무사히 도착해 있었고. 날씨는 약간 흐렸지만 비가 오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구요.
개인적인 얘기지만 차를 빌리면서 약간 실망을 했었더랍니다. 6인승 차를 빌렸는데 가보니 '기아'차가 떡하니 나와 있더라구요. 세상에 기아 승합차라니.. '봉고'의 후예 아닙니까? 뭐, 한국차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사실 못몰아 봤던 종류의 차, 회사의 차를 몰아보고 싶었거든요, 내심.. 그 넓은 주차장에 빼곡히 들어차 있던 렌트카중에 한국차는 단하나, 바로 저희가 타고 여행할 그 기아 자동차 뿐이었습니다. 몰아보니 전혀 나쁘진 않더군요. 아니 예상외로 잘 달려주는 자동차였구요, 게다가 디젤이었습니다. 기름도 적게 들고, 약간의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그래도 운이 좋았던거죠.
5.
목적지인 lake district의 작은 도시 windermere는 히드로 공항에서 230마일 정도 떨어져 있는 곳입니다. 킬로미터가 아니라 마일이니 서울에서 부산 정도 가는 거리죠. 차가 많이 막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가도가도 목적지를 가르키는 표지판 하나 보지 못했는데 해가 지는 것을 보면서 내심 불안했습니다. 친구가 전해주는,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얘기들을 들으며 함께 떠들며 달리는 중이라 지루한 줄은 전혀 몰랐지만 초조하더군요. 10시까지 들어 간다고 숙소에 연락을 해 놓았는데 12시 전에만 도착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windermere는 어디 숨었는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모르겠다 하고 있을 무렵, 마지막 휴게소에서 40분 정도만 더 가면 된다는 것을 알았고 운좋게 예정된 시간에 맞춰서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날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냥 숙소에서 쉬어만 했지만 예상했던 일이고 교외에 나와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기만 하더군요. 맑은 상쾌한 공기, 죽은 듯이 조용한 주변, 내일이면 그 호수들을 드디어 볼 수 있다는 설레임... 그걸로 족했습니다.
6.
그 맛있다는 잉글랜드식 아침식사를 먹고(물론 그냥 평범한 아침식사였습니다. 어쩔 수 없는거죠......) 아침 일찍 나름대로 지도를 보고 계획을 세워 호수들을 보러 떠났습니다. Grasmere, Thirlmere, Buttermere, Derwent water, Ullswater 등등 호수들이 너무 많았고 여럿이 떠난 여행이었으니 서로 아무래도 신경도 쓰였고, 해서 토요일 내내 바삐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호수가 까지 차를 몰고 가서 잠시 걷고 다시 다음 호수로 떠나고 하는 식으로. 날씨가 흐린 것이 아쉽긴 했지만, 왠지 천천히 주위를 걸어볼 것을 요구하는 것 같은 고요하기만 한 호수의 모습과는 달리 바쁘게 다녀야만 하긴 했지만 역시나 아름답더군요. 좁은 길을 달리다 보면 길 너머 어느덧 살짝 보이는 호수들. 어떤 호수는 강을 닮아 있었고 바다같이 끝이 보이지 않게 넓어 보이는 호수도 있었습니다. 호수변에 바짝 붙어 서있는 나무들의 모습도 신기했고 여기가 영국인가 싶을 정도로 높은 산들도 인상적이었구요. 어디를 봐도 보이던 한가로운 양떼들의 모습도, 그들이 서있던 푸른, 혹은 옅은 갈색의 들판들도 아직 기억에 생생하구요.
 Windermere
 Lake district
 Grasmere
 windermere호의 배
 호수지방의 산
 Derwent호
 Ulls호
이밖에 시인 Wordsworth가 살았다는 Dove Cottage와 점심을 먹었던, 가끔 유령이 출몰한다는 Ashness Bridge도 빼먹을 수 없겠죠.
 Ashness 다리
 "I wandered lonely as a cloud/That floats on high o'er dales and hills/When all at once I saw a crowd......" William Wordsworth의 Dove Cottage
7.
돌아오는 길엔 Liverpool에 잠시 들려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항구와 Beatles 전시관을 그냥 스쳐 지나 왔구요.
편안하게 다녀온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몇가지 헤프닝도 있었어요. 마지막 밤에는 옆방의 술취한 여행객들 때문에 아침에 옆집 아주머니에게 말을 들어야 했고(저희는 자느라 아침에야 알았습니다), 스톤헨지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Casterlerigg Stone Circle을 보러 갔다가 미친듯이 달려가는 소떼들을 본 일도 있구요. 아, 저녁 먹으러 40분을 오들오들 떨며 중국집을 찾아 가기도 했군요(맛있었습니다...).
다음에 또 여행을 떠날 기회가 있다면 어디를 갈 수 있을까. 스코틀랜드를 잠시 생각했습니다. 겨울에 설경이 특히 아름답다고 하던데 눈내리는 영국의 산악지대라.. 궁금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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