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 름 |
유지원 |
 |
| 제 목 |
선생님께 |
|
안녕하세요 선생님 지원입니다.
'사쩜오초'의 백일휴가도 벌써 한달이 지났네요
지난번 쉐바 이적에 대해 짧게 글을 남기긴 했었는데 근황보고를 잊었군요
자 보고 들어갑니다
06년 2월 21일 춘천 102 보충대 입소
06년 2월 24일 제 15사단 신병교육대대 전입
06년 3월 31일 제 15사단 수색대대 전입
06년 5월 31일 100일 위로 휴가
06년 7월 1일 일병 진급
이상입니다. 병적기록부와 똑같은 내용이네요 ㅎㅎ
제가 있는곳은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라는 곳으로,
고등학교 지리 시간에 배우던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끝에 위치하여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해양성 기후를 지녔다'라는 사실이 새빨간 거짓이었음을 느끼게 해주는
한반도의 정중앙에 위치한 '겨울과 여름만 있는' 철원 산골입니다
신병교육대대에서 5주간의 군사 훈련을 마치고 수색대대에 자원하여 선발되었는데요,
최정예 수색대원으로서의 자부심보다는 단지 휴가가 많고 먹을 것이 넉넉하단 소리에 혹해
남들과는 조금 다른 군생활을 하게 되었답니다.
다른 부대보다 한달씩 진급이 빠른 관계로 오늘 벌써 일병이 되었네요.
사실 당연히 그러시리라 믿고 있지만, 그간 별고 없으셨는지요? ^^;
내일이 여자친구 생일이라 외박을 나와 같이 놀고 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5개월여의 군생활을 보낸 감상을 말씀드리자면,
음... 전 제가 없으면 지구가 안 돌아갈줄 알았거든요... 안타깝게도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만...
워낙 자유분방하고 구속받길 싫어하는 성격 탓일까... 군인으로서의 통제와 제한,
생활전반에 걸친 너무나도 큰 변화, 그리고 무엇보다 강원도 산골에 홀로 쳐박힌 채로 느끼게 되는
세상과의 단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것.....
아무튼, 지구는 잘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다행이네요 ^^;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얼마 지내진 않았지만 지난 몇 달간 배운 것이 있다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 이랄까요?
원래 사람이란게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가진 것보다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만을 보게 되니까요.
그것이 사람이던, 물건이던, 무엇이던간에 전 지금 제가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좋은거 배우고 있는거 맞죠 선생님??
아... 정말 짜증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없어봐야 정신을 차린다'는 말처럼, 뭔가 어렵고 절박한 상황에서야 비로소 자신의 주변을
살피게 되는 나를 보고 있으면, 다시 한번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느끼곤 합니다.
제 친구 민석이와 종건이, 뒤늦게 이달 13일 의경으로 동반입대 한답니다.
요즘 실컷 전화해서 놀려주고 있어요. 입대를 하느니 자살을 권하고 싶다고.... ㅋㅋㅋㅋ
선생님께서 '몸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하셨다고 전해도 되겠죠?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마현1리 사서함 99-4호 수색대대 본부중대 일병 유지원 (우 : 209-839)]
평소에 편지 쓰고 받는 일이 생소했었는데, 군대라는 곳에 오게되니
편지 한 통 주고 받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몰라요.
가능하시다면, 답장 한통 부탁드릴수 있는지요... 이글에 대한 리플을 보내주셔도 좋구요...
여긴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심심하답니다 ㅠ_ㅠ
학교 다닐땐 무작정 선생님께 찾아가 정치경제사회문화연예스포츠를 넘나드는
이런저런 잡소리를 장황하게 늘어놨었는데... 그리고 그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선생님께선 늘 재밌게 들어주셨구요...
아흑... 문득 그리워 집니다... 그때가... ㅠ_ㅠ
새로운 학교와 환경에 적응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겠네요,
뭐 말로는 이래도 항상 제게 보여주시던 멋진 모습 그대로 안녕하실거라 믿습니다 |
|
|
|
